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렸을 때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습니다. 그림을 그리다가 원치 않는 그림이 그려지면 그 위에 덧칠을 해서 다듬어보기도 하지만 마음에 썩 들지 않을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새 도화지를 얻게 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시간의 틀 속에서 살게 하셨는데 이 시간이 하루, 한달, 일년의 단위로 만들어진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왜냐하면 어제 그린 내 인생의 그림이 원하는 대로 그려지지 않았어도 오늘의 삶에 새로운 그림을 그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직 2008년의 첫 달인 지금, 주님이 주신 새 도화지를 받아들고 목회자들과 함께 그리고 싶은 그림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건전한 신학의 재정립입니다. 이 시대의 신앙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걱정하며 개탄하는 문제는 교회 안에 깊이 뿌리내린 세속적 물량주의와 신비주의, 기복신앙 등입니다.
왜 이러한 비성경적인 사상과 풍조가 교회 안에 깊이 스며들었을까요? 여러 가지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지만 근본적인 이유 중 하나는 목회 신학의 부재 현상이라 생각됩니다.
어떤 크리스천들은 오늘 이 시대에는 어려운 신학이 더 이상 중요하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저 주님만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많은 목회자들이 신학은 신학교에서 공부할 때에만 필요한 것이라 여기고 실제 현장에 들어서면서부터는 사역의 초점을 결과 중심의 목회에 맞춥니다. 그러다 보니 교회의 부흥이 모든 것의 기준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 방법이 바르고 건전한 것인가 또한 성경이 가르치는 정당한 것인가 하는 문제는 뒷전입니다. 더구나 바른 신학의 훈련 과정도 없이 목회자들을 양산해 온 일부 한국 및 이민사회의 신학교육이 오늘 교회가 직면하고 있는 영적 타락의 원인을 제공하기도 한 것입니다.
물론 우리가 주님과 이웃을 열심히 사랑하는 것이 성경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며 또한 요약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주님을 열심히 사랑한다고 할 때에 그 주님이 누구인가 하는 질문이 자연히 나오게 됩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주님이 누구시며 어떤 분이신가 하는 문제가 곧 신학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사도바울이 후배 목회자인 디모데와 디도에게 강하게 권면한 것이 바른 교훈 곧 건전한 신학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초대교회 때부터 이단사상이 극성을 부리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울은 그들에게 무엇보다 성경을 열심히 읽고 연구하는 일에 전념하라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의 목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과다한 사역에 지친 목회자들은 정작 필요한 말씀연구와 바른 신학을 목회에 적용하는 데 좀처럼 시간과 마음을 쏟지 못합니다.
그러하기에 우리 목회자들은 설교를 준비하기 위하여 성경을 연구하지만 실제적으로 진리를 분별하고 자신을 말씀 앞에 세우기 위하여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적용하는 일에 얼마나 시간을 투자하고 있는가 돌아보아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초대교회 이상으로 이미 수많은 이단 사상들이 성도들과 교회를 좀먹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를 세속적 물량주의와 기복신앙 또는 신비주의로부터 지키고 이단의 거짓 교훈으로부터 양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목회자들이 건전한 신학으로 자신을 재무장하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입니다.
우리 모두 주님께서 주신 2008년 새해의 도화지를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건전한 신학의 재정립을 통하여 새 도화지에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loria)의 바른 신학으로 우리가 섬기는 교회의 밑그림을 다시 그려 나갈 때에, 우리는 이 시대의 사명인 교회 개혁을 향해 한걸음 전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박 혜 성
(아주사퍼시픽 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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