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한국과 북한은 반세기 걸친 분단으로 많은 부분이 이질화 돼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언어와 풍습이 그랬고 이제는 전통예술의 형태와 방법론마저 극명한 차이가 존재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
그동안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 교수 등 몇몇의 국악인들이 북한의 음악가들과 교류를 갖는 등 일련의 노력들이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이론적인 접근이 많고 서로의 것을 깊이 있게 익히고 그 접점을 모색하는 작업은 미비한 편이다.
UCLA 민족음악대학에서 한국음악을 가르치는 김동석 교수는 미국 땅에서라도 남북의 전통음악이 편하게 어울려 체계 있게 연구되고 발전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악인이다.
지난해 8월 제자와 평양을 방문해 약 보름간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북한의 개량악기 연주법을 익힌 그는 돌아오는 길에 북한 문화성으로부터 가야금 3개, 해금 4개, 장새납 3개, 대금 4개, 단소 4개 등 17개의 개량악기를 지원 받아 UCLA에서 교재로 활용하고 있다.
수년전부터 북한음악 연구에 대한 필요성을 실감한 김 교수는 2000년 4월 북한을 방문해 문화성 관계자를 만나 악기지원과 인력지원을 요청했고 결국 약 1년4개월의 시간이 흘러 그중 절반을 이룬 셈이다.
김 교수는 "북한측이 민족음악을 UCLA에서 가르치고 싶다는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일이 순조롭게 진행됐다"며 "문화성 관계자들이 평양선물악기공장 등지에서 직접 달러로 악기를 구입하는 모습에 약간 놀라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북한측에서 전달받은 악기들은 시가로 약 5,000달러 남짓이지만 북한의 물가사정을 감안한다면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이다. 애당초 김 교수는 악기지원과 더불어 미국에서 상주할 북한연주자까지 초빙하고 싶었으나 이들의 미국입국이 까다로워 유보된 상태라고 밝혔다.
김 교수는 오는 4월 자신이 이끄는 한국음악무용예술단원과 UCLA 재학생들로 구성된 연주단을 이끌고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이들은 약 일주일간 체류하며 전통국악을 선보이는 한편 북한의 민족음악도 두루 접할 계획이다.
한국이 북한의 민족음악을 모르듯이 그들도 한국이 고수하는 전통국악의 맥은 많이 끊긴 상태. 이번 방북은 다르게 발전돼온 양측의 음악을 실제로 접하고 이해하는 자리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김 교수는 이번 방문을 마치고 8월에 다시 북한을 찾아갈 예정인데 평생 국악을 해온 그도 개량된 북한악기는 처음부터 다시 배워 익혀야 하기 때문이다.
김교수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60년대 말부터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지시로 음악개량을 시작해 전통 5음계를 7음계로 확대해 서양의 오케스트라처럼 음량을 늘렸는데 이에 따라 악기들의 개량도 함께 이뤄졌다고 한다.
한국전통음악학회 전임연구원 이현주(영남대 박사과정)씨는 "전통적 국악의 한계인 음량이 이러한 개량 작업을 통해 오케스트라의 그것처럼 풍부해 졌다"며 "북한은 오케스트라에도 반드시 개량악기를 배합해 동서양의 소리를 함께 연주하는 등 전통음악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UCLA에 있는 북한 악기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개량해금이다. 한국에서 쓰는 해금은 두 줄을 이용해 활을 안으로 걸어 연주하는 반면 이 개량해금은 4줄을 바이얼린 연주하듯 현 위로 긋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제한된 3옥타브를 5옥타브로 늘리고 빠른 활질을 통해 경쾌한 소리를 가능케 하는 장점을 지녔다고 한다.
김 교수는 이러한 교류를 확대해 미국내 ‘코리안뮤직 스터디센터’를 개관하려는 계획을 추진중이다. UCLA산하의 한반도 전통음악연구소를 만들어 상고시대부터 현재 그리고 향후 통일이후까지 음악을 아우르려는 시도이다.
"가능하다면 남북 음악인을 상주시켜 강연과 연주를 병행하고 양측의 차이점을 인정하되 접점도 찾자는 취지"라는 김 교수는 "현재 북한과의 교류는 시작되어 고무적이지만 운영자금 등 재정적 측면은 아직 해답을 구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jjrhee@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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