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의 금요기도회가 열린 18일 리비아와 바레인, 예멘 등지에서는 민주화 시위가 대규모로 벌어져 유혈 사태가 빚어지는 등 북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시위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지난밤 반정부 시위 이후 처음으로 군 병력이 배치된 리비아에서는 이날 또다시 민주화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수도 트리폴리에서는 친정부 세력의 체제 수호 집회가 열리는 등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일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바레인과 예멘에서도 군부대와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를 하거나 시위 장소에서 수류탄이 터져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이집트에서는 민주화 시위의 성지로 부상한 카이로 타흐리르 광장에서 수십만 명이 다시 모여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하고 군부에 정치개혁 이행을 촉구하는 `승리의 행진’ 집회가 열렸다.
◇ 리비아 =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가 42년째 통치하고 있는 리비아의 제2도시 벵가지와 알-바이다에서는 이날 민주화 시위 과정에서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야권 웹사이트인 `리비아 알-윰’은 두 지역에서 각각 열린 장례식은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로 바뀌어 참석자들과 경찰 간의 충돌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수도 트리폴리에서 동쪽으로 1천㎞ 떨어진 항구도시인 벵가지에서는 전날에도 수천 명이 밤늦도록 반정부 시위를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14명가량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에 본부를 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지난 15일과 16일 이틀 동안 리비아의 벵가지와 알-바이다 지역에서 보안군의 유혈 진압으로 최소 24명의 시위 참가자가 숨졌다고 밝혔고, 리비아 야권 그룹은 사망자 수가 45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리비아에서 벌어진 일련의 시위는 한 페이스북 그룹이 2006년에 벵가지에서 열린 이슬람주의자들의 집회에서 14명이 숨진 사건을 기념해 `분노의 날’ 행사를 열자고 제안해 일어났다.
무아마르 카다피 국가원수를 지지하는 보수세력은 이날 트리폴리에서 대규모 친정부 집회를 열었으며, 국영TV는 이 집회에 참석한 카다피의 모습을 방영했다.
카디피의 친위 세력인 `혁명위원회’는 또 이날 자체 웹사이트에 게재한 성명에서 "혁명 세력과 국민은 모든 소규모 그룹의 모험주의에 날카롭고 폭력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반정부 시위에 대한 무력 진압을 예고했다.
이런 가운데, 트리폴리 인근의 엘-제다이다 교도소에서는 이날 재소자들이 탈옥을 하려다가 3명이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앞서 이날 새벽에는 벵가지 근처에 있는 한 교도소에서 1천 명 이상의 재소자가 탈출했다고 현지의 쿠리나 신문이 전했다.
◇ 바레인 = 중동 아라비아 반도의 입헌군주국인 바레인에서도 이날 군부대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사상자가 속출했다.
바레인의 야당 의원인 잘랄 피루즈는 반정부 시위대가 수도 마나마의 진주광장으로 향하는 도중 군인들이 시위대를 향해 총격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바레인 경찰은 앞서 지난 17일 새벽 진주 광장에서 밤샘 농성을 벌이던 시위대 수천 명을 강제 해산했으며, 이 과정에서 4명이 숨지고 231명이 다쳤다.
이날 남부 도시 시트라 이슬람사원에서는 시위 중 숨진 희생자들의 장례식이 열렸다.
시위 사망자 중 3명에 대한 장례가 치러진 이날 장례식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은 반정부 구호를 외쳤고 일부는 "하마드 국왕에게 죽음을"이라는 구호도 외쳤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바레인의 시아파 성직자인 셰이크 이사 카셈은 이날 북서부 지역에서 열린 금요기도회를 통해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공격은 학살이나 다름없다"며 "정부는 대화의 문을 완전히 닫아놓고 있다"고 맹비난했다.
바레인의 반정부 시위는 민생 경제 악화가 시위의 도화선이 된 튀니지, 이집트와는 달리 40년간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수니파에 대한 시아파의 소외감을 바탕으로 격화되고 있다.
바레인은 전체 인구 75만명(외국인 노동자 포함한 인구는 130만명)의 70%가 시아파지만 수니파인 알-칼리파 가문이 40년 가까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어 시아파의 불만이 높다.
◇ 예멘 = 알리 압둘라 살레 대통령이 30년 넘게 집권하고 있는 예멘에서는 이날 반정부 시위 장소에 누군가 수류탄을 던져 시위 참가자 2명이 숨지고 25명이 다쳤다.
시위대에 따르면 이날 수도 사나에서 200km 남쪽에 있는 타이즈의 후리야(자유) 광장에서 시위가 진행되던 중 차량 한 대가 광장으로 접근한 뒤 누군가가 수류탄을 시위대에 던지고 달아났다는 것.
1만여 명에 이르는 시위대는 그러나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이송된 뒤 "독재자 타도", "압제 타도" 등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지속했다.
시위대는 인근에서 살레 대통령 지지 집회를 열던 친정부 시위대 1만여 명과도 충돌했다.
양측 시위대는 서로 돌을 던지고 폭행을 가하며 충돌했고 경찰은 공포탄과 최루탄을 쏘며 강제 해산을 시도했다.
이와 함께 남부도시 아덴에서는 이날 반정부 시위 중 경찰 발포로 3명이 숨졌다고 알-자지라가 전했다.
32년간 장기집권 중인 살레 대통령은 2013년 임기 종료와 함께 물러날 것이며 대통령직을 아들에게 세습하지 않겠다고 밝힌 상태지만, 시위대는 즉각 퇴진을 요구하며 이날 8일째 시위를 이어갔다.
◇ 이집트 = 무바라크 대통령이 퇴진한 지 일주일째인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시민혁명의 성공을 자축하고 군부에 정치개혁 이행을 촉구하는 `승리의 행진’ 집회가 열렸다.
이집트 권력의 상징인 `무감마(정부 종합청사)’ 건물 앞에서부터 북쪽의 고고학박물관까지 드넓은 타흐리르 광장을 가득 메운 수십만 명의 시민들은 국기를 흔들고 박수를 치며 18일간 이어졌던 시민혁명의 승리를 기념했다.
이집트에서 영향력 있는 이슬람 지도자 중 한 명인 셰이크 유세프 엘-카라다위는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무슬림의 금요 기도회를 이끌면서 "부조리는 결코 진실을 이길 수 없다"며 시민봉기의 성공을 축하했다.
그는 이어 "나는 젊은이들에게 축하의 말을 건넨다. 그들은 이번 혁명이 결국에는 승리할 것임을 알고 있었다"면서 "그러나 혁명은 새 이집트가 들어설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고 강조했다.
타흐리르 광장의 한쪽에는 이번 시민혁명 과정에서 희생된 365명의 넋을 위로하는 기념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앞에는 조문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타흐리르 광장에서 몇㎞ 떨어진 무한데신 지역에서는 이날 무바라크 지지자 1만여 명이 그의 불명예 퇴진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하는 동정 집회를 열었다.
이런 가운데, 과도기 최고 권력기관인 군부는 최근 개헌위원회를 통해 열흘 내에 헌법 개정안을 만들어 두 달 내에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밝히는 등 권력의 민간이양 절차를 밟고 있다.
(카이로.두바이=연합뉴스) 김홍태 고웅석 강종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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