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성공 단십백”이라는 경구가 있다. 성공적 인생을 살기 위해선 반드시 한 명의 스승을 두어야 하고, 열 명의 친구를 가져야 하며 백 권의 책을 소장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저 지나칠 수도 있는 말 같지만 상당히 도전적 명제다. 보통 다 그런 삶을 살아가지 않나, 라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그렇게 만만치가 않다.
한 명의 스승이란 학창시절 만난 교사나 교수들 안에서 고르라는 게 아니다. 그 모든 스승 중에서 진정한 사표가 되어 지금까지 계속 교류하며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스승을 말함이다. 어쩌면 교사나 교수가 아니더라도 사회생활 중에 만난 어느 한 사람이 스승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쳐준다면 그 분이 한명의 스승일 수 있다.
이글을 읽으면서 주저 없이 딱 떠오르는 어른이 있다면 바로 그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한참 기억의 구석을 여기저기 뒤지다가 “아, 이 분이면 되겠다.”라고 힘들게 찾아낸다면 실격이다.
길흉 대소사를 만나게 될 때, 또는 인생의 갈피를 몰라 주춤거릴 때 서슴지 않고 찾을 수 있는 분, 삶의 교훈과 지혜를 전수하기도 하고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그런 분이 있다면 성공한 인생의 첫 단추를 끼웠다는 것이다. 나는 정말 이런 스승을 두고 사는지 자신이 없다.
다음은 열 명의 친구다. 여기서 말하는 친구는 보통의 관계를 넘는 자별한 친구를 말한다. 세어보니 이 역시 미달이다. 절친을 말하자면 한국에 사는 친구들인데 그들은 이미 자격에서 벗어난 친구들이 되었다.
각별했던 동창들도 어느새 한참 멀어진 남이 되어버렸으니까. 성인이 되어서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제부터 우리 친구하자!” 라는 말은 난센스다. 그저 만나 커피나 차를 마시고 점심을 함께 먹는 정도만 돼도 대단한 인간관계다.
그러니 흉금을 털지 못하고 마지막 벽 하나는 영영 허물지 못하고 살아가는 셈이다. 나는 세어보고 또 세어 봤지만 열 명이라는 숫자는 언감생심이다.
마지막 변수가 책 백 권이다. 몇 년 전 은퇴를 하며 내 인생에 간직할만하다고 여기는 책을 남겨두고는 다 없애버렸다. 장식용처럼 서가에 꽂아놨던 책도 시집 장가보내듯 다 보냈다. 그리고 정말 아깝다고 생각하는 책만 남겼다. 물론 몇 번씩 읽은 책이 대부분이었지만 선발되고 뽑힌 책을 세어보니 가까스로 백 권에 몇 권이 모자랐다.
이렇게 보면 인생이라는 게 정말 별 거 아님을 깨닫는다. 그 정도는 소유했거니 생각했지만 정색하고 들여다보니 인생 성공에서 먼 곳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러나 누가 성공의 척도를 함부로 만들 것인가. 누가 감히 자를 갖고 잰단 말인가.
내 인생에 눈에 보이는 스승이 꼭 한분만 존재해야 하는 법도 없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스승이 나를 인도한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라는 전무후무한 교훈을 준 인류의 영원한 스승 바울이 내 스승이며, “까마귀 싸우는 골에 백로야 가지마라/성낸 까마귀 흰빛을 샘낼세라/청강(淸江)에 씻은 몸을 더럽힐까 하노라” 영천 이씨의 시조 한수가 내 삶의 스승일 수도 있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스승이 길을 인도할 수 있고 어떤 이는 한명의 친구로도 행복할 수 있다. 이 복잡한 뉴욕에서 친구 한 사람만 있어도 불행 중 다행이다. 흉금을 털 수는 없어도 이따금 함께 담론을 즐긴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요즘 세상은 책이 번거롭다. 인터넷에 저장되어 수시로 읽고 보는 정보가 얼마나 많은지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아닌가.
세상이 제시하는 성공의 기준이 만인에게 반드시 해당되지는 않을 것이다. 자기에게 잘 맞는 명제를 두고 살아가면 될 일이다. 행복의 문으로 안내하는 지침서나 도서들의 홍수 속에 살아가지만 그런 안내서대로 살아서 성공한다면 이미 세상은 파라다이스가 되었을 것이다.
오래전 공자가 선언했다. “인생은 단순하다. 단지 사람이 그것을 복잡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서점에 즐비한 성공의 기준서, 행복을 보장하는 지침서, 따위는 제발 구입하지 마라. 시간이 있으면 책방에서 몇 줄 읽어보는 정도로 유익을 구하면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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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석환/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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