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냐… 최선이냐…샤핑 만족도 분석
내일은 ‘애프터 크리스마스 세일’이 시작되는 날이다. 한해의 마지막 세일로, 연중 물건을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어 이날은 새벽부터 집을 나선 알뜰 샤핑족으로 백화점과 대형 할인마켓 모두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인파를 헤치며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골랐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발이 부르트도록 걸어다니고도 제대로 결정을 못해 시간만 낭비하기도 한다. 성수기 세일기간 좋은 상품이 다 팔려버렸다고 투덜거리며 집에 돌아오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문제의 핵심은 다른 곳에 있다.
최고 찾다 실패땐 스트레스·후회·시간낭비
중요한 것에만 집중 선택, 나머지는 무시토록
선택의 가짓수가 지나치게 많다거나 기껏 고른 물건이 사이즈가 없어 내 것이 되지 못했을 때 생기는 집착 때문이다.
가령, 리바이스 청바지를 하나 사러 갔다가 진열대를 가득 채운 갖가지 종류의 청바지를 쳐다보면 무엇을 사야 할지 오히려 막막해진다.
일일이 입어보자니 시간과 노동이 아깝게 생각돼 매장직원에게 물어보지만 “레귤러 핏을 찾느냐, 아니면 슬림 핏? 루스 핏? 컴포트 핏? 배기? 부츠 컷? 등등 어느 것을 찾느냐”는 물음이 되돌아올 뿐이다. 이 정도는 약과다.
청바지 하나를 사는데 하루를 소비하다보면 나는 왜 이럴까 푸념을 하게 되고, 심각한 자신감 상실과 걱정, 피곤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처럼 수많은 선택의 상황에서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심리적 반응을 분석한 책 한 권이 요즘 화제다. 펜실베니아의 스와스모어 칼리지 사회학 교수인 배리 슈왈츠 박사의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 Why More Is Less)가 그 것.
슈왈츠 박사는 선택을 통제할 수 있는 수준으로 제한하고, 중요한 것에만 집중하고 나머지는 무시하는 것이 역설적으로 우리의 삶에서 후회, 스트레스, 걱정, 그리고 분주함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곧 자신의 선택에 만족할 때 그것이 바로 최상의 선택이라는 결론이다.
슈왈츠 박사가 예로 든 실험이 하나 있다. 고메이 푸드 전문점에서 고급스러운 잼을 진열해 놓고 샘플의 맛을 보게 한 뒤 잼 한 병을 사면 1달러를 깎아주는 쿠폰을 주었다.
한번은 6가지 잼을 진열했고, 또 한 번은 24가지 잼을 진열했다. 사람들은 6가지 잼이 놓여있을 때보다 24가지 잼이 놓여있을 때 더 많이 몰려들었다. 그런데 실제 구매는 반대로 나타났다.
6가지 잼이 샘플로 제공됐을 때 구매자의 비율은 30%였던 반면에, 24가지일 때 구매자의 비율은 불과 3%에 그쳤던 것. 결국 선택의 가짓수가 너무 많을 때 사람들은 ‘선택의 과부하’에 걸려 무력감을 느끼고 선택을 쉽게 포기한다는 역설을 보여준 사례인 셈이다.
더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선택의 역설은 쉽게 만족하는 성향의 사람(satisfiers)보다 가능한 한 최고의 선택, 최선의 선택에 매달리는 사람(maximizers)들에게 더 빈번하게 발견된다는 것이다.
하나의 선택에서 극대의 만족을 얻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이른바 더 쉽게 후회하게 된다. 하나의 선택을 하기까지 힘들게 애를 쓰는 만큼, 그 결과에도 높은 기대감을 품기 때문에 크게 실망한다.
또, 실망스러운 결정이 계속해서 쌓이거나, 수많은 선택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모든 실망에 반복적으로 스스로의 책임을 느끼면 심할 경우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가난한 나라보다 부유한 나라에 우울증 환자가 많은 이유와 상통한다.
선택의 자유는 의문의 여지없이 삶의 질을 높인다. 그러나 대안이 많은 선택은 소비자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만족감을 떨어뜨린다.
그렇다면 어떻게 선택할 것인가. 슈왈츠 박사는 실생활에 적용하면 유용한 원칙을 제시한다. 언제 선택할지 선택하라. 세심한 선택자가 되라. 더 만족하고 덜 극대화하라. 기회비용의 기회비용을 생각하라. 결정을 돌이킬 수 없는 것으로 만들라. 감사하는 태도를 연습하라. 후회를 적게 하라. 적응을 예상하고 기대를 통제하라. 비교를 줄이고 제약을 따르라 등 11가지가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원칙들이다. 슈왈츠 박사의 11가지 후회 없는 선택을 위한 원칙을 샤핑에 적용해보자.
제일 먼저 쉽게 결정을 하려면, 2가지 옵션만 정하는 습관을 들인다. 의류 샤핑을 할 때는 두 곳 이하의 가게를 방문하고, 휴가를 계획할 때도 2개 이하의 목적지를 고려하는 게 좋다.
둘째는 ‘이 정도면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한다. 과거를 돌이켜보면 최상의 것을 고집하지 않고 ‘오케이’ 선택을 했을 때가 훨씬 기뻤음을 알게 된다.
셋째, 구입한 것은 반환하지 말라. 넷째, 사물을 내다보는 힘을 기르도록 한다. 오늘 구입한 스웨터나 셀폰이 완벽하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 미래가 달라지지 않는다.
베리 슈왈츠 박사와 함께 하는 심리 테스트
나는 과연 쉽게 만족하는 성향의 사람(satisfiers)인가, 아니면 가능한 한 최고의 선택, 최선의 선택에 매달리는 사람(maximizers)인가. 다음 7가지 질문 사항을 7단계(1점은 절대 반대, 7점은 완전 찬성)로 구분해 점수를 매겨보자. 모든 점수를 더한 후 7로 나누면 자신의 점수가 나온다. 4점 이상이면 ‘최고, 최선의 선택에 매달리는 사람’이고 4점 이하는 ‘쉽게 만족하는 성향’이다.
1. TV를 시청할 때 채널을 여기저기 돌리는 편이
지만, 특정 프로그램을 보려고 노력한다.
2. 옷 고르기도 하나의 관계 형성이라고 생각하므
로, 완벽한 옷을 찾기 위해 이것저것 입어보길
좋아한다.
3. 친구 선물을 고를 때도 망설이는 경우가 빈번
하다.
4. 샤핑할 때 정말 좋아하는 옷을 선택하기까지
힘들다.
5. 최고의 영화, 가수, 운동선수, 소설 등 모든
분야의 베스트 목록을 눈여겨본다.
6. 두 번째 마음에 드는 물건에는 절대 만족하지
못한다.
7. 실제의 삶과 상당히 다른 삶을 꿈꾸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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