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속에 한국을 알리고 한인들이 하나가 되는 코리안 퍼레이드 행사가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한인들이 미국 땅에 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뿌리를 찾고 미국사회 속에 한국문화를 심는다는 취지에서 한인사회가 퍼레이드 행사를 가진 지 어언 19돌. 한 해 한 해 이어져온 것이 어느덧 사반 세기를 맞고 있다. 이쯤 되면 한인사회도 무언가 좀 달라져야 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보게 된다.
매년 개최되는 행사와 더불어 이제는 보이지 않는 우리의 정신세계도 모종의 변혁이 따라야 할 것 같다. 퍼레이드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며 우리의 내면도 이제는 좀 시대에 걸맞게 가다듬어야 할 때가 되지 않았을까. 지금까지 한인사회에서 무슨 기관이라도 가지고 봉사한다는 사람을 볼라치면 하는 일은 거의가 표면에 드러나는 일에만 치중해온 것이 사실이다. 세계인종들이 다 모여있는 미국에 살면서 우리는 과연 지금까지 무슨 이슈를 가지고 어떻게 살아왔는가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간혹 미국언론에 오르내리는 한국에 대한 평을 보게되면 한인들이 너무나 기대이하의 인정을 받고 있어 매우 아쉽다.
단적으로 미국언론이 한인들 사회는 ‘분리된 사회’ ‘구심점 없는 사회’ 라고 거리낌없이 활자화하고 있는데 이는 참으로 가슴아프고 마음 쓰린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도 우리 사회는 툭하면 노인잔치, 야유회, 추석잔치 등이나 개최해 음식이나 실컷 먹고, 즐기는 행사로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어느 곳을 보아도 우리 자신을 재무장하기 위한 정신교육이나 훈련 같은 행사는 찾아볼 수가 없다. 무슨 날이라고 한다면 기껏 먹이고 배불리는 데에만 힘쓰는 것이 상례였다. 이민사회가 정착하는 과정에서 이는 당연히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의 마음속에 무언가 심어지는 것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대인관계나 사회생활 할 때의 예의라든지, 매너 등 한인들은 미국에 대해 너무나 모르는 것이 많다. 때문에 그들이 보는 시각에서 우리가 너무나 형편없이 비쳐질 수가 있다. 우리가 좀 더 스스로를 갈고 닦는 일에 신경을 기울인다면 지금보다는 더 빛깔이 나지 않겠는가. 미국인들이 우리를 평할 때 분리된 사회라고 하는 것은 결국 ‘개밥에 도토리’ 식으로 우리 민족이 따로 따로 모래알처럼 단결 못한다는 점을 그대로 표현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실제로 이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단면을 보아도 잘 나타나 있다. 한인 인구수가 얼마나 된다고 가는 곳마다 한인회가 따로 따로 있고, 단체만 해도 기억하기에도 어려울 정도의 비슷한 단체들이 수 백 개에 이른다.
한 커뮤니티에서 이렇게 많은 단체들이 있을 수 있는지.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음식이나 푸짐하게 먹이고 하는 일 보다 우리가 미국에서 살아가는데 요구되는 제반 행사에 치중하는 것이 더 값진 일이 아닐까. 우리에게는 한때 배고픈 시절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어제와 오늘날은 엄연히 차이가 있다.
이런 시점에서 이제는 매사가 혼자여서는 안 될 일이다. 생각과 뜻이 같은 사람들이 하나로 의견을 모아 우리 사회를 밝은 방향으로 이끄는데 힘을 쏟았으면 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사회에 이런 생각과 뜻을 가지고 커뮤니티를 바르고 힘차게 이끌어갈 지도자가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럴만한 사람이 있으면 우리는 전반적으로 그들을 옹호하고 북돋아주기는 커녕, 좀 명성이 있거나, 잘 나간다 싶으면 시기하고 질투하고 어떻게 해서든 깎아내려 끝내는 잘라버려야 속이 시원해하는 아주 좋지 않은 속성을 갖고 있다. 제대로 된 인재를 북돋아 양성하려는 분위기는 우리 사회에 거의 없다. 알고 보면 개별적으로 뜻 있는 생각을 갖고있는 한인들도 없지는 않다. 앞으로는 그런 인물들이 많이 나와 한인사회가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성숙된 한인사회 상을 심어갔으면 싶다. 퍼레이드를 계기로 이 점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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