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2+2 협의, 관세협상 틀 마련
▶ 조선 협력·환율 등 패키지 논의 합의
▶ 대선 후인 7월 초로 ‘최종 합의’ 미뤄
▶ 미 트럼프 등판·방위비 언급은 없어
▶ 베선트 “생각보다 빨리” 속도전 강조
▶ 최상목은 “서두르지 않겠다” 온도차
한국 정부가 대(對)미국 관세 협상 타결을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양국 간 조선업 등 산업 협력과 패키지로 묶어 차기 대통령 선거(6월 3일) 뒤인 7월 초쯤 관세 폐지에 합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른바 ‘줄라이(7월) 패키지’(July Package)다.
한미 양국 정부는 24일 워싱턴 재무부 청사에서 재무·통상 고위급 ‘2+2 통상 협의’를 가졌다. 한국 측에서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미국 측에서는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각각 참석했다. 협의는 이날 오전 8시쯤부터 약 1시간 20분간 진행됐다.
성과는 상호관세 유예 기간을 최대한 활용하며 양측 관심 의제를 추려 포괄적인 합의를 도출하자는 데 양측이 동의했다는 것이다. 최 부총리는 이날 협의 뒤 주미대사관에서 브리핑을 열고 “향후 협의 범위 및 일정과 관련해 미국의 상호관세 유예가 종료되는 7월 8일 이전까지 관세 폐지가 목적인 ‘줄라이 패키지’를 마련할 것과, 양측 관심사인 관세·비관세 조치, 경제 안보, 투자 협력, 통화(환율) 정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논의해 나간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밝혔다. 브리핑에서 안 장관은 “다음 주 양국 간 실무 협의가 개시되면 분야별 작업반 내에서 협의 범주가 확정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단 겉보기론 한국이 원하는 속도가 관철된 모양새다. 미국은 신속한 협상을 통해 조기에 가시적 결과를 만들고 싶어 한다. 이날 백악관 미국·노르웨이 정상회담에 배석한 베선트 장관이 ‘다른 나라와의 관세 협상 상황을 설명하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주문에 “오늘 우리는 한국과 성공적 양자 회의를 가졌다”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 방증이다.
반면 최 부총리는 “서두르지 않겠다”며 “차분하고 질서 있는 협의”를 강조했다. 또 협의 과정에서 한국의 정치 일정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미국 측에 이해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도 밝혔다. 6·3 대선이 한미 합의의 변수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겉으로 보이는 온도 차는 실제와 다를 수 있다. 사실상 정상 간 ‘빅딜’이 불가능한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인 한국 정부의 의사 결정 한계를 모를 리 없는 미국 역시 속으로는 한국 새 정부 출범 뒤 정상회담 등을 통해 제대로 된 합의가 이뤄지기를 바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미국 측이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 부담액) 문제를 거론하지 않은 것도 이를 감안했을 개연성이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와 통화했을 때만 해도 관세와 분담금 문제를 한꺼번에 논의하자는 의향을 밝힌 바 있다.
베선트 “성공적 협의”… 트럼프 “군대 문제 다루지 않을 것”
▶ 비관세·경제 안보·투자 협력 등
▶ 4개 의제 실무협의 다음주 개시
일본의 대미 협상 때와 모습이 크게 달랐다.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 개입이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6일 일본 협상단이 워싱턴으로 오는 도중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자신의 협상 참석을 통보하고, 당일 백악관에서 만난 일본 측 관세 담당 각료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장관에게 일본이 부담하는 주일미군 주둔 경비가 너무 적다고 지적했다. 아카자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준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 모자를 쓴 채 사진을 찍는 굴욕을 당하기도 했다.
“성공적”이라는 베선트 장관의 평가가 한국 측 양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한국 대표단 자평이다. 미국 측이 흡족했다면 성과 홍보용 공동 보도문이 나왔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조선산업 협력은 향후 강력한 한국의 관세 협상 지렛대가 될 전망이다. 안 장관은 “다른 나라와 차별화하는 부분이 조선산업 협력”이라며 “(미국 측) 반응이 상당히 좋았다”고 말했다.
“이번 2+2 회의를 통해 협의의 기본 틀이 마련됐다”는 게 최 부총리의 평가다. 미 워싱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인 여한구 전 통상교섭본부장도 “하프 마라톤을 출발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고, 큰 의제하에 사전 정지작업을 해나간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협상 속도에 대한 한미 간 온도 차에 대해 “미국은 반(反)트럼프 전선이 광범위하게 형성되다 보니 빠르게 5개국과 성공적으로 협상해 본보기를 보여주려고 하는데, 한국은 국내 정치 사황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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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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