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소재 활용 새 모델 발굴
▶ 중, 3진법·광속전달 등 이색 연구
▶ 신경세포 키워 ‘생물지능 칩’ 구현
▶ 세포 80만개에 게임방법 학습 등
▶ 초소형·저전력 AI칩 개발 잇따라
▶ 미빅테크들은 양자컴퓨터 칩 주도
실리콘을 넘어 다양한 신소재로 만든 신개념 인공지능(AI) 반도체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현재 대세 AI 칩인 그래픽처리장치(GPU)가 전 세계적인 공급 부족에 시달리는 가운데 이를 해소하면서도 전력 효율이 더 뛰어난 ‘포스트 GPU’를 앞다퉈 찾으려는 것이다. 이에 학계에서는 나노 물질은 물론 뇌세포까지 동원한 연구들이 이뤄지고 있다.
19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대와 베이징우편통신대 연구진은 3진법으로 작동하는 탄소나노튜브(CNT) 기반 AI 칩을 개발해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최근 발표했다. CNT를 반도체 소재로 활용하는 시도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실리콘 반도체의 2진법보다 효율 높은 3진법을 구현하고 이를 통해 실제 AI 모델을 효율적으로 연산할 수 있는 AI 칩으로 개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CNT는 탄소 원자들이 벌집 모양의 그물로 연결된 채 돌돌 말려 원통 구조를 이루는 나노 물질이다. 실리콘과 비교해 전기가 잘 통하는 데다 물질 자체도 머리카락 굵기의 10만분의 1인 1㎚(나노미터·10억분의 1m) 크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회로의 집적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다. 미세한 물질인 만큼 이를 칩으로 만들기 위한 제조 공정이 어렵다는 한계가 있는데 연구진은 ‘소스 게이팅 설계’라는 기술을 통해 이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칩은 특히 세 가지 전압 상태를 가질 수 있고 이를 각각 0·1·2 세 가지 숫자에 대응시켜 3진법을 구현함으로써 전력 효율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0과 1로만 계산하는 2진법에 비해 3진법은 더 적은 회로만으로도 복잡한 계산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칩을 활용해 이미지 데이터를 학습한 CNT 기반 신경망, 즉 AI 모델도 만들었다. 이 모델은 손글씨로 쓴 숫자 이미지들을 인식하는 실험에서 100% 정확도를 보였다.
신소재를 넘어 뇌세포로 만든 AI 칩도 최근 등장했다. 호주 스타트업 코티컬랩스는 이달 3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뇌세포와 실리콘 칩을 융합한 AI 칩 ‘CL1’을 공개했다. CL1은 인공적으로 배양한 신경세포를 실리콘 칩 위에 배치해 전극과 연결시킨 세계 최초의 ‘합성생물학지능(SBI)’ 시스템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인간의 뇌를 직접 모방해 연산 효율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CL1은 이런 장치 30개로 이뤄진 단위인 스택 하나당 소비 전력이 기존보다 크게 낮은 850~1000W에 그쳐 현재 실리콘 칩보다 효율성을 크게 높일 것이라는 게 업체의 설명이다. 코티컬랩스는 연내 제품 출시를 계획 중이며 스택 4개로 이뤄진 제품 가격은 3만 5000달러(약 5000만 원) 정도가 될 것으로 알려졌다. 코티컬랩스는 앞서 2022년 인공 배양한 신경세포 80만 개에 1970년대 간단한 비디오게임인 ‘퐁’의 플레이 방법을 학습시킨 시스템 ‘디시브레인’을 개발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런가 하면 중국 상하이과학기술대(USST) 연구진은 광섬유를 이용해 역시 머리카락 굵기보다 작은 AI 칩 ‘멀티모드 파이버(MMF)’를 개발해 국제 학술지 ‘네이처 포토닉스’에 지난달 발표했다. 15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의 칩을 광섬유 단면에 붙인 구조다. 광섬유는 가장 빠른 광속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이지만 현재 실리콘 칩이 이 정보를 전자회로 방식에 맞게 변환한 후 처리하느라 데이터 병목과 전력 부담의 문제가 있다. 반면 새로운 칩은 광섬유를 통해 전달되는 빛 정보를 그대로 받아 처리할 수 있어 전력 소모를 수천 배 줄일 수 있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특히 광섬유를 통해 숫자 이미지로 되는 데이터를 입력한 결과 해당 칩이 이를 인식해 똑같이 출력해냄으로써 기본적 AI 연산인 이미지 인식 성능을 확인했다.
양자기술을 응용한 양자컴퓨터 칩(QPU) 개발도 활발하다. 양자 칩은 0과 1의 디지털 정보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큐비트 단위로 슈퍼컴퓨터보다 빠르게 계산하는 기술이다. 최근 구글 ‘윌로’, 마이크로소프트 ‘마요라나1’, 아마존웹서비스 ‘오셀롯’에 이어 중국 연구진도 ‘주총즈 3.0’을 이달 국제 학술지 ‘피지컬 리뷰 레터스’에 공개했다. 지난달 SK텔레콤이 미국 기업 아이온큐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국내 AI 기업도 대응에 나서고 있다.
<
서울경제=김윤수 기자>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