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년간 감방에 기거하며 죄수·간수·주민 돌봐’
매리 클락은 해변가의 주말 별장과 사치에 익숙한, 미모의 베벌리 힐스 주부였다. 아이도 여덟이나 낳았다. 이혼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전에는 그랬다.
중년의 이혼녀가 되어 1970년대말 국경을 넘어 티화나에 간 클락은 화려한 가운 대신 가톨릭 수녀의 소박한 검은 제복을 걸치고, 영어 대신 스페인어를 하고, 넓직한 LA의 집 대신 곰팡내 나는 멕시코 감방에 기거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5년동안, ‘안토니아 수녀’는 ‘티화나 감옥의 천사’로 살아왔다.
그녀의 임무는 실질적이다. 감옥에 들어온 수천명의 좀도둑, 기타 가난한 죄수들에게 아스피린과 안경, 의치, 보석금을 마련해 주는 것이다. 마약 갱들에 의해 끔찍하게 고문 살해돼 골목에 버려진 시체를 깨끗이 닦아서 장례 준비를 시켜주기도 하고 감옥내 채플에서는 노래를 불러 죄수들의 사기를 북돋아 준다. 강간범과 마약사범 뿐만 아니라 자동소총을 들고 있는 경비원들도 함께 상담해준다.
라틴 아메리카 전역에서 가장 험한 감옥중 하나로 꼽히는 라 메사 국립교도소 안에 사는 수녀의 가로 세로가 10피트씩 되는 콩크리트 방에는 영어 성경 한권과 스페인어 사전 이외에는 별로 있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오래된 재소자들의 말에 의하면 키가 5피트 2인치밖에 안 되는 수녀는 빗발치는 총탄 사이로 걸어가며 총을 쏘지 말라고 요구, 폭동을 중지시킨 적도 있다. 총탄과 최루탄 앞에 목숨을 내놓고 나서는 그녀를 보고 놀란 재소자들이 총과 깨뜨린 병조각을 내려 놓았던 것이다.
비센테 폭스 멕시코 대통령도 최근 찾아와 치하한 수녀는 멕시코에 크게 공헌한 여성들을 칭찬하는 달력에 얼굴이 실리기도 했는데 1982년에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도 그녀에게 “비범한 헌신에 놀랐다”는 편지를 보냈다. 할리웃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어 제작자들이 여러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언제나 사양해온 수녀는 이제 75세나 됐고 이 감옥에서 일한지도 25년이 지나서야 어렵게 인터뷰를 허용했다.
조부모 4명이 모두 아일랜드에서 온 안토니아 수녀는 티화나 사람들 사이에 아일랜드인 수녀로 통하고 도대체 왜 그런 시궁창 냄새가 나는 위험한 곳에 사는지 호기심의 대상이 된다. 교도소장인 카를로스 루고 펠릭스는 “다른 말로는 설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수녀님은 성녀예요”라고 말한다.
루고는 안토니아 수녀가 박봉에 시달리는데다 총을 가지고 다니면서 힘을 남용하기 때문에 멸시의 대상이 되는 경찰이나 경비원들까지 돕는다고 말한다. 그들을 따뜻이 받아들이고, 피살 경찰관 자녀를 위해 모금도 하고, 감옥 안을 다니면서 경비원들을 포옹해주고 윤리 교육까지 시키는 이 감옥의 천사도 테레사 수녀처럼 노벨 평화상 후보로 지명돼야 한다고 루고는 말한다. 테레사 수녀도 1991년 티화나에 와서 안토니아 수녀와 만난 적이 있다.
심장병이 심하고 항상 숨이 차지만 안토니아 수녀는 해가 뜨기도 전에 일어나서 잠시도 쉬지 않고 움직인다. 최근에는 수녀원을 창설해 조직을 세우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이 수녀원은 여생을 가난한 이를 섬기는데 바치기로 결심한 나이든 독신, 이혼, 사별한 여성을 위한 것이다. ‘막판의 하인들(Servants of the Eleventh Hour)’이란 이름의 이 수녀원에는 7명이 가입해 일하고 있다.
카멘 돌로레스 헨드릭스 수녀는 오렌지 카운티 출신의 4자녀를 둔 과부로 티화나에서 병자들을 돌본다. 안토니아 수녀를 돕는 조아니 케네지는 역시 캘리포니아 출신의 과부다.
수녀의 이야기가 알려지면서 가톨릭 신자가 아닌 사람들도 다수 포함된 일반인들이 티화나로 와서 그녀를 만나보고 봉사를 자원한다. 샌디에고에서는 거의 매주 약품과 매트리스, 기타 기증된 물건을 티화나 감옥으로 실어나르는 트럭편도 있다. 죄수들 뿐만 아니라 티화나의 결핵, AIDS, 암 환자를 돌보는 것도 수녀의 중요한 일이다.
“쾌락이란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먹느냐에 좌우되지만 행복은 다릅니다. 어디에 있는지에 상관이 없어요. 나는 감옥에 살지만 지난 25년동안 한번도 우울해본 적이 없어요. 화나고 슬프고 당황한 적은 있었지만 우울한 적은 없어요. 내 존재의 이유가 있기 때문이죠” 18세에 한 결혼이 25년만에 끝났을 때 매리 클락은 우울증에 빠졌었다고 그녀의 딸인 캐슬린 마리아니는 말한다.
안토니아 수녀를 12년동안 알아온 감옥 경비원 마누엘 마르티네스 리바스는 수녀가 “경비원으로 취직한 사람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해주십니다. 술 마시지 말고 가족과 아내한테 충실한 남편이 되고 죄수들한테도 잘 하라고요”라고 말한다.
많은 경비원들과 아는 이들은 수녀가 이 감옥에서 고문실과 기타 가혹행위들이 사라지도록 도왔다고 입을 모은다. “조금씩, 조금씩 죄수들이 보다 나은 대접을 받게 해왔어요. 죄라곤 가난한 죄밖에 없는 이들이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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