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쁘레야 예수 스롤란...” 더높은 특별찬양
7월12일 토요일. 교회 2층에서 몇 시간을 잠을 자는 둥 마는 둥 하고 일어난 선교팀은 새벽 기도 시간에 맞춰 예배당으로 내려갔다. 백신종 선교사와 몇 명의 캄보디아 청년들이 어둠 속에서 예배 시작을 기다리며 기도하고 있었다. 대 여섯 명의 청년들이 더 모여들었다. 백 선교사는 예레미야 15장을 아침 묵상 본문으로 택했다.
“옷을 빨아 입어야 합니다. 성령 충만한 삶을 원하기 전에 악으로부터 떠나십시오. 습관적으로 짓는 죄를 회개하십시오.”
청년들도 짧은 시간 동안 깨달은 말씀들을 하나씩 나눴다. 알아들을 수 없는 원주민 청년의 말을 백 선교사가 통역해 전달하기 시작하자 테이블을 둘러 앉은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동일하게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확인하며 잔잔한 감동 속에 파묻혔다.
노동 현장서 구슬땀
성광교회의 캄보디아 단기 선교는 도착부터 18일(금) 밤 프놈펜 공항을 떠나기까지 빠듯한 일정으로 짜여있었다.
오리엔테이션과 크메르어 인사 및 자기 소개법 배우기, 고아원 공사 돕기(12일), 주일학교 봉사, 원주민 예배 참석, 섬마을 이동 및 영어 캠프(13일), 하루 종일 영어 캠프, 교회로 다시 이동(14일), 하루 종일 고아원 공사(15일), 고아원 공사, 씨암리엡 이동(16일), 앙콜왓 사원 방문(17일), 프놈펜 이동, 뚤슬렝 전쟁학살 박물관 견학(18일)...
예정 대로 오전 시간을 캄보디아 배우기로 보낸 선교팀은 백은경 사모가 준비해 놓은 식사로 점심을 한 후 고아원 공사장으로 나갔다. 밴 하나에 많은 사람이 끼어 앉으니 냉방장치가 잘 작동하지 않아 10여분의 탑승 시간도 적잖은 도전(?)이 됐다.
기초 공사만 된 줄 알았던 고아원은 어느새 3층까지 올라가 번듯한 모습을 나타내고 있었고 옥상까지 올라가 사방을 둘러볼 수도 있었다. 올 11월 입주를 목표로 짓고 있는 고아원은 처음에는 2층만 지으려 했는데 용도가 많아져 3층에다 옥상까지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구상 중이다. 실제는 4층이 되는 셈이다. 자재비가 오르고 앞으로 고아원에 운영에 필요한 집기, 사무기구, 침대 등을 구입할 비용을 계산하면 5만달러 정도는 더 필요할 것으로 성광교회는 예상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미국이나 한국에서 볼 수 있는 현대 공구나 장비를 이용한 공사는 기대하기 어렵다. 가는 원목 발판이나 마당에 널부러져 있는 철근 등 공사장의 모습은 꼭 한국의 60-70년대를 연상케 했다. 인건비가 워낙 싸서 장비를 빌리기 보다는 웬만하면 사람을 사서 했다. 새 못을 사는 것보다 구부러진 못을 다시 펴서 사용하는 게 인건비를 감안해도 더 쌀 정도.
선교팀은 담장 안쪽으로 망고 나무를 심기로 했다. 아직 페인트가 안된 철제 정문도 칠하기로 했다. 나무를 심기 위한 준비 작업으로 주변을 정돈했다. 페인트와 붓을 사오자 일부는 페인팅을 시작했다.
하루 중 가장 뜨거운 2시부터 시작된 노동은 톡톡한 대가를 치르게 만들었다. 팀원들은 비오듯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준비한 음료수와 물은 금세 동이 났다. 단 하루도 안돼 팀원들의 얼굴은 벌겋게 익어가고 있었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교회로 다시 돌아온 시간은 8시경. 경배와 찬양이 이어졌다. 백 선교사는 요한복음 4장에 기록된 우물가 여인 이야기를 인용하며 ‘사마리아를 통과하셔야 했던’ 예수의 이방인 전도 전략을 소개했다. 그리고 질문했다. “예수님은 모슬렘을 어떻게 선교하셨을까요?”
쁘레야 예수 스롤란...
13일 캄보디아에서 드리는 첫 주일 예배. 대예배에 앞서 있는 어린이 주일학교를 도와야할 임무를 띤 여성 팀원들이 바빠졌다. 원주민 청년들의 통역이 필요한 메시지와 찬양이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빛났다. 생기가 넘쳐나고 있었다.
대예배 설교는 임용우 목사가 맡았다. “예수를 믿는 나라, 복음을 받아들인 가정은 복을 받지 않을 수 없습니다. 캄보디아도 하나님을 잘 섬길 때 미국처럼, 한국처럼 부강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백 선교사의 유창한 통역이 곁들여져 설교는 길어질 수 밖에 없었지만 이들은 은혜를 열망하고 있었다. 예배 도중 갑자기 전기가 나가면서 시끄럽게 돌던 선풍기가 모두 멈추고 실내는 후끈했지만 임 목사에게 고정된 시선은 움직이지 않았다. 예배에는 성령이 역사하고 있었다. 춤이 있었고, 교제가 있었고, 무엇보다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다.
이들을 위해 선교팀은 특별 찬양을 했다. “쁘레야 예수 스롤란, 쁘레야 예수 스롤란...” “날 사랑하심, 날 사랑하심...”
예배를 마치고 한국식 국밥같은 점심을 먹은 선교팀은 섬 마을 이동 준비를 해야 했다.
허름한 선창에서 통통배를 탔다.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메콩강을 한 시간 남짓 달렸을까? 멀리 부둣가로 보이는 지점에 고물고물 사람들이 보였다. “손님 맞이를 나왔네요.” 백 선교사가 말했다.
아이들이었다. 흰 상의에 파란 바지나 치마를 입은 100여명의 아이들이 큰 눈망울을 굴리며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불교식 지붕을 한 정자가 있었고 뒤로 커다란 사원이 나타났다. 이 사원은 미국에 거주하는 캄보디아 이민자들이 돈을 모아 세운 것이라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대부분 불교가 아닌 다른 종교를 갖고 있다. 그리고 이 마을 선교는 영어 캠프나 봉사 등 커뮤니티를 돕는 간접적이고 은밀한 방식으로 행해진다.
서둘로 짐을 푼 선교팀은 곧장 학교로 달려갔다. 교실 네 개 중 세 개는 1-3학년 아이들이 하나씩 이용하고 있다. 시드선교회에서 후원해 증축된 한 개는 아직 교사가 없어 비어 있었다.
팀을 나누어 한 반씩 맡았다. 송현철 팀장과 크리스티나 멕베이 교사가 한 조, 벡키 리 교사와 김다연 학생, 김현태 집사가 한 조를 맡아 각각 영어 클래스를, 홍덕기 장로, 김영익 선교사, 도유진 집사가 한글 클래스에 투입됐다.
“A, B, C, D, E, F, G....” “가, 나, 다, 라, 마, 바, 사,...” 슬라브 지붕 아래 살인적인 열기를 뿜어내는 교실 안에서 울려나오는 아이들의 낭랑한 목소리가 섬마을에 퍼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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