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리 없는 소리’를 찾아서 (10)
▶ 백춘기 <골동품 전문가>
소리 없는 소리를 찾아서 떠나온 나그네길도 벌써 3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동안 나와 독자는 소리 없는 소리의 실체인 골동품에 입문하기 위한 문지방을 넘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이 때까지 관찰해 온 골동 정서, 골동 가치, 그리고 동양 골동과 서양 앤틱의 개념상의 차이는 골동 수집이라는 다음 단계에 들어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
■골동 제 2의 가치
골동품의 제 1의 가치를 연륜과 희소가치에 둔다면, 골동품 제 2의 가치는 부가가치에 두어야 할 정도로 그 비중이 크다. 역사의 유물이라는 골동품이 아닌데도 골동품과 같은 정서 속에서 수집 대상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는데 대해 수집품을 선정하는데 크게 고려해야 할 것이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5회) 현기증 나는 몬로의 삼각 팬티가 경매를 통해 불러 일으킨 엄청난 부가가치와 같이, 10여년 전 세계 굴지의 골동경매회사 ‘소더비’에서 재클린 여사의 유품이 경매에 부쳐진 일이 있었다. 여사가 평소에 즐겨 찾던 진주 목걸이가 50만달러에 낙찰받은 진주목걸이가 50달러짜리 가짜 진주목걸이라는 사실을 경매 응찰자 모두가 알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50달러짜리 진주목걸이를 50만달러로 받아들이는 이 날의 열광적인 경매 풍경을 한 번 상상해 보라!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가.
이것이 바로 백년 단위로 넘어가는 골동품의 연륜을 완전히 무시한 채, 그 물건이 가지는 관록과 희소성 만으로 골동품으로서의 가치를 부여받은 것이다. 앞으로 들어가야 할 골동수집 단계에서 골동 제 2의 가치는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할 것이다.
■왜 수집하는가
여기에서 말하는 수집의 대상은 서양식 개념의 앤틱이 아닌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가지는 골동품 개념을 바탕으로 한 수집 행위를 말한다. 한국사람이 말하는 골동품이란 그 절대적인 주종이 도자기에 속한다. 때문에 수집 역시 도자기에 치중되는 것은 자연적인 현상이다.
왜 수집하는가? 한 마디로 대답할 것 같지만 막상 대답하려면 한 발 물러서게 하는 그런 질문이다. 궂이 답을 한다면, 좋아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기 때문에 수집한다고나 할까? 그러다 보면 길이 생기고, 요령을 터득하여 단순 수집에서 투자 수집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수집의 생리가 아닌가 생각한다.
골동품을 좋아한다는 것은 자기 보다 한층 높은 것, 보다 아름다운 것, 보다 깊은 곳을 찾아 자기에게는 없는 그 어떤 간절함을 찾는 행위, 수집하고저 하는 골동 도자기 속에서 또 다른 자신을, 그리고 자신 보다 고상하고 세련된 자신을 발견하고 창조하고저 하는 간절한 행동이 골동품을 수집하는 마음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동양인이 골동품을 수집하는 자세가 일종의 철학적인 정신세계를 바탕으로 하는데 반하여 서양의 앤틱 수집은 시대적 개성을 바탕으로 한 예술지향적이라 봐야 할 것이다.
왜 수집하는가! 자신 속의 어떤 허전한 곳을 채워보려는 간절한 욕구인지도 모른다. ‘제’가 강한체 하지만 홀로 서있는 ‘나’는 무척이나 약하디 약한 동물이다. 결점 투성이고 걸핏하면 슬퍼오고 눈물로 동정을 구걸하고, 혼자 숨어서 울면서 ‘용의 눈물’이라 미화한다.
이런 인간에게 가슴에 와 닿는 어떤 위안물, 바라보고 있으면 그저 만져보고 싶고 그러다 보면 손끝을 통해 간절하게 마음에 와 닿는 서로의 일체감! 바로 자신을 감싸주는 또 다른 ‘나’를 느끼게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이 수집한 골동품에서 맛볼 수 있는 것이다.
골동품을 수집하고저 하는 사람은 골동품을 단순한 도락이나 투자 수단으로 삼아서는 안된다. 이렇게 출발하는 사람은 실패하기 일쑤다. ‘아마추어’를 거치지 않은 ‘프로’는 반드시 실패하듯이 말이다.
골동품은 살아 숨쉬는 역사의 유물이다. 바로 골동품은 무기체가 아닌 유기체인 것이다.아마추어 정신에 충실한 수집가의 눈에는 진짜 골동품이 보인다. 반면 ‘프로’의 눈에는 돈으로 환산되는 부분만이 눈에 들어온다. 때문에 거물 골동상은 자신의 소장품을 수시로 아마추어에게 보여 솔직한 감정을 받아내는데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그 이유는 고객 유치에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정말로 큰 골동 고객은 프로 심리가 작용하는 얍쌀한 장사속으로는 구매 충동을 불러 일으킬 수 없다. 진지하고 성실한 아마추어적 설득이 있을 때 흥정은 저만치 두고 원하는 값으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자기 생산의 주목적은 생활용품이다. 때문에 그 도자기의 생활 용도를 안다는 것은 도자기를 수집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하다.
어느 땐가의 일이다. 항상 자기는 미국 주류에 서 있다고 자부하는 친구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대접받은 일이있다. 식사 도중 내프킨을 부탁하니 마침 떨어졌다며 어디선가 두루말이 화장지를 가져다 식탁 위에 올려놓는다. 아마 화장실에서 빼 왔는지도 모른다. 이런 행위는 미국사회에서 볼 때 요강을 식탁 위에 올려놓은 것과 하나도 다를 것이 없다.
요강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마디 하겠다. 언젠가 맨하탄에 있는 중간급 골동 경매장에서 치룬 경매품목 가운데 일본인이 출품한 도자기 가운데 분명히 조선 요강인데도 스프 그릇으로 팔려 나가는 것을 보았다. 요강은 어린이용으로 작은 청백자였다.
일본에서는 최근까지 도자기 요강을 밥통으로 사용한 사례가 허다하다. 결코 웃을 일만은 아니다.한국에서 생활 용기로서 요강이 어떻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지 못하고 조선의 청백자에만 정신이 팔릴 때 충분히 오줌통이 밥통으로 둔갑할 수도 있는 것이다.
한국사람도 요강을 단순한 오줌통으로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요강은 그 기능이 다양하다. 우선 왕비가 세자비를 간택할 때, 창호지 건너방에 놋쇠 요강을 갖다 놓고 오줌을 누게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자궁의 튼튼함을 측정하고 왕자를 낳을 수 있을지를 판정한다. 이런 요강 실기시험에 통과하기 위해 세자비 후보들은 몇일씩 오줌을 참았다고 한다. 물론 요강 속에서 폭포가 쏟아지는 소리가 울려퍼지게 하기 위함이다.
그 뿐인가, 며느리 앞에서 시어머니의 권위를 과시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볼기짝을 내놓고 요강에 걸터앉은 시어머니는 코 앞에 며느리를 세워놓고 이것 저것 지시한다. 지시가 끝나면 오줌도 끝나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강을 며느리는 받쳐들고 뒷걸음으로 문지방을 넘어선다.이 모두가 골동품으로서의 요강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한 문화적 배경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