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하이퍼액티브(THE HYPERACTIVE) 100일’-. 내일 모레, 그러니까 4월 말로 2기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 100일을 맞는다. 그 첫 100일을 이코노미스트지가 이런 식으로 기술했다.
트럼프가 이 기간 동안 서명한 행정명령만 137개에 이른다. 상호관세 부과 방안과 같은 핵심 경제정책에서 연방정부 건물 내에서 종이 빨대 사용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이르기까지.
그 모양새가 그렇다. 지나칠 정도로 공격적인 행정부권한확대 드라이브에 나섰다고 할까. 트럼프 행정부 2기 그 첫 100일을 이코노미스트지는 일종의 ADHD(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증상으로 넌지시 비유한 것이다.
100일이 1,000일 같았다고 할까. 아니면 우당탕탕 거대한 굉음(轟音)과 함께 한 순간 지난 느낌이라고 할까. 어찌됐든, 트럼프 2기 집권 100일을 앞둔 시점의 여론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트럼프 지지율은 월 스트리트 저널에 따르면 45%,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42%로 각각 나타나 2차 대전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수준을 마크하고 있다.
그러면 앞으로 남은 1,361일 동안 2기 트럼프 행정부는 성공적 궤적을 그려나갈 수 있을 것인가. 전망이 그리 밝은 편은 아니다. 특히 해외정책 부문에서 우려의 시각이 짙다.
‘집권 첫 100일이 지난 앞으로의 수개월은 전쟁에서, 전쟁으로 이중삼중 중첩된 위기의 연속으로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유산을 결정지을 중요 시기가 될 것 같다.’ 존스 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의 진단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우크라이나전쟁, 중동전쟁, 대만해협에서의 충돌가능성. 그리고 중국과의 보다 본격적인 무역전쟁 등 지속적으로 몰려오고 있는 위기들에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에 따라 미국과 서방세계의 앞으로의 안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관련해 우선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트럼프 팀의 우크라이나전쟁 접근 방식이다. 대선 유세 때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었다. 스스로를 ‘피스 메이커(peace maker)’로 포장하면서 대통령에 당선되면 하루 만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짓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집권 100일이 다 되어간다. 그런데도 평화협정은 고사하고 단기 휴전도 못 이끌어냈다. 그리고 대신 나오는 소리는 휴전협상에서 손 떼겠다는 거다.
이는 J.D. 밴스 부통령이 지난 주 인도 방문 중에 한 경고로 미국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 매우 분명한 제안을 했다며 ‘이제 그들이 받아들여야 할 때로 그렇지 않으면 미국은 손을 떼겠다’고 한 것. 이 발언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겨냥한 것으로 젤렌스키는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이양하는 조건의 미국 주도 휴전안에 명백한 거부의사를 밝혔다.
트럼프도 밴스의 발언에 바로 맞장구, 소셜 미디어를 통해 젤레스키는 평화, 아니면 결국 총체적 패배로 귀착되는 또 다른 3년간의 전쟁,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을 가했다.
사사건건 푸틴 러시아 편을 들고 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에게 일방적 양보를 강요한다. 트럼프의 휴전 프레임은 거의 이런 꼴이다. 그런 제안을 당사자인 젤렌스키는 물론, 유럽의 나토회원국들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미국은 명색이 러시아에 대항해 싸우는 우크라이나와 동맹이다. 그런데 우군인 우크라이나에게만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이를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나.
‘우크라이나와 관련해 트럼프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역(逆)키신저(reverse Kissinger)전략‘이다. 이를 통해 러시아와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노리는 것은 중국으로부터 러시아를 떼놓는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지적이다.
다른 하나는 유럽의 안보 무임승차 버릇을 고쳐 우크라이나지원을 포함해 스스로 방위에 나서게 하는 것이라는 게 이어지는 설명이다.
성과가 없지 않아 있다. 러시아의 관계가 다소간 호전됐다. 휴전협상에도 어느 정도 진전이 있다. 또 나토 회원국들은 국방비증액에 나서고 있다. 성과는 그러나 극히 제한적이다.
부활절 휴전에도 불구, 우크라이나에서 공방전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 관계는 여전히 상당히 경색돼 있다. 그뿐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나토회원국들과의 관계에서 파열음이 들려오면서 스페인 등 일부 유럽국들이 중국을 향해 구애의 손길을 뻗고 있다.
이 정황에서 무엇보다 비판이 쏠리고 있는 것은 푸틴 러시아에 손을 내밀어 시진핑의 중국을 고립시킨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른바 ‘역 키신저전략’이다. 한마디로 환상에 불과하다는 것이 군사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포린 어페어스지도 같은 시각이다. 우크라이나전쟁 3년 동안 러시아가 겪은 가장 큰 변화로 철저한 반서방, 반미성향의 사회가 된 것으로 진단하면서 그 러시아와의 관계 정상화는 ‘포스트 푸틴시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탄탄한 억지력구축이 서방의 유럽안보의 초석이 되어야한다고 포린 어페어스지는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접근방식이 왜 그토록 중요한가. 첫 단추를 잘 못 꿰었을 때 전체 모양새가 흐트러진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오도된 전략적 대응은 뒤이은 거대 유라시아대륙을 둘러싼 독제세력 쿼드와의 대립전선 전반에 큰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때문에 트럼프의 우크라이나 전쟁해법에 비상한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 전략이라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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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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