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건강 상식
▶ 평소 더 많이 자두는 방식
▶ 야간근무자·운동선수 등의 피로 줄이고 수행능력 높여
▶ ‘수면이 곧 약’ 최대 활용을
이상적인 세상이라면, 매일 밤은 충분하고 깊은 잠으로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는 기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긴 근무 시간이나 불규칙한 스케줄, 아기나 아픈 사람을 돌보는 일, 시차 적응 등은 좋은 수면을 방해하곤 한다.
많은 사람들은 수면이 부족한 다음 날, 그 보상으로 더 오래 자려고 한다. 하지만 힘든 밤이 예정되어 있다면, 그 전에 미리 해둘 수 있는 일이 있다. 바로 ‘수면 저축(sleep banking)’이라는 선제적인 전략이다. 이는 수면 부족이 예상되는 기간을 앞두고 평소보다 더 많이 자두는 방식이다.
■ 수행 능력과 경계심 향상
수면 저축은 군대에서 시작되었다. 2009년, 임무 수행 전 수면이 어려운 상황에서 피로를 줄이기 위한 전략으로 처음 연구되었다. 소규모 연구들에 따르면, 수면 저축은 이후 수면 제한 상황에서 수행 능력과 경계심을 향상시킬 수 있다.
헨리 M. 잭슨 군의학 발전 재단의 과학 책임자인 트레이시 러프는 “보통 사람들에게 잠자리에 한 시간 일찍 들고, 한 시간 늦게 일어나는 방식으로 양쪽에 약간씩 여유를 주라고 권한다”며 “회복 자원을 최대한 비축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또한 수술, 출산, 마라톤 등 신체적으로 힘든 일이 예정되어 있을 때도 이 전략을 써보라고 조언한다.
하지만 수면 저축 역시 일관된 양질의 수면을 대체할 수는 없다. 유타대학교 건강·운동학과의 조교수인 크리스토퍼 데프너는 “짧은 기간 동안 수면 부족이 예상된다면, 그 전에 최대한 수면을 확보해두는 것이 부정적인 영향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하지만 이걸 반복적으로 계속하면 결국 수면 부족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 수면 저축의 이점
2009년, 러프와 월터 리드 육군 연구소의 동료들은 18세에서 39세 사이의 민간인과 현역 군인 24명을 대상으로 수면 연장의 효과를 실험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10시간 동안 침대에 머무는 ‘수면 연장 그룹’과 일반적인 수면을 취하는 ‘통제 그룹’으로 나뉘었다. 이후 모든 참가자들은 7일간 단 3시간만 침대에 있을 수 있는 수면 제한 단계를 거쳤고, 이어서 5일간 8시간 수면의 회복 기간을 가졌다.
연구진은 이후 참가자들의 경계심과 수행 능력을 테스트했다. 경계심 테스트에서는 어두운 방에 누워 깨어 있으려 노력했으며, 더 빨리 잠들수록 경계심이 낮은 것으로 간주되었다. 수행 능력은 시각 자극이 나타났을 때 버튼을 누르는 반응 속도로 측정되었다. 반응 속도가 짧을수록 더 나은 결과로 평가되었다.
그 결과, 수면 저축을 한 그룹은 이후 수면 제한 동안에도 경계심과 수행 능력 모두 더 나았고, 회복 속도 또한 더 빨랐다. 수면 제한 기간 동안, 수면을 연장했던 그룹은 두 가지 테스트 모두에서 통제 그룹보다 더 나은 성과를 보였다. 또한 회복 기간 첫날부터 반응 속도가 현저히 짧아졌고, 이후에도 안정적인 성과를 유지했다. 반면 통제 그룹은 5일 내내 서서히 회복해야 했다.
러프는 “수면을 더 했던 그룹은 확실히 더 나은 결과를 보였다. 반응 속도가 빠르고, 덜 졸렸으며 회복도 더 빨랐다”며 “우리는 수면 저축이 단순한 수면 부채 상환이 아니라, 나중에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예비 자원’을 축적하는 것이라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2015년에는 건강한 남성 14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6일간 수면을 연장한 결과, 이후 21시간 연속 수면 부족 상황에서도 경계심이 더 높고 졸림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의 체계적 문헌 검토에서도, 수면 저축은 수행 능력, 급성 피로 및 깨어 있기 능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 리뷰에 포함된 다섯 건의 연구에서는 교대 근무자, 전기 기술자, 의학 전공의 등이 참가했다. 피츠버그대학 응급의학 부교수이자 해당 리뷰의 저자인 P. 다니엘 패터슨은 “의사들은 당직 근무나 대기 때문에 24시간 잠을 못 자는 경우가 있다. 연구에 따르면 수면 저축은 환자 안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줬다”며 “핵심은, 수면 저축은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 ‘수면은 곧 약이다’
수면 저축은 야간 근무자, 장시간 근무자, 교대 근무자 같은 사람들에게 피로를 줄이고 수행 능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들은 일반적인 스케줄을 가진 사람들보다 수면 시간이 짧고, 불면증 발생률도 더 높다. 게다가 교대 근무는 심혈관 질환, 비만, 제2형 당뇨병, 일부 암을 포함한 다양한 건강 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패터슨은 “수면은 정말로 약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응급의료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에 교대 근무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연구하고 있다. 그는 “신체가 회복하고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더 많이 줄수록 좋다. 특히 교대 근무자에게는 더욱 그렇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약 유연성과 여건이 된다면, 예정된 근무 하루 이틀 전부터 수면 저축을 시도해보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 신체적으로 부담이 큰 이벤트를 위한 수면 저축
다른 연구들도 수술이나 운동 경기 같은 신체적으로 큰 부담이 예상되는 일을 앞두고 수면 저축의 효과를 보여준다.
2017년 연구에서는 무릎이나 고관절 수술을 앞두고 일주일 동안 매일 밤 2시간씩 더 자게 한 참가자들이 통제 그룹보다 통증을 덜 느끼고, 몰핀 요구량도 적었다. 2019년 연구에서는 수면을 사흘간 연장한 장거리 사이클 선수나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일반 수면을 취한 그룹보다 기록이 더 좋았다.
■ 수면 저축을 위한 팁
많은 사람들에게 이미 바쁜 스케줄 속에서 수면 시간을 더 확보하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수면 저축을 시도하고 싶다면 다음의 전략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틈나는 대로 수면 시간 확보하기: 잠잘 기회가 있다면 최대한 활용하자. 몇 밤 연속으로 30분에서 1시간 일찍 자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러프는 밤잠을 앞뒤로 늘리는 것도 추천한다.
▲ 낮잠 활용하기: 수면 저축 연구는 대부분 밤 시간 수면 연장을 기준으로 했지만, 밤 수면 연장이 어렵다면 낮잠도 고려해볼 만하다. 데프너는 “보통 30분 정도의 낮잠이 적당하며, 경계심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과유불급: 수면 저축은 일시적인 수면 부족을 대비한 단기 전략이다.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성인은 매일 최소 7시간의 수면을 확보해야 한다. 수면 위생을 개선하거나, 가능하다면 교대 근무를 줄이는 것도 수면의 질과 건강에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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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eeri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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