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특유 강인함으로 ‘우뚝’
지난 시즌 10게임 선발 활약
피츠버그 스틸러스의 올 프로 와이드 리시버 하인스 워드가 한인혼혈 선수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 그런데 NFL에 또 한 명의 한인혼혈선수가 활약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한인 1.5∼2세들을 위한 영문 월간지인 ‘코리앰(KoreAm) 저널’은 최신호에서 지난 시즌 볼티모어 레이븐스에서 주전 스트롱 세이프티로 활약한 윌 뎀프스(23·사진)의 기사와 인터뷰를 소개했다. 어머니가 한인인 뎀프스는 샌디에고 스테이트를 거쳐 지난해 레이븐스에서 뛰었는데 NFL에 드래프트되지도 못한 완전 무명임에도 불구, 한인 특유의 강인함과 근면한 자세로 NFL의 높은 벽을 뚫고 철벽 디펜스로 유명한 레이븐스에서 주전 스트롱 세이프티 자리를 꿰찬 것. 코리앰 저널 2월호에 실린 뎀프스의 기사 주요내용을 요약, 소개한다.
크림을 많이 탄 커피 같은 피부색, 뚜렷한 광대뼈와 작은 눈은 그의 몸에 동양인의 피가 흐르고 있음을 한 눈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중국계나 동양인 혼혈, 심지어는 콜롬비아계라는 소문까지 돌았을 뿐 팬들은 물론 팀 동료와 상대팀 선수들도 그의 혈통에 대해 전혀 몰랐다. 그들이 아는 것은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주전 스트롱 세이프티인 47번 선수의 이름이 윌 뎀프스 주니어라는 것뿐이었다.
뎀프스의 아버지 윌 뎀프스 시니어는 미 공군장교로서 캘리포니아 빅터빌에 근무하면서 한인여성과 만나 결혼했고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찰스턴에서 아들 윌을 낳았다. 이들 가족은 한국 부산에서 잠시 근무한 뒤 유럽지역 복무를 거쳐 다시 한국 대구에 정착했다. 한국생활 기간동안 뎀프스 가족은 공공연한 인종차별을 경험해야 했다. 흑인과 결혼한 윌의 어머니는 한인들에게 기피대상이었고 특히 한국말을 하는 윌은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주문하고 나서도 주위 사람들이 한국말로 자신을 비하하는 것을 들어야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자리를 피하거나 화를 내는 대신 더듬거리는 한국말로 자신을 설명했고 이로 인해 한국인들의 호감을 얻었다고 한다.
대구소재 미국인학교에서 재학 중 축구를 통해 스포츠에 뛰어든 뎀프스는 아버지가 다시 캘리포니아주 팜데일 인근 밴던버그 공군기지로 전근하면서 풋볼선수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한인혼혈인 뎀프스 가족에 대한 미주 한인들의 차별은 오히려 대구에서보다 더했다. LA나 샌디에고 한인식당에 갈 때마다 이들이 한국말을 모르는 것으로 생각한 한인들의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윌의 어머니는 아들이 이런 대우를 받으면서도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니 신경쓰지 말라고 가르쳤다.
고교시절 모교를 사상 첫 가주 챔피언으로 이끈 뎀프스는 주요 대학으로부터 장학금 오퍼를 받지 못하자 샌디에고 스테이트에 입학, 2학년부터 장학금을 따냈고 3, 4학년 전 게임에 선발 출장하며 2년 연속 마운틴 웨스트 컨퍼런스 1진에 선발됐으나 NFL 드래프트에서는 어느 팀으로부터도 지명받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많은 주변사람들이 ‘너무 느리다’, ‘NFL에 가기는 어림없다’는 식의 부정적인 견해에도 불구,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추구했고 끝내 NFL 선수의 꿈을 이뤄냈다. 그의 첫 경기는 ABC-TV로 미 전역에 생중계된 먼데이나잇게임 덴버 브롱코스와의 경기로 그는 이날 주전 스트롱 세이프티로 출전, 팀의 34-21 승리에 한 몫을 단단히 해냈다. 그는 결국 지난 시즌 총 14게임에 뛰었고 이중 10게임에 선발로 출장했다.
그는 자신을 NFL로 이끈 근면함이 어머니에게서 물려받은 ‘코리안’의 유산이라고 생각한다. 또 풋볼을 통해 그 동안 고생한 부모님께 은혜를 갚게 되기를 원하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은퇴했고 어머니는 팜데일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그는 또 코리안-아메리칸을 포함, 어린이들에게 롤 모델로서 영향을 미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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