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아지 값 6년 새 3배 ‘폭등’
▶ 장기 가뭄에 소 사육량 급감
▶ 주요 수입국은 고관세 타격
▶ 가격 하락 닭고기 대체 늘어
쇠고기 가격이 치솟고 있다. 최악의 가뭄이 소 사육 두수를 급감시키면서 공급이 줄었고, 관세 부담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쇠고기 가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연방 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에 따르면 지난 7월 쇠고기(송아지 포함) 가격은 전년 대비 약 11.3% 급등했다. 같은 기간 전체 식품 물가 상승률의 4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쇠고기 가격 폭등은 미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올여름 들어 세계 곳곳에서 소비자 쇠고기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 장기 가뭄에 소 사육 급감쇠고기 가격 급등 원인은 2022년부터 이어진 심각한 가뭄이다. 장기간 이어진 가뭄으로 주요 축산 주 올해 소 사육 마릿수는 1951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에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까지 겹치며 브라질 등 주요 쇠고기 수입국이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따라 쇠고기 가격은 당분간 급등세를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워싱턴D.C.에서 대형 델리 업체의 월터 아발로스(34) 영업 담당은 과거 1년에 한 번 정도 오르던 육류 가격이 이제는 매주 오른다고 토로한다. 그는 “가격표 맨 아래에 ‘가격은 언제든 변동될 수 있음’이라고 명시할 수밖에 없는데 전에 없던 일”이라고 육류 업계 실정을 전했다. 가주 데일리시티의 인앤아웃 매장 가격표에도 이 같은 현실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소비자들은 쇠고기 및 관련 제품 소비를 크게 줄이지 않고 있다. 최근 S&P 글로벌이 연방 농무부 자료를 인용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들어 미국 내 쇠고기 소비량은 줄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의 쇠고기 가격 폭등세가 이어지는 한 2026년부터는 소비량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럴 필 오클라호마주립대 농기업학 교수는 “쇠고기 가격은 당분간 고공행진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라며 “이 상황에 도달하는 데도 몇 년이 걸렸고 회복에도 몇 년이 필요하다. 단기간에 해법은 없다”라고 우려했다.
■ 송아지 값 6년 새 3배 ‘폭등’소 사육은 통상 5년 주기로 늘고 줄기를 반복한다. 그러나 최근의 하락세는 “유례없이 심각하고 장기적”이라고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피터 갈보 연구원은 분석했다. 3년 전, 텍사스, 오클라호마, 네브래스카 등 최대 축산 주 세 곳에 기록적인 가뭄이 닥쳤다.
목장주들은 아사 위기의 소들을 일찍 도축하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단기적으로는 쇠고기 공급이 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송아지 개체 수가 급감하며 가격 급등을 불러왔다. 데럴 필 교수는 “지금의 상황에선 소를 도축해 당장 먹을지, 아니면 번식을 위해 남길지 선택해야 한다”라며 “소는 한 번에 송아지 한 마리만 낳기 때문에 회복이 느릴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2022년 정점에 달했던 가뭄은 다소 완화됐지만, 텍사스와 캔자스 일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가뭄이 이어지며 소 개체 수 감소 현상이 악화하고 있다. 연방 농무부에 따르면 7월 기준 번식용 암송아지 두수는 2년 전보다 3% 줄었고, 이로 인해 번식용 암송아지 가격은 급등세를 타고 있다.
미시건 주립대 필 더스트 농업 교육자는 “2018년 파운드당 평균 1.48달러였던 송아지 가격이 2024년에는 3.22달러로 뛰었고, 올해는 최소 4.4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 최대 수입국 브라질 50% 관세가뭄으로 인한 소 사육 감소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이 쇠고기 시장을 뒤흔드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관세 전쟁의 직격탄을 맞은 국가는 세계 최대 쇠고기 수출국 브라질이다. 올해 1~6월 브라질은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 전통 쇠고기 수출 강국을 제치고 미국 최대 쇠고기 공급국으로 올라섰다.
연방 농무부 자료에 따르면 같은 기간 미국의 쇠고기 수입은 전년 대비 60% 이상 급증했는데, 그중 상당 부분이 브라질산이었다. 지난 5월 브라질의 대미 수출량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늘었다. 당시, 향후 고율 관세를 앞두고 쇠고기 수입업체들이 서둘러 물량을 확보한 데 따른 결과였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트럼프 행정부가 브라질산 쇠고기에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이번 조치는 특정 수입품 보호책이 아니라,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군부 쿠데타 모의 의혹 기소에 대한 정치적 항의 성격이 짙은 것으로 분석된다. 호주 등 일부 국가도 10% 관세를 맞으면서 미국 쇠고기 시장의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피터 갈보 BOA 연구원은 “관세 조치는 결국 미국 소비자 가격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호주 농업기술업체 랜치봇의 앤드루 코핀 CEO도 “관세는 단순히 가격 상승을 넘어 수입 쇠고기의 종류 자체를 바꿀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햄버거나 타코용 다짐육은 기름기가 많은 미국산 쇠고기 부위에 외국산 살코기를 섞어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관세로 인해 혼합 비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 멕시코산 쇠고기는 치명적 질병멕시코는 미국 쇠고기 가격에 영향을 미칠 또 다른 변수로 지목된다. 멕시코는 미국 주요 쇠고기 수입국 가운데 하나였지만, 치명적 소 질병이 번지면서 미국은 지난 5월부터 멕시코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차단했다. 멕시코 역시 25% 관세 대상이지만 현재 협상으로 잠정 중단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미국 내 적색육 판매는 꾸준히 늘었다. 비영리 소비자단체 컨슈머에지의 마이클 군터 부사장은 “높은 쇠고기 가격이 아직까지 소비 흐름에 큰 타격을 주지 않았다”라고 분석했지만, 웰스파고 애그리푸드연구소의 마이클 스완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자들이 언제까지나 비싼 값을 감수하진 않을 것”이라고 소비 감소를 경고했다.
그나마 희소식은 닭고기 가격이다. 옥수수와 대두 풍작 덕분에 사료비가 낮아지면서 닭고기 가격은 올해 들어 오히려 하락세다. 작년 7월 대비 올해 7월 닭고기 가격은 0.4% 떨어졌다. 이 때문에 패스트푸드 업계도 치킨 메뉴를 앞다퉈 홍보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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