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경제 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까지 끌어내리고 있는 것으로 공식 확인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월요일에 공개한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 이같은 사실을 적시했다. 트럼프와 그의 협력자들은 미국 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대통령의 당찬 정책으로 경제가 한층 활성화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일고의 가치도 없는 헛소리다.
최근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으로 떨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NBC 뉴스의 새로운 여론조사에 따르면 경제상황이 “대단히 좋다”거나 “양호하다”는 응답은 전체의 18%에 불과했다. 소비자 신뢰도 역시 바닥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보태 기대 인플레이션은 유례없는 속도로 상승 중이다. 아폴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토르스텐 슬록이 최근 지적했듯 실직의 두려움을 호소하는 근로자들의 비중은 불경기에나 볼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
그러나 스콧 베센트 연방 재무부 장관은 이 모든 것을 ‘가짜 뉴스’로 낙인찍는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현 행정부와 미국민은 가짜 뉴스 여론조사 혹은 ‘심리적 불경기’가 아닌 실제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의 가정과 근로자들은 지난 4년간 참담한 시간을 보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 역사상 가장 활기찬 경제와 자본시장을 이끌어낼 경력과 비전을 지니고 있다”고 역설했다.
바이든 시절, 민주당 또한 ‘심리적 불경기’에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Vibe(분위기)와 침체(recession)를 합성한 신조어인 심리적 불경기(vibecession)는 소비자 신뢰 같은 부드러운 ‘소프트 데이터’가 경제활동과 고용시장에 관한 강력한 ‘하드 데이터’에 비해 당혹스러울 정도로 낮은 것을 의미한다. 썰렁한 경제 분위기는 가끔 당파적 렌즈를 통해 경제를 바라보는 소비자들 탓으로 간주된다. 분명히 말하건대 소비자 심리의 가파른 하락을 부채질한 주인공은 공화당이다.
오늘날 소비자 심리는 민주당과 공화당 지지자들을 망라한 모든 인구집단에서 급락하고 있다. 아마도 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전문적 식견을 지닌 시장 참여자들과 국내외 예측 전문가들 모두가 경고음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 월요일, 국제 연구 및 정책 기구인 OECD는 업데이트된 2025년도 경제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에 나온 이전의 보고서에 비해 OECE의 세계 경제 전망은 크게 악화됐다. 미국과 글로벌 성장 전망이 모두 하향조정된데 비해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상향조정됐다. 이같은 분석은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지만 OECD는 가중되는 불확실성과 확대되고 있는 무역전쟁을 주된 요인으로 꼽았다. 물론 이들의 발원지는 모두 트럼프였다.
OECD 보고서는 지난해 연간 2.8%의 강력한 성장세를 기록한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2025년에는 2.2%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2월 전망치에서 다소 떨어진 수치다. 2025년도 글로벌 GDP 전망 또한 0.2% 포인트 하향조정됐다. OECD의 전망에서 그나마 긍정적인 대목은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인플레이션이 최소한 지난해보다 낮아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미국은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2025년 미국의 헤드라인 인플레이션은 바이든 행정부 말기에 나온 전망치에서 상향조정됐다. 변동성이 높은 에너지와 식품 가격을 제외한 ‘핵심(core)’ 인플레이션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연방준비제도가 선호하는 인플레이션 척도인 핵심 인플레이션은 지난해의 2.8%에서 올해 3%로 다시 가속화될 조짐을 보인다.
OECD의 전망은 트럼프 행정부의 말대로 4월2일부터 멕시코와 캐나다에 대한 25% 관세가 부과될 것이라는 가정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러나 미국으로 들어오는 모든 물품에 10%의 보편관세를 추가한다는 트럼프의 위협이 또 하나의 무역 리스크로 남아 있다고 OECD는 지적한다. 보편관세가 현실화되면 미국의 무역 상대국들은 거의 틀림없이 보복조치를 취할 것이고, 이 경우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경제성장은 악화될 수 밖에 없다.
트럼프의 변덕을 이유로 자체적인 경제전망을 하향조정한 신뢰할만한 독립 기구는 비단 OECD 한 곳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주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스의 서베이에 포함된 월스트리트의 자료도 불과 몇 달 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더 낮은 성장률과 높은 물가를 예측했다.
블루칩 보고서는 “관세 인상과 중단을 반복하는 정책변화의 소용돌이, 이와 관련된 글로벌 무역전쟁의 위헙, 잠재적인 실직 공무원 군단, 연방정부 지출의 대폭 축소 가능성 등이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를 뒤흔들었고 ‘연성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lite)이라 불릴 유령을 깨웠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측근들은 대통령이 추진하는 마법같은 경제로의 ‘전환’에 바이브세션과 유사한 약간의 ‘고통’이 따른다고 한 목소리를 낼 것이다. 실제로 연방 상무장관인 하워드 러트닉과 백악관의 수석 참모들은 설사 트럼프가 추진하는 정책이 불황을 초래한다 해도 그것은 감내할만한 ‘가치’가 있는 일시적인 고통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과연 그럴지 국내외 소비자와 기업들은 조만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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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서린 램펠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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