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준절차 착수 모멘텀 마련..`추가양보 논란’ 예고
한미 양국이 진통을 거듭한 끝에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쟁점을 타결한 것은 무엇보다도 한미 FTA의 조기 발효가 결국 양국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양국은 지난 9월말 FTA 쟁점현안에 대한 추가협상을 시작한 뒤 70여일간 끈질긴 이해와 설득, 양보를 통해 눈앞에 놓인 숱한 작은 명분의 유혹을 떨쳐버리고 `미래의 더 큰 이익’을 위한 과감한 배팅에 나선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동안 한미 FTA의 진전을 막았던 쟁점이 해소됨으로써 서명된 지 3년이 넘도록 방치된 채 먼지만 쌓였던 한미 FTA는 양국에서 국내 비준 절차에 돌입, 조기 발효를 위해 나아갈 수 있는 모멘텀을 마련하게 됐다.
이에 따라 양국은 국내 비준절차를 서둘러 추진, 무난하게 비준이 이뤄질 경우 내년 하반기에는 한미 FTA가 발효돼 `한미 무관세 자유무역 시대’를 열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은 내년 7월1일 세계 최대 시장인 EU(유럽연합)와 FTA를 발효키로 한 데 이어 내년 하반기에 한미 FTA도 발효하게 될 경우 글로벌 무대에서 FTA의 핵심국가로 우뚝 서는 것은 물론 경제적으로도 많은 기회를 잡게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 무역원회는 한미 FTA가 발효될 경우 향후 10년간 한국의 대미(對美) 수출은 연간 64억~69억달러 증가하고, 미국의 대한(對韓) 수출은 97억~109억달러 증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작년 한해 한국의 대미수출은 392억달러, 미국의 대한 수출은 286억달러였다.
한미 FTA는 단순히 양국간 경제협력 관계증진을 넘어 그동안 정치.군사면에 중심이 실렸던 동맹관계를 공고히하고 한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이번 FTA 합의는 의미가 크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여러 차례 한미 FTA를 한미동맹의 문제라고 성격지은 바 있다.
이번 합의에서 한국은 자동차 문제와 관련해서 미국측에 상당부분 양보하는 대신에 농산물 등 일부 분야에서 한국의 요구를 관철함으로써 `이익의 균형’을 이루려는 모양새는 갖췄다.
또 30개월 이상된 쇠고기도 수입하라는 미국의 끈질긴 요구를 `뚝심 있게’ 막아냈다.
이번 FTA 협의는 애초에 미국측이 기존 FTA 내용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며 수정과 보완을 요구해 이뤄졌다는 점에서 한국은 수세적인 입장에서 협상에 임해야 했던 `불리한 협상’이었다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
한국이 미국산 자동차에 대한 안전 기준과 연비 및 배기가스 등 환경기준 적용 완화 등 미국의 요구를 대체로 수용한 것은 한국차의 경쟁력과 한국 소비자들의 높은 안목, 미국산 자동차의 경쟁력 문제를 종합적으로 감안, 시장을 열어도 손해 볼 게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자동차업계에서는 "FTA가 조기 발효되면 국내시장에서 미국차가 수천대 더 팔릴 동안 한국은 미국 시장에서 수만대를 더 팔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여왔다.
회의장 빠져나가는 론 커크 USTR 대표
(컬럼비아<미국 메릴랜드주>=연합뉴스) 한국과 미국간 자유무역협정(FTA) 추가협상이 사실상 타결됐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3일 오전(미국 현지시간) 한미 FTA관련 통상장관 회의를 갖고 "금번 회의에서 양측은 자동차 등 제한된 분야에 대해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사진은 론 커크 대표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 대표는 기자들의 회의결과를 묻는 질문에 "한국측 협상단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2010.12.3 photo@yna.co.kr
물론 "국민의 안전과 환경권을 양보한 격"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지만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소수 자동차 판매업자에 대해선 일부 기준완화를 적용하고 있다고 정부는 반박하고 있다.
한국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2.5%) 철폐기한을 상당 정도 연장키로 수용한 점은 향후 한국의 자동차 수출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그동안 한미 FTA가 조기 발효돼 한국산 승용차에 대한 관세가 즉시 또는 3년 이내 없어지면 일본산 자동차 등과의 수출경쟁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질 것으로 분석해왔다. 하지만 이번 합의로 관세철폐가 늦어질 경우 그만큼 경쟁력 확보가 늦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관세철폐는 자유무역을 추구하는 FTA 체결의 기본정신이라는 점에서 이번에 FTA의 근본이 크게 흔들렸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추가협상이 북한이 우라늄 핵개발 의혹 및 연평도 포격사건을 계기로 이뤄진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정부 여당에선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한미 동맹관계가 더욱 공고화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당에선 `안보’를 이유로 경제를 포기한 `굴욕 협상’이라고 목청을 높이며 공격수위를 올리고 있다.
이번 협상 결과 기존에 체결된 한미 FTA 협정문 일부의 수정이 불가피해진 것도 적지않은 논란거리다.
정부는 당초 `협정문에서 점 하나도 고치지 않겠다’고 완강한 입장을 고수하며 이번 한미간 FTA 논의가 `재협상’이 아닌 실무차원의 협의임을 역설했으나 결론적으로만 보면 약속을 지키지 못한 셈이 됐다.
당장 정부는 이미 국회에 제출돼 `폭력사태’ 끝에 주관 상임위를 통과한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다시 제출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뿐만 아니라 이미 서명까지 마친 협정문에 다시 손을 대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점은 향후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FTA를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데 있어 `굴레’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한미 FTA 협의가 종료됨에 따라 양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국내 비준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한국의 경우 정부가 FTA 비준동의안을 재제출하면 국회는 외교통상통일위와 본회의에서 이를 심의.의결할 예정인데, 벌써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비준동의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국회 처리과정에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