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인물
▶ 월드컵 응원장소 개방 서울플라자 문정민 회장
한달여에 걸쳐 연인원 5,000여명이 모이는 장소를 무상으로 개방하고 아침식사까지 무료로 제공하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월드컵 합동 응원 장소를 제공, 뉴욕과 뉴저지 한인들을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게 하고 합동 응원을 미주 전역으로 확산케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서울플라자의 문정민 회장을 만났다.
문정민 회장은 지난 10일 월드컵 뉴욕후원회 주최로 열린 ‘2002 월드컵 4강 자축 페스티벌’도 특별 후원, 한인 1세와 2세들이 함께 모여 그날의 뜨거운 감동을 다시 나눌 수 있는 장을 제공, 깔끔하게 마무리까지 했다.
’한인사회의 응원 메카’라는 별명을 만든 문정민 회장은 처음엔 "많은 한인들이 모일 수 있는 규모와 시스템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며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겸손해 했다.
그러나 월드컵 합동 응원 장소 제공에 대한 비용 등을 계산해보면 결코 만만치 않으며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한국팀의 월드컵 경기 7회 동안 서울플라자에는 한인 5,000여명이 찾았으며 이들을 뒷바라지하는데 든 각종 물품과 서비스 등을 돈으로 환산하면 상당한 액수가 된다. 월드컵 기간 서울플라자는 직원들에 대한 오버타임으로 1만5,000달러를 지출했으며 아침 식사 비용으로 한번에 5,000달러씩 나갔다.
지난 10일의 월드컵 4강 자축 페스티벌에서도 음식과 서비스 비용을 포함해 2만달러 어치를 제공했다.
문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보면 기물 파손 등이 생길 수도 있고 자체 영업에도 지장을 줄 지 모른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그러나 돈 이전에 사회적 가치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적극 추진했다"고 말했다.
요즘 서울플라자에는 고객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월드컵 응원 장소를 한인들에게 개방한데 대한 고마움을 표시하기 위해 찾은 고객들도 상당하다고 한다.
문 회장은 반대로 한인 청소년들에게 고마움을 나타냈다.
새벽 2시30분에 열렸던 스페인과의 경기 당시 서울플라자에는 전날 저녁 8시부터 수많은 한
인 청소년들이 몰려 복도와 길거리까지 늘어섰다.
"대부분 청소년들인 5,000여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경찰과 소방국까지 출동한 상태였다.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이들을 설득하기 위해 직접 나섰다"고 당시를 돌아 보았다.
문 회장은 이들을 단계적으로 내보내면서 "자랑스런 한국인이 되자", "미국인들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인으로서 당당히 질서를 지키자"는 말로 설득해나갔다.
그는 "누군들 그 시간에 다른 곳으로 가고 싶겠느냐"고 말하면서 "함께 모여 응원하고 싶어 밤을 꼬박 새우고 있는 상태였지만 청소년들이 너무도 잘 따라줬다"고 힘주어 말한다. 흔한 욕설 한마디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문 회장은 이런 모습이 너무도 고마워 청소년들을 위한 파티를 주선하기로 했다.
원래는 9일 청소년들을 위한 파티를 계획했지만 월드컵 후원회가 10일에 하기로 했다는 말을 듣고 후원회와 공동으로 준비하게 된 것이다.
문 회장은 "한인 1.5세, 2세들이 보여준 한국인에 대한 자부심은 한인 1세들이 오히려 교훈으로 배우고 이들에게 뭔가를 돌려줘야 한다"고 말한다.
문 회장이 한인 청소년들에게 애착을 갖는 모습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문 회장은 "지난 80년대 후반 한인 청소년 갱들이 한창 극성을 부릴 때 우연히 길거리에서 한인 청소년들끼리 총격전을 벌여 그중 한 명이 사망하는 것을 봤다"고 동기를 설명했다.
좋은 교육 환경의 미국에서 오히려 한인 청소년들이 망가지는 모습이 너무도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당시 문 회장은 청소년과 교육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불교연합회 등 각종 사회 활동을 하면서도 이들을 위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는 등 여러 가지 활동을 벌이기도 했다.
그런 경험을 가진 문 회장은 이번에 한인 청소년들이 보여준 밝고 달라진 모습에 놀람을 넘어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뭔가를 해주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도 강렬했다고 말한다.
문 회장은 "자발적인 해산 당시를 지켜보았던 퀸즈 지역 경찰 총책임자가 한인 청소년들의 질서정연한 모습을 보고 야외 응원을 즉석에서 허락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월드컵 기간 중 한인사회를 멋지게 하나로 묶는데 큰 공헌을 했던 문 회장은 서울플라자가 한인사회와 한인 비즈니스의 이정표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20년 미국 생활하면서 한인끼리 ‘남이 잘되는 꼴을 못보는’ 경우를 많이 당했다고 한다.
문 회장은 지난 86년 월드트레이드센터 인근에서 뷔페 레스토랑을 운영했다. 잘된다는 소문이 나자 인근 1~2블록안에 11곳의 동종 업소들이 생겨났다. 심지어 바로 길건너편에 오픈한 업소도 있었다.
문 회장은 "30만~50만달러 투자해 업소를 꾸며놓고 한인끼리 과당경쟁으로 1년도 못견디고 나가는 업소가 수두룩했다"며 "결국 랜드로드만 좋은 일 시킨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당시 7번 전철 인근에는 한국 간판들만 있었는데 나날이 중국어 간판이 늘어나더니 결국 노던블러바드로 밀려났다"며 "이래선 안되겠다, 상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됐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한인사회와 상권의 구심점이 되는 유통공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서울플라자를 준비하게 됐다. 개인 플레이보다 힘을 모아서 미국내 상권을 개척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다.95년부터 시작한 서울플라자 건립 계획은 그러나 IMF를 맞으면서 큰 위기를 맞았다.
문 회장은 "환차익이 워낙 커서 손실을 입고 건축회사 선정이 잘못돼 어려움이 많았다"고 전했다. 어쩔수없이 1년반 공사를 중지하면서 ‘도망갔다’, ‘망했다’ 등 각종 루머들이 떠돌았다.
문 회장에게 굳이 수식어를 붙인다면 ‘뚝심의 승부사’라는 표현이 어울릴 듯 했다.그는 "자본금이 전체 투자금의 50% 이상이면 성실한 것 아니냐"며 "일부 무책임한 말들이 우리 한인사회를 얼마나 멍들게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토로했다.
IMF 당시 400일동안 문 회장은 철판위에서 기도를 했다고 한다. 당시 종교가 불교였는데 나중엔 ‘하나님 도와주십시요’라는 말이 나오더란다.
한국에 가서 자금을 마련해야 하는데 비행기값이 없어서 빌려서 갔다오는 등 정신적, 경제적 곤란을 겪었다고 한다.
IMF로 위기에 몰려 건축모기지를 갚지못해 주식의 40%를 포기했던 적도 있었다. 새벽 4시 주식 포기 각서에 사인하고 돌아오면서 울었다고 한다.
그래도 상량식에서 ‘한국인의 힘’이라는 슬로건을 올렸던 사실을 기억하고 끝까지 해야한다고 마음을 다졌으며 그후 자금을 마련, 다시 주식을 찾아왔다.
문 회장은 "서울플라자를 한인사회의 이정표로 만들겠다는 생각이 모래성일지라도 누군가 반드시 해야한다고 믿었다"며 당시 한국일보에서 적극적으로 한인상권 캠페인을 벌여줘 고맙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두 번째 큰 위기는 9.11 테러 사건 후 다시 찾아왔다. 밀린 렌트 등으로 디폴트 사태가 있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잘 풀렸으며 모기지 이자율이 낮은 은행과 현재 협상 중이다.
서울플라자는 성공적으로 마친 월드컵 응원에 이어 2주년 기념 행사를 통해 재도약을 계획하면서 크게 고무돼 있다. 현재 실시하고 있는 경품잔치 뿐아니라 오는 8월29일에는 청소년을 위한 축제, 10월의 결혼박람회, 12월은 찬양성가대 행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
문 회장은 "유통백화점과 식당, 문화공간으로서의 크리스탈볼룸 등 3위일체의 원리로 만든 서울플라자는 우리 한인들의 것"이라며 "미국 경제속에서 한인타운의 구심체가 되고 강한 힘을 발휘하는 상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주찬 기자> jckim@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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