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 FIT 1등 졸업, 유명인들 입는 친환경 의류 제작
▶ 화장품 유통에도 뛰어들어 14개국 해외 수출
▶ 선한 영향 미치는 상생 업체 만드는 것이 목표
가수 정동원, 배우 채정안, 지예은 등 유명 방송인들이 입어 알려진 친환경 의류가 있다. 그리니스트라는 이 옷은 대기업이나 유명 패션 디자이너의 제품이 아니라 직원 3명의 신생기업(스타트업)이 만들었다. 이곳은 제품 디자인부터 재료 확보, 판매 등 대부분의 작업을 최하은(27) 대표가 직접 한다.
최 대표가 만든 친환경 의류업체 그리니스트는 편견과 싸우며 성장한다. '직장과 사업 경험 없는 20대 여성은 사업하기 힘들다' '친환경 의류는 아름답지 않다' '해외 사업은 혼자 할 수 없다' 이런 편견들을 깨기 위해 투자 혹한기인 2022년 창업을 해 흑자를 내며 남다른 수완을 발휘하고 있다.
서울 세종로 한국일보사에서 최 대표를 만나 이색 도전기를 들어 봤다.
■미국 FIT 1등 졸업최 대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국 뉴욕의 패션기술대(FIT) 패션경영 전공을 1등으로 졸업했다. FIT는 파슨스 디자인스쿨과 함께 미국의 패션학교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 같은 곳이다.
캘빈 클라인, 마이클 코어스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이 FIT 출신이다. “제일 유명한 곳에서 패션을 공부하고 싶어 대학 때 유학 갔어요. 부모님이 학원을 운영해 어려서부터 공부하는 것을 좋아했어요. 무엇이든 열심히 하는 것을 좋아해 틈틈이 7개국어를 배워 23개국을 여행했죠."
그는 25세때 뉴욕에서 창업했다. 창업하며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선한 영향력이다. “대학 때 의류사업이 온실가스 배출 비중이 높은 것을 알고 충격 받았어요. 그래서 사람과 환경, 동물에 해롭지 않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의류를 만들고 싶어 창업했죠."
그는 창업으로 친환경 의류가 예쁘지 않다는 편견을 깨고 싶었다. “한국의 친환경 의류를 찾아보니 친환경 요소에만 치중해 패션의 가치가 떨어졌어요. 친환경 의류는 아름다움을 희생해야 한다는 생각은 편견이죠. 옷은 예뻐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대중화되지 못해 지속 가능할 수 없어요."
■유명인들 시선 사로잡은, 직접 디자인한 의류그의 사업 과정을 보면 용감하다는 말이 절로 떠오른다. 소재 확보부터 저돌적이다.
의류 소재는 에르메스, 돌체앤가바나 등 명품업체들이 사용하는 이탈리아의 칸클리니, 천연염색을 하는 일본의 시바야 등 친환경 고급 원단을 채택했다.
“화학 물질을 배출하지 않은 유럽섬유환경인증(오이코텍스, Oeko-tex) 원단과 털갈이하며 빠진 털 등 동물학대를 하지 않아야 받을 수 있는 RWS 인증 양모를 사용해요."
그런데 명품업체들이 사용하는 친환경 고급 원단은 받기 힘들다. 해외 원단의 국내 공급업체는 신생 스타트업의 공급 요청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여러 번 거절당한 최 대표는 이탈리아 등 해외 본사에 직접 연락해 뚫었다. “친환경 원단이 필요한 이유와 사업 목적을 열심히 설명했어요. 이를 납득한 해외 본사가 국내 총판을 거치지 않고 직접 보내줘요."
단추도 값싼 폴리에스테르 소재 대신 호두와 코코넛 껍질, 천연 자개, 소뿔 등을 사용했다. 옷에 붙이는 각종 표시(태그)는 유기농 면, 배송용 택배 상자는 국제 삼림관리협의회의 친환경 FSC 인증을 받은 종이로 제작했다.
옷을 담는 비닐도 사용하지 않는다. 대신 태워도 환경에 해롭지 않은 재활용 플라스틱으로 만든 타이벡(Tyvek) 소재의 작은 가방(파우치)에 옷을 담는다.
그만큼 소재가 비싸 옷 가격도 올라갈 수밖에 없다. “친환경 원단은 다른 원단보다 6배가량 비싸요. 대신 원단이 좋아 오래 입을 수 있어요."
지금까지 출시한 셔츠, 바지, 재킷, 치마 등 20여 종 의류는 최 대표가 직접 디자인했다. 그의 디자인은 유행을 타지 않는 고전적(클래시컬) 무난함과 넉넉한 크기가 특징이다.
“고전적 디자인은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고급스럽고 세련된 느낌이어서 대부분 연령대에서 선호해요. 여성 의류여도 여성성을 강조하지 않아 남자도 입을 수 있어요. 크기도 두 가지로만 만들어요. 그래야 재고를 줄이고 품이 넉넉해 남자도 입을 수 있죠."
이렇게 만든 옷을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인터넷에서 활동하는 유명인(인플루언서)들에게 보내고 서울 성수동에 임시 매장을 열어 세상에 알렸다. “인플루언서들이 옷을 입으면 엄청난 광고 효과가 발생해요. 이후 배우와 가수, 개그우먼 등 연예인들이 방송에 입고 나오면서 입소문을 탔죠."
■해외 수출도 개척그는 국내 판매 못지않게 수출도 많이 한다. 수출을 위해 여러 나라의 판매업체에 화장품을 공급하는 유통사업에도 진출했다. 취급하는 화장품은 에스더포뮬러, 토르홉, 쎄담, 누디크 등 50여 종이다. 모두 국내 판매를 하지 않고 수출만 한다.
해외 수출도 저돌적으로 개척했다. 구글로 찾아낸 해외 판매업체들에 무작정 이메일을 보내 미국, 호주, 이탈리아, 태국, 인도네시아, 아랍에미리트, 이라크,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홍콩 등 14개국을 뚫었다. “먼저 국내 화장품 공급업체들을 설득해 제품을 확보한 뒤 인스타그램에 잔뜩 쌓아놓은 제품 사진을 찍어 올려 해외 판매업체들에 믿음을 줬어요."
눈에 띄는 것은 고가 정책이다. “화장품은 가격이 무너지면 타격이 크기 때문에 해외에서 저가에 팔지 않도록 철저하게 관리해요. 사전 약정된 가격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팔면 공급을 중단해요."
실제로 최 대표는 최근 화장품 가격 후려치기 때문에 해외 공급망이 무너진 사례를 봤다. “해외 도매상 역할을 하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가 해외에서 제조사와 협의 없이 화장품을 지나치게 싸게 팔아 홍콩의 화장품 유통망이 무너졌어요. 그 바람에 일부 화장품 제조사는 이 업체와 거래를 끊었죠."
앞으로 의류도 수출을 늘릴 생각이다. “현재 미국 뉴욕, 독일 베를린, 인도네시아 등에 옷을 수출하고 있어요. 현지 의류 판매점에 메일을 보내 뚫었죠. 현지 반응이 괜찮아 해외 판매를 늘리려고 해요."
매출은 지난해 10억 원, 올해 20억 원을 예상한다. 영업이익률은 20% 이상이다. “화장품 수출이 흑자 확대에 도움 됐어요." 투자는 흑자를 내고 있어서 전혀 받지 않았으나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 유치를 고려하고 있다.
그의 목표는 돈을 벌며 사회에 공헌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가 앞만 보지 말고 옆도 보라고 가르쳤어요. 1등을 향해 뛰면서 옆도 봐야 하니 어렵지만 자신만 생각하지 않고 다 같이 상생하는 회사를 만들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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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연진 IT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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