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대통령이 드디어 노벨평화상을 탔다. 김대통령의 수상에는 「드디어」라는 말을 써야 하는 감회가 있다. 오랜 반독재 투쟁과정에서 노벨평화상 후보로 매년 거론되었으나 이제야 수상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소수민족 출신으로 다른 민족의 압제에 대항했거나 정치인이 아닌 민간인으로서 반독재투쟁을 그렇게 했더라면 노벨상을 벌써 탔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인이었기 때문에 반독재 투쟁이 정치적 투쟁과 확연히 구별될 수 없었기에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이제야 수상하게 된 것이다.
「드디어」라는 말을 쓰는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김대통령은 누구나 아다시피 집념이 대단한 사람이다. 그것이 어려운 환경에서 오늘날 그를 한 나라의 지도자와 세계적 인물로 만든 원동력이었다. 그 집념의 목표는 최종적으로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대통령이고 또 다른 하나는 노벨평화상이었다. 누구나 대통령과 노벨상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그가 대통령이 되는 과정에서 당한 고난과 노벨상에 대한 관심은 보통사람이 생각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그래서 인동초로 비유되기까지 했다.
어쨌든 김대통령은 이 두가지를 모두 성취했다. 노벨상은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상이며 그 중에서도 평화상은 “꽃 중의 꽃”이다. 개인의 영예일 뿐 아니라 우리 민족에게 영광을 안겨준 쾌거였다. YS는 이 수상에 대하여 “노벨상 가치가 땅에 떨어졌다”고 혹평했지만 노벨상은 누가 뭐래도 권위가 있다. 김대통령은 한민족에게 첫 노벨상을 안겨준 위인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며 단순히 한국의 대통령이 아니라 세계가 인정하는 세계적 지도자로 우뚝 서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역대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의 상을 받은 이후를 보면 사람에 따라 위상이 사뭇 다른 것을 알 수 있다. 알버트 슈바이처 박사나 마틴 루터 킹목사, 테레사 수녀 등은 평화상 수상자의 이미지를 영원히 간직하고 있다. 그러나 중동평화협상으로 라빈 이스라엘 수상과 공동수상한 아라파트, 폴란드 자유노조운동의 화신이었던 레흐 바웬사, 구소련 개방개혁의 기수로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았던 고르바초프 등에서는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모습을 더 이상 찾아 볼 수가 없게 되었다. 정치적 부침에 따라 위상이 달라지는 정치인 수상자들이 수상 당시의 위상과 이미지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참으로 어려운 일임을 말해주는 단적인 예이다.
역설적으로 말하자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된 것은 그 지역이나 사회에 평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평화가 없는 가운데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노력한 공로가 있기 때문에 수상하게 된다. 완전한 평화상태라면 수상자가 나올 수가 없다. 그러므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하여 노력한 공로가 무위로 돌아갈 때는 평화상이 빛을 잃고 수상자는 시대의 그늘 속으로 사라지고 만다.
예를 들어 김대통령의 공로는 햇볕정책으로 한반도의 화해분위기를 조성한 것인데 이 햇볕정책이 잘못되어 남한의 희생을 초래하거나 새로운 대립관계가 형성된다면 김대통령의 수상은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받게 될 것이다. 지금 일각에서는 한국의 경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는데 만약 제 2의 IMF사태에 직면하게 될 경우에도 똑같은 상황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수상 이후가 수상 이전 못지않게 중요하다.
김대통령은 평생의 집념을 통하여 두 가지 꿈을 이룩하여 개인의 영예 뿐 아니라 민족과 국가에 큰 영광을 안겨주었는데 이 두 가지 성취로 인해 김대통령에게는 세 번째의 큰 길이 열려있다. 바로 세계의 지도자로 부상하는 길이다. 우리 민족과 국가 뿐 아니라 세계사에 기여하는 길이다. 그리하여 우리 민족에게 더 큰 영광을 안겨주는 길이 바로 이 길인 것이다.
다시 말해서 김대통령은 「노벨상 보다도 더 큰 영예」와 「대통령보다도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이 두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는 비법은 바로 대통령을 성공적으로 마치는 일이다. 이것은 김대통령과 한국의 미래를 위하는 모든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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