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끝났다(South Korea is over)’- 지난 봄 독일의 한 유튜브 채널에 올려 진 영상 제목이다.
태극기가 녹아서 흘러내리는 그래픽을 섬네일로 걸고 초저출산이 한국 사회 전반에 가져올 문제적 상황들을 마치 종말론을 펼치듯 그려냈다. 이 15분짜리 유트브가 전한 메시지는 다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맞고 있는 초저출산사태,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만 맞고 있는 상황이 아니다. 전 세계적 현상이다. 초저출산 사태로 인류는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맞고 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1300년대 흑사병 창궐이후 처음으로 ‘인구감소의 시대(The Age Depopulation)’에 들어섰다는 것이다.
14세기 흑사병이 휩쓸고 간 여파로 4억5000여 만을 헤아리던 세계 인구는 최소 7500여 만에서 2억 명 정도가 감소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후 700년 동안 세계 인구는 20배가 늘었고 특히 지난 한 세기동안에는 4배가 늘었다.
세계 인구가 최근 들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14세기에는 페스트가 인구감소를 가져왔지만 오늘날에는 사람들의 자의적 선택이 ‘인구감소 시대’를 열고 있다는 것이 인구전문가 니콜러스 에버스타트의 진단이다.
자녀 낳기를 기피 한다. 장연히 뒤 따르는 것은 초저출산이다. 일종의 세계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할까 한 이런 풍조는 ‘인구감소 시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출산율 급감은 일부 선진국에서만의 현상이 아니다. 세계적 현상이 되어가면서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나라도 해마다 늘고 있다. 이와 함께 세계 곳곳에서 두드러지고 있는 현상은 인구의 고령화다.
출산율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 반면 기대 수명치는 높아가고 있다. 그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65세 이상 노년층 인구 구성비의 급증과 중간연령의 꾸준한 상승, 즉 전반적 고령화다.
1960년 전 세계의 65세 이상 연령층인구는 5%선을 마크하고 있었다. 그러던 것이 2021년에는 두 배로 늘었다. 그리고 2050년에는 세 배 이상이 될 것이라는 게 유엔의 전망이다.
출산율 격감, 이에 따른 인구고령화, 그리고 인구감소- 일종의 악의 순환이랄까. 이 같은 상황에 빠져든 나라는 현재 40여개에 이르고 2050년에는 90개국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구의 고령화에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뒤따르는 것은 경제 성장의 둔화다. 65세 이상의 노년인구 급증은 반대로 근로연령층(15~64세) 인구의 전반적 감소를 불러온다. 특히 가장 생산성이 높은 연령층(40~49세)구성비가 급격히 줄 때 그 사회는 경제적 다이내믹을 크게 상실한다. 이른바 인구배당효과(demographic dividend)소멸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유엔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의 근로연령층 인구는 고령화와 함께 2020년에서 2050년 사이 17%가, 동아시아지역은 24%가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근로 연령층 인구 감소는 경제 전반의 탄력성 상실을 불러온다. 거기에다가 노년복지 예산의 증가로 경제성장은 더 어려워진다는 것이 많은 분석가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인구감소시대’는 그러면 재앙의 전조로 받아드려야 할까. 명(明)과 암(暗)은 병행하기 마련이라 하던가. 예기치 않은 ‘good news’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의 지적이다.
인구 고령화는 국가 간의 전쟁 가능성을 상당히 줄여준다. 따라서 ‘인구감소의 시대’는 상대적으로 보다 평화로운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
스웨덴의 웁살라 평화연구소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22년 10년 사이 국가가 주도한 전쟁 등 폭력적 갈등사태는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폭력적 갈등의 전 지구적 폭발 상황’을 맞았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전쟁 통계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폭력적 갈등 대부분이 인구 통계학적으로 젊은 나라들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다. 전화에 휩쓸린 이들 나라들의 거의 대부분이 65세 이상 연령층 인구가 5%미만인 ‘젊은 나라’였던 것이다.
인구통계학적으로 ‘늙은 나라’들은 전쟁유발과 거리가 먼 편이라는 것이 증명됐다고 할까.
폭력적 갈등사태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젊은 인구를 가진 아프리카대륙에서 주로 발생했다. 다른 말이 아니다. 인구통계학적으로 ‘젊은 나라’들은 대체로 공격적이고 그만큼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왜 ‘늙은 나라’들은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적은가. 고령화는 경제성장 둔화를 불러온다. 그런데다가 노년층 복지 부담은 날로 가중된다. 그만큼 전쟁을 일으킬 여력이 고갈된다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노년층으로 갈수록 평화를 선호한다.
전 세계적으로 인구고령화와 반비례해 줄고 있는 것은 군 징집연령층(18~23세) 인구다. 오는 2050년까지 동아시아지역에서 이 연령층인구는 2020년에 비해 42%, 4800만이, 라틴 아메리카에서는 900만(13%), 유럽에서는 800만(17%)가 각각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역시 전쟁 발생 가능성 감소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렇다고 전쟁이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고령화와 함께 기회의 창은 닫혀가고 있다. 초조하다. 때문에 오히려 전쟁을 일으킬 수 있다. 독재체제에서 흔히 보는 경우다. 가까운 장래에 그런 돌발적 사태 가능성 역시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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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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