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
대망의 수퍼보울 XXXVI(36)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지상 최고의 쇼(The Greatest Show on Earth)’로 불리는 가공할 화력의 오펜스, 그리고 오펜스에 가려 빛을 못 보지만 NFC 랭킹 1위인 철벽 디펜스를 보유한 NFC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램스와 아무도 예상치 못한 신데렐라인 AFC 챔피언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가 3일 오후 3시15분(LA시간- 채널 11)부터 뉴올리언스 슈퍼돔에서 영광의 롬바디 트로피를 걸고 운명의 한판승부를 벌인다.
객관적 전력비교는 단연 램스의 압도적 우세. 게임당 평균 400야드가 넘는 오펜스에 30점이상을 뽑아낸 램스의 파괴력앞에 패이트리어츠가 끝까지 버티기가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그 불확실성에 가장 큰 매력이 있는 법. 램스가 100% 이긴다면 구태여 경기를 치를 필요도 없을 것이다. 팬들은 예상 못한 이변이 나올 때 더 열광한다. 과연 그런 이변이 이번에도 나올 수 있을까.
모든 일에 컴퓨터가 빠지는 곳이 없는 요즘 수퍼보울 승부예측에도 컴퓨터가 등장한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USA투데이는 특별제작 소프트웨어를 사용, 램스와 패이트리어츠의 모의게임을 2만5,000회 실시한 결과 무려 76%가 램스의 승리로 판가름났고 평균점수는 38대24였다. 공교롭게도 14점차는 도박사들이 예상하는 점수차와 일치한다. USA투데이 컴퓨터는 지난 14년간 수퍼보울에서 11번의 승자를 정확히 예측했는데 76%라는 램스의 승률은 수퍼보울 승부 시뮬레이션 사상 가장 높은 것. 컴퓨터까지도 램스의 승리를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셈이다.
하지만 통계수치가 승부를 결정하지 않는 것처럼 컴퓨터 시뮬레이션도 가능성을 예측한 것일 뿐 실제 중요한 진짜 1게임(수퍼보울)의 결과를 정확히 예언할 순 없다. 패이트리어츠는 올해 시즌 첫 두게임을 패하며 NFL 최초의 1억달러 선수인 주전 쿼터백 드루 블렛소가 시즌 2차전에서 큰 부상을 입는 등 최악의 출발을 끊어 수퍼보울은 고사하고 플레이오프에 나가기도 어렵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2년생 쿼터백 탐 브레이디의 침착한 플레이와 빌 벨리첵 감독의 탄탄한 지휘력을 타고 수퍼보울까지 치고오르는 끈질긴 생명력을 보였다.
특히 적지에서 벌어진 지난주 AFC 결승에서 전력상 훨씬 앞선다는 피츠버그 스틸러스를 누르고 올라와 사기도 충천하다. 오펜스와 디펜스, 스페셜팀이 모두 화려하진 못해도 내실이 탄탄하게 다져진 패이트리어츠는 그 누구와 붙어도 결코 맥없이 무너지지 않을 질긴 팀 칼라를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상대인 램스가 스틸러스와는 또 다른 차원의 팀이라는 점이다. 램스는 단순히 올해만이 아니라 지난 3년간 NFL 역사상 가장 폭발적인 오펜스 쇼를 펼쳐왔다. 쿼터백 커트 워너(1999, 2001)와 러닝백 마샬 포크(2000)는 지난 3년간 리그 MVP를 나눠 가져왔다. 이들외에도 와이드 리시버 아이작 브루스와 토리 홀트, 아즈 하킴, 릭키 프롤 등과 타이트엔드 어니 콘웰 등 무기가 너무 많아 디펜스가 누구 하나에 집중할 수가 없다.
패이트리어츠로선 설상가상인 것은 램스의 디펜스도 올해는 매섭기 그지없다는 점이다. 너무도 화려한 오펜스에 가려 주목받지 못하지만 올 시즌 램스 디펜스는 NFC 랭킹 1위가 말해주듯 탄탄하다. 디펜시브엔드 그랜트 위스트롬이 이끄는 라인과 런던 플레쳐가 리드하는 라인배커진은 볼 캐리어를 향해 돌진하는 스피드가 압권이며 베테런 코너백 아네아스 윌리엄스가 지휘하는 후방수비는 상대 패스를 낚아채는데 일가견을 갖고 있다. 아무리 뜯어봐도 패이트리어츠로서는 벅찬 상대다.
패이트리어츠로서는 최소한 3쿼터까지 팽팽한 접전을 유지한 뒤 승부의 고비인 4쿼터에서 램스로부터 턴오버를 뽑아내야 승산이 있다. 반면 램스는 무리하지 않고 평상시 페이스만 유지하면 충분하다. 승부는 이변이 매력이라지만 패이트리어츠의 신데렐라 마치가 이번 수퍼보울에서도 계속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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