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산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유럽은 산업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하면서 미국을 비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26일(현지시간) 오후 바로 낸 성명에서 "미국의 결정에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관세는 세금"이라며 "미국과 EU에서 기업에 나쁘고 소비자에겐 더 나쁘다"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27일 우크라이나 지원을 위한 '의지의 연합' 정상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관세 인상은 좋은 생각이 아니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는 가치 파괴적이며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유럽인들은 이에 상응한 대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리크 롱바르 프랑스 재무 장관도 이날 라디오 방송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인상은 "매우 나쁜 소식"이며 "비협조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부총리 겸 경제·기후보호 장관은 "EU가 단호히 대응하는 게 중요하다"며 "미국에 대해 우리가 물러서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 정부와 업계는 이번 관세가 미칠 타격에 큰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는 27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가 글로벌 자동차업체뿐 아니라 미국 국내 제조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ACEA는 특히 업계가 극심한 해외 경쟁에 직면한 중대한 순간에 관세가 부과된 데 깊은 우려를 표시했다. 유럽 자동차 부문은 1천300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EU 경제의 7%를 차지한다.

포르쉐 AG와 메르세데스 벤츠 그룹 AG는 이번 자동차 관세로 34억 유로(5조4천억원)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25% 자동차 관세로 이 두 기업의 2026년 영업이익 약 4분의 1이 사라질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가격 인상이나 미국으로 추가 생산 이전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영국에서는 이미 재정 압박을 받는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영국 예산책임청(OBR)은 미국이 20%의 추가 관세 부과와 영국의 대응으로 관세 전쟁이 벌어지면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1%를 잃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재무부가 전망하는 100억 파운드(약 19조원)의 공공 재정 여유분이 모두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영국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영국산 자동차 수출 중 미국은 17%로, EU(54%) 다음으로 큰 시장이다. 재규어 랜드로버, 애스턴 마틴, 벤틀리와 같이 미국 공장이 없는 고급차 브랜드가 특히 타격받을 것으로 보인다.

유럽은 자동차 관세를 비판하면서도 곧바로 보복 관세로 대응하기보다는 미국이 4월 2일 발표할 전체 관세 추이를 지켜보고 종합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동차 관세를 발표하며 EU가 캐나다와 협력해 대미 보복 조치에 나서면 더 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으름장 놨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번 발표를 미국이 구상 중인 다른 조치와 함께 평가할 것"이라며 "EU는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는 한편 협상을 통한 해결책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롱바르 장관도 미국이 관세 전쟁을 끝내야 한다고 호소하면서 "EU의 유일한 해결책은 미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EU가 관세 인상 대상 품목을 작성 중이며 4월 중순부터 적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 이전에 대화를 통해 가능한 한 빨리 평화로운 길을 택할 수 있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레이철 리브스 영국 재무장관은 이날 BBC와 인터뷰에서 미국과 영국의 무역 관계가 전반적으로 균형 잡혔고 즉각적으로 보복하지 않겠다고 시사하면서 "무역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4월 2일 관세 발표 전 영국에 대한 면제를 결정하기를 바란다면서 "자동차, 철강, 다른 모든 종류의 관세에 대해 미국 측과 치열한 협상 중"이라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