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두로 축출 뒤 발언 수위 높여…콜롬비아·이란·쿠바·멕시코 등 거론하며 압박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기습적인 군사 작전으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축출하자 국제사회는 다음 타깃이 어느 국가가 될지 우려 속에 주시하는 분위기다.
마두로 축출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이 다른 중남미 국가들과 이란 등에 대해서도 발언의 수위를 높이며 군사 조치를 거론하자 이들 국가에선 안보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먼저 4일(현지시간) 사저가 있는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 에어포스원 기내에서 콜롬비아를 상대로 군사 작전을 단행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그는 "콜롬비아도 아주 병든 나라다. 코카인을 만들어 미국에 파는 것을 좋아하는 역겨운 남자가 이끌고 있는데 그는 아주 오래 그러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롬비아에서도 작전을 할 것이냐는 질문에 "좋은 생각"이라면서 부인하지 않았다.
멕시코와 이란에 대해서도 여러 문제에 대해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멕시코에 대해서는 "마약이 멕시코를 통해 쏟아지고 있다"며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정부 시위가 격화하고 있는 이란과 관련해서는 "그들(정권)이 과거처럼 사람들을 살해하기 시작한다면 미국으로부터 아주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했다.
쿠바에 대해선 "난 쿠바가 그냥 무너질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행동을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군사 개입이 굳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같은 날 앞서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은 NBC 방송 인터뷰에서 쿠바가 미국의 군사적 조처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하는 등 트럼프 행정부 안에서도 엇갈리는 발언들이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 같은 압박으로 인해 중남미 여러 국가가 긴장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의 대(對)중남미 정책이 2기 집권 후 1년간 점점 공격적으로 변해온 데다가 베네수엘라 외에도 다른 국가들을 향해 강경한 발언을 계속 쏟아내자 중남미 나라들은 이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몰라 고민이 깊다는 것이다.
NYT는 이번 베네수엘라 공격과 마두로 축출이 중남미 국가들에 미국의 오랜 개입의 역사를 떠올리게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1840년대 미국-멕시코 전쟁, 1915년부터 1934년까지 이어진 아이티 점령, 1989년 파나마 침공을 비롯해 과테말라, 칠레 등 여러 국가의 군사 쿠데타를 지원하는 등 중남미 각국에 오랜 기간 개입해왔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의 수석 특별고문인 세우수 아모링은 "한 지역으로서 생각하면, 오랜 기간 보지 못했던 두려운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가장 심각한 점은 (미국이) 개입주의를 숨기지도 않는다는 점"이라며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개입했다'는 식의 말조차 없다. 명백하게 경제적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라틴아메리카 개입에 대해 중남미 각국의 반응은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타깃이 될 가능성으로 언급한 국가들을 비롯해 브라질, 칠레, 우루과이 등 좌파 정부가 집권한 국가들은 이번 미국의 마두로 축출을 두고 "매우 위험한 선례"라고 규탄하면서 베네수엘라 내 "정부 통제, 관리, 천연·전략적 자원에 대한 유용 시도"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중남미 우파 정권들은 미국이 좌파 독재로 무너진 베네수엘라를 구출했다면서, 베네수엘라가 앞으로 큰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하고 있다.
다만, 양측은 모두 이번 공격이 좋든 나쁘든 미국이 라틴 아메리카의 중심이 됐음을 보여준다는 데 동의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각기 다른 입장을 보이는 중남미 국가들이 미국의 개입에 대응해 공동 대응을 할 가능성은 작을 것으로 전망됐다.
아르투로 사루칸 전 주미 멕시코 대사는 중남미 지역 전반에 걸쳐 당파적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라틴아메리카와 카리브해 국가들이 강경한 접근 방식을 취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중남미 국가 간 대미 정책의 엇박자로 인해 미국이 향후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도 정권 교체를 목표로 군사 작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스티븐 베르트하임 미 카네기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이날 영국 매체 가디언 기고문에서 "그린란드 병합과 파나마 운하 통제권 환수를 내걸고 취임한 트럼프는 이제 마두로를 축출했으니 같은 이유를 적용해 얼마든지 많은 국가를 공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에서 석유가 솟구치고 친미 민주주의가 갑자기 생겨나는 안정적 국가라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실현된다면, 이 성공을 발판 삼아 (트럼프) 행정부는 이 지역을 자신들의 취향대로 재편하기 위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알아내려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베르트하임 연구위원은 지난 수십년간 외교 정책의 실패로 어렵게 얻은 명백한 교훈을 미국이 이번 작전을 통해 팽개쳐버렸다고 비판했다.
그 교훈이란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은 시작하기는 쉽지만 이기기는 어렵고, 하물며 진정한 성공에 가까운 결과를 얻기는 더더욱 어렵다"는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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