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이민자와 성전환자 및 과학자를 박해했고 법치주의와 언론의 자유를 표적으로 삼았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당신의 어린 자녀들까지 노리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의 관세와 대학을 향한 몽니가 뒤섞인 잡음에 대부분 가려졌지만 행정부 관리들은 어린이들의 건강과 복지를 지키는 서비스를 제거하고 있다. 여기에는 아이들을 먹이고, 알파벳을 가르치며,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학대로부터 보호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이런 프로그램을 파괴하는 것은 극우의 이른바 친가족 의제에 반하는 잔혹한 행위일뿐 아니라, 엄청난 낭비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나온 연구 결과는 정부가 어린이, 특히 저소득층 아동의 건강과 교육에 사용하는 예산이 가장 높은 투자 수익을 올린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예를 들어, 이번주 언론에 유출된 문건에 따르면 정부는 헤드 스타트(Head Start)에 대한 연방기금 지원을 전면 중단할 계획이다. 60년간 지속된 취학전 프로그램인 헤드 스타트의 일선 기관들에 제공해온 재정 지원을 일시적으로 동결해 조직을 무력화시킨데 뒤이은 조치다. 앞서 정부는 워싱턴 본부의 직원들을 대량 해고했고, 전국에 산재한 지역 사무실의 절반을 영구 폐쇄했다. (공교롭게도 정부 당국은 민주당 강세주에 위치한 헤드 스타트 지역 사무실만 폐쇄했다.) 이들 지역 사무실의 직원들은 폐쇄 전에 사전 통지를 전혀 받지 못했기 때문에 헤드 스타트 담당자의 보조금 승인을 기다리고 있던 일부 지역의 미취학 아동 교육 프로그램은 지속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저소득층 아동이 태어난 후 5세가 될 때까지 돌봐주는 헤드 스타트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의 가난과의 전쟁의 일환으로 시작됐지만 그 이후 수 십년동안 공화당과 민주당으로부터 초당적 지지를 받았다. 이 프로그램이 빈곤 아동과 그들의 가족에게 교육, 영양, 건강과 심리적 지원까지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는 당연한 일이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프로그램 운영 방식을 주 정부에 일임한 것도 헤드 스타트의 매력포인트 중 하나다.
또한 프로그램에 투입되는 비용이 장기적인 교육 성과와 경제적 자립을 향상시키는 등 제몫이상의 효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최근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자체적으로 소요 비용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헤드 스타트에 참여한 아동은 평생 더 많은 돈을 벌고, 더 많은 세금을 납부하며, 사회안전망 혜택 의존도 역시 줄어든다는 얘기다. 여기서 발생되는 수익은 등록 초기비용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정부의 입장에서 보면 저소득층 아동을 교육하고 보살핌으로써 오히려 경비를 절약하게 되는 셈이다.
이같은 사례들은 트럼프의 “효율성부”가 정부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연방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지난주 납중독 연구 그룹에 속한 직원을 전원 해고했다. 당시 밀워키의 학교들은 납중독 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연방 정부의 도움을 요청한 상태였다. 주 정부들의 납 파이프 교체작업을 돕기 위한 연방 지원금 역시 동결되거나 보류됐다.
CDC에서도 인정하듯 어린시절 납에 노출되는 것은 당사자인 아동과 사회 모두에게 천문학적인 피해를 입힌다. 납중독은 어린이들의 인지력 발달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반사회적 행동을 증가시키며, 일반적으로 삶의 결과를 악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납 성분에 노출된 아동은 성인이 된 후에도 범죄를 저지를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독소를 제거하려는 노력을 저지하는 것은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타당치 않다.
로버트 F. 케네디 보건복지부 장관은 공중보건 전문가들을 해고하다가 잠시 시간이 남을 때에는 그들이 이룬 최대의 업적 - 구체적으로 말해 아동 백신접종에 대한 의심의 씨앗을 뿌린다. 전국적으로 홍역이 유행하면서 이미 두 명의 백신 미접종 아동이 숨졌음에도 불구하고 케네디는 턱없는 반백신 소음을 증폭시키며 홍역 예방주사의 “안전성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거짓 주장을 고수한다. 그는 환자 가족들에게 (때론 치명적인) 홍역 바이러스를 비타민A 보조제로 손쉽게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고, 그의 이런 황당한 조언 때문에 텍사스의 일부 어린이들이 비타민A 영양제를 과다복용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방의회에서 공화당이 수 백만명의 어린이들이 의존하고 있는 공중보건과 영양 프로그램의 대대적인 지출 삭감을 설계하는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이미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앞세워 실질적인 예산 살육에 착수했다. 예를 들어 농무부는 지역 농가와 목장으로부터 식자재를 구입하는 푸드 뱅크와 학교 급식 프로그램에 제공되는 10억 달러의 지원금 중 상당액을 삭감했다. 브룩 롤린스 농무부장관은 이같은 지출은 “필수적이지 않다”고 선언했다. 유사한 이유로 린다 맥마흔 교육부 장관은 대부분의 부서를 폐쇄하고 아동들의 덧셈과 읽기 능력 측정을 맡았던 직원들을 집단 해고했다.
트럼프가 시민권이 없는 어린이들과 미국에서 이민자에게 태어난 아이들에게 극심한 혐오감을 예비해 둔 것은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트럼프는 헌법을 무시한 채 이들에게 출생시민권을 부여하지 않으려 시도했다. 그는 이민 당국에 이른바 “민감 시설”로 불리는 학교와 탁아센터를 급습할 수 있는 전면적인 권한을 부여했다. 이전에는 민감 시설에서 법집행을 하려면 사전에 서면허가서를 발부받아야 했다. 트럼프가 내린 조치로 인해 잔뜩 겁을 집어먹은 이민 가정의 일부 부모들은 아예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있다.
한편 보호자가 없는 이민자 아동들은 법원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법적 변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동 성매매와 다른 형태의 학대를 받은 어린 피해자들은 홀로 판사 앞에 서야 한다. 이민자들을 향한 적대감은 아동 복지에 예상치 못했던 또다른 부작용을 가져왔다. 예들 들어 플로리다 주의회 의원들은 서류미비 이민자들이 비운 일자리를 채우기 위해 아동 노동법의 완화를 시도하고 있다. 분명히 플로리다의 중등학교 학생들은 아이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기엔 너무 어리지만 야간 작업을 하기에 충분할만큼 나이가 들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와 함께 국경 너머의 아동 노동을 저지하는 프로그램도 축소했다.
아마도 그들에겐 이 모든 것이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타당하게 들릴지 모른다. 오늘 당장 중노동에 동원할 수 있는 아이들을 더욱 건강하고 생산적인 미래의 어른으로 성장시키려는 바램에서 먹이고, 예방접종을 해가며 교육시킬 필요가 있을까?
<
캐서린 람펠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서>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