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와 중국과의 무역 합의는 모호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합의도 파이낸셜 타임스 논평가가 기막히게 명명한 이른바 “타코”(TACO) 거래의 낯익은 궤적을 따라가는 듯 보인다. 타코란 “트럼프는 늘 겁먹고 도망간다”(Trump Always Chickens Out)는 시장의 견해를 반영한 조롱섞인 신조어지만 이번에는 한 가지 반전이 있다.
중국과의 합의는 대체로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시작하기 이전의 상태로 환원되는 것을 뜻한다. 다만 한 가지 예외는 (미국산 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율이 10%인데 비해) 미국의 소비자들이 구입하는 중국산 수입품에는 무려 55%의 관세가 붙는다는 점이다. 트럼프의 관세는 중국보다 미국에 더 큰 고통을 안겨줄 것이다. 경제학자인 딘 베이커는 트럼프 관세로 인해 세계은행은 미국의 올해 성장률이 지난해의 2.8%에서 1.4%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한다고 지적한다. 반면 중국의 성장률은 이전의 전망치를 그대로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되면 트럼프의 “해방의 날” 비용을 누가 지급하는지는 분명하다.
이렇듯 연극적인 상황 너머에 중요한 교훈이 있다. 현재 글로벌 경제는 대단히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이어서 어떤 수단이든 기꺼이 동원하는 미국의 대통령조차 현실적인 힘의 한계에 직면한다는 사실이다. 앞서 헨리 파렐과 에이브러햄 L. 뉴먼과 같은 학자들은 경제적 상호의존성이 무기로 사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는 나라마다 세계 경제에서 그들이 지닌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강압적인 압력을 행사할 수 있다. 워싱턴은 이 전략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다. 숫한 개인과 국가에 경제 제재와 2차 제재를 가했고 특정국을 글로벌 시스템에서 배제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이러한 힘의 실질적 한계와 이를 과도하게 사용한데 따르는 댓가가 무엇인지 목격하고 있다.
최근 수십년동안 미국 행정부는. 민주당이나 공화당을 막론하고, 세계 금융계에서 미국의 경제적 우위를 무기화했다. 이 영역에서 미국의 힘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달러는 세계 외환거래의 거의 90%에서 사용되며 세계외환환보유고의 57%를 차지한다. 또한 전세계 부채의 60%이상이 달러화로 발행된다. SWIFT 금융 메시징 시스템은 벨기에에 본부를 두고 있지만 미국이 취한 제재를 효과적으로 집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연방 재무부의 추산에 따르면 지난 2006년 SWIFT는 매일 5조 달러에 달하는 거래를 처리했다. 이러한 도구들을 동원해 워싱턴은 총 한발 쏘지 않고 이란, 러시아와 북한 등 적대국들을 응징하고 이들을 세계 금융시스템에서 고립시킬 수 있다.
그러나 무역은 금융과 다르다. 혼란스럽고 다극화한 세계에서 국가들은 저마다 많은 선택지를 갖고 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에탄 수출을 제한하자 베이징은 다른 연료로 대체했다. 게다가 중국은 자체적인 지렛대를 갖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의 상품 수출국으로 2023년에만 대략 3조 4,000억 달러의 제품을 해외에 판매했다. 세계 제조업 부가가치의 거의 30%를 생산하며 스마트폰에서 태양광패널에 이르는 모든 제품의 공급체인을 장악하고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이 핵심 소재 가공분야의 선두주자라는 점이다. 세계 주석의 68%, 코발트의 73%, 중희토류의 최대 99.9%, 리디움의 59%를 정제하고 있는데 이들은 전기차, 풍력 터빈과 반도체에 사용되는 필수소재다.
워싱턴이 첨단칩제조 기술의 중국 수출 제한을 강화하자 베이징은 미국의 거의 모든 전자제품과 방위시스템에 필수불가결한 일부 희귀 소재 수출금지로 맞섰다. 중국은 트럼프의 에탄 수출제한에 대체 연료 사용으로 대응했지만 미국은 희귀소재를 발빠르게 교체할 방법이 없다.
만약 트럼프에게 실제로 전략이라는게 있었다면 그것은 중국에 대한 근본적으로 잘못된 이해에 바탕을 둔 것이었다. 베이징은 트럼프가 가할 바로 그런 종류의 압력에 대비해왔다. 중국공산당은 미국산 수입품에 대한 국내 경제의 의존도를 줄였고,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과 적극적으로 협상을 시도했으며 소비자들이 외국의 괴롭힘에 맞서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도록 독려했다.
트럼프 훨씬 이전부터 워싱턴은 지나질 정도로 국가 경제력을 함부로 휘둘렀다. 세계 제재 데이터베이스에 따르면 미국이 해외 국가들에 가한 경제 제재 건수는 지난 20년 사이에 무려 다섯배 이상 급증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관세와 (외국인 학생들의 비자 취소 등) 무역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온갖 조치를 취하며 상황을 극단으로 몰아갔다. 그는 세계 초강대국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기보다 마피아 보스에 더 가깝게 들린다.
결국 트럼프의 무역전쟁은 미국이 확실한 이점을 갖지 못한 분야에서 강압적으로 하드 파워를 남용함으로써 순응보다 반발을 불러일으킨 교과서적 케이스이다. 이는 시장을 교란시켰고, 동맹을 손싱시켰으며 미국이 주도하는 시스템의 대안 모색을 가속화했다. 미국이 하드 파워를 함부로 휘두른데 따른 댓가는 소프트 파워 약화로 나타났다. 즉 세계의 의제 설장자이자 금융과 통화에서 국제정치에 이르는 수 많은 분야에서 결정적 영향력 행사를 가능하게 만들었던 미국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약화됐다.
정치학자인 로버트 O. 키오헤인과 조셉 S. 나이는 최근 트럼프가 하드파워에 집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같은 사람은 “교황은 몇 개의 사단을 갖고 있소?”라는 조셉 스탈린의 조롱섞인 발언을 즐겨 인용할지 모른다. 그러나 키오헤인과 나이가 지적했듯 2차세계대전 종전 이래 80년이 지난 지금 스탈린이 통치했던 나라는 역사의 모래밭에 묻혔지만 교황청은 살아남아 번성하며 전 세계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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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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