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서글픈 것은 들리느니 슬픈 소식들뿐이기 때문이다. 함께 축하하고 기뻐할 소식은 적고 슬픔을 나눌 딱한 소식들만 들려온다. 평생 활력 넘치던 분이 갑자기 몸져눕는 가하면, 빈틈없이 건강 챙기던 분이 돌연 암 진단을 받고, 자신도 환자인데 치매 걸린 아내 돌보느라 자기 몸 챙길 여력이 없다는 소식 등 … 안타까운 소식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찾아든다.
이런 소식들보다 더 서글픈 건 자신의 몸에 나타나는 이상 징후들. 70대 80대 들어서면 몸의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프다. 예외적 소수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병이 생기는데, 이유는 분명하다. 너무 오래 살기 때문이다. 의학의 발달로 인해, 과거 같으면 죽었을 케이스들이 지병을 안은 채 오래 사는 모습으로 바뀌었다.
고령과 병은 떼어놓을 수 없는 조합인가. 무병장수는 불가능한 일인가. 기대수명이 길어지고 100세 넘는 초고령자가 날로 늘면서 이들의 장수 요인 그리고 건강한 장수 비결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중 하나가 최근 스페인에서 발표된 연구. 2023년 기네스북 선정 세계 최고령자였던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 할머니를 대상으로 한 연구였던 만큼 내용에 많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냐스 케이스가 특별한 것은 지난해 8월, 117년 168일의 긴 생을 마치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지병이 없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생애 마지막에 청력과 시력을 잃고, 관절통으로 거동이 불편했지만 심장질환 고혈압 치매 등 고령에 찾아들법한 질병이 전혀 없었다. 끝까지 맑은 정신으로 살다가 수면 중 고요히 숨을 거두었으니 말 그대로 무병장수, 고종명(考終命)의 표본이다.
연구진은 브라냐스 할머니 생존 시 연구를 시작했다. 혈액, 대소변, 침 등 가능한 모든 표본을 채취해 종합적으로 분석, 이제까지 나온 초고령자(110세 이상) 대상 연구로는 가장 완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연구결과 할머니의 장장 117년 무병장수의 결정적 비결은 유전자였다. 과학자들이 진행한 장내 미생물군과 DNA 연구결과를 보면 할머니는 아주 특별한 유전자 축복을 받았다. 유전자가 세포를 젊게 유지해서 세포 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17살이나 젊었다. 또한 장내 미생물군은 어린아이 수준으로 건강해서 질병이 생기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할머니의 무병장수 두 번째 비결은 건강한 생활습관. 지중해식단 식사를 하고, 술 담배 입에 대지 않고, 산보를 즐기고, 가족친지들에 둘러싸여 사는 삶이 육체적 정신적 노화를 지연시켰던 것으로 연구진은 보고 있다. 특이하게도 할머니는 요구르트를 매일 세 번씩 먹었는데, 발효식품이 장내 미생물군을 건강하게 유지에 도움이 된 것으로 보인다.
연구진은 아울러 할머니가 역경들을 이겨낸 사실을 주목한다. 1907년 3월 샌프란시스코에서 태어난 할머니는 1915년 스페인 태생인 부모를 따라 역이민했다. 스페인으로 돌아가는 선박 안에서 아버지가 폐렴으로 사망했고, 이후 1차 대전, 스페인 내전, 2차 대전을 두루 겪었으며 1918년 스페인독감 팬데믹을 겪었고 2020년에는 직접 코비드에 걸리기도 했다. 이런 어려움들을 겪으며 생긴 강단이 건강유지에 도움이 되었을 것으로 연구진은 해석한다.
우리 대부분은 117살까지 살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고령과 병이 반드시 같이 가는 건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자 수명이 다하는 그 날까지 브라냐스 할머니의 경험을 참고하면 ‘무병장수’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할머니는 말했었다. “질서, 평온함, 가족친지들과 좋은 관계, 자연과 가까이, 정서적 안정, 걱정 안하기, 후회 안하기, 긍정적 사고, 해로운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지기“가 건강의 비결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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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인상적인 말 씀이 해로운 (맘뽀 심보 썩은 영혼 빠뚤어진 양시..)사람과 머얼찌기 떨어지기 특히 요즘 고런 이들이 여기저기 죽순처럼 아무데나 쭈삣 쭈삣 솟아나니 더욱더 조심해야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