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키스탄서 1일 특수부대 작전으로 사살
▶ 오바마 `정의 실현됐다`..美 전역 축제 분위기
9.11 테러를 주도한 알-카에다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이 1일(이하 현지시각) 기습작전을 편 미군에 사살됐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밤 빈 라덴이 사망한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에 있던 빈 라덴의 은신처에 미군 특수부대를 투입, 교전 끝에 빈 라덴을 사살하고 그의 시신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전세계에서 반미.반서방 테러를 주도해온 빈 라덴의 죽음으로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도 전기를 맞게 됐다.
◇ 오바마 "빈 라덴 시신 확보" = 오바마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일요일인 이날 자정 무렵 백악관에서 TV 생중계를 통해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아보타바드에서 이날 미군 특수부대의 공격을 받고 교전 도중 사살됐으며, 그의 시신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미 정보 당국이 지난해 8월 빈 라덴의 파키스탄 내 은신처에 관한 믿을 만한 단서를 확보하고 이를 추적해왔으며, 지난주 빈 라덴의 제거 작전을 단행할 충분한 정보가 확보됐다고 판단, 작전 개시를 승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작전 과정에서 미군의 인명피해는 없었으며, 오바마는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신중을 기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10년 전인 2001년 9ㆍ11테러를 감행해 3천여명의 무고한 인명을 숨지게 한 빈 라덴이 제거된 것은 테러와의 전쟁에서 가장 중대한 성과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하고 "이제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빈 라덴의 제거가 이슬람권을 향한 전쟁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 소재 파악부터 사살까지 =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발표에 따르면 빈 라덴의 사살은 미군 정보당국의 집요한 추적과 파키스탄 정보 당국의 협조의 산물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수년간 공들인 작업 끝에 지난해 8월 빈 라덴에 대한 단서를 보고받았다"며 "하지만 확실치 않은 것이었기 때문에 정보 확인에 수개월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빈 라덴이 파키스탄의 깊숙한 은신처에 거주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정보를 가다듬으면서 나는 국가안보팀 회의를 계속 가졌다"며 백악관 고위급 회의를 통한 정보점검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미 정부 관계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발표 이후 가진 언론브리핑에서 오바마가 빈 라덴 제거 작전을 승인한 것이 지난달 29일 아침이며 작전은 일요일인 이날 이뤄졌다고 전했다.
작전 개시와 함께 이날 새벽 1시30분부터 2시 사이에 파키스탄의 수도 이슬라마바드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아보타바드의 빈 라덴 은신처를 목표로 헬리콥터를 이용한 공격이 이뤄졌다.
미 해군 특수부대인 네이비 씰(Navy SEAL) 요원 20-25명이 헬기를 통해 현장에 투입돼 지상에서 약 40분간에 임무를 수행했다고 익명의 정부 관계자가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작전 과정에서 빈 라덴의 아들을 포함, 남성 3명과 여성 1명이 숨졌으며 미군 사망자는 없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파키스탄과의 대(對) 테러 공조가 빈 라덴이 숨어 있는 곳을 파악하는 것을 도왔다"고 밝혀 파키스탄 정부의 빈 라덴 비호 의혹을 사전에 차단하기도 했다.
◇ 휴일심야 美 환호..부시 전 대통령도 축하 =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1일 밤 미국 전역은 환호의 도가니로 변했다.
휴일 자정이 가까운 시간에도 오바마 대통령이 특별성명을 통해 빈 라덴의 사망을 공식 발표하는 동안 워싱턴 D.C.의 백악관 앞에는 시민들이 속속 모여들어 성조기를 흔들며 `유에스에이(USA)’를 외쳤다.
뉴욕 시민들도 9.11 테러 현장인 맨해튼의 그라운드 제로에 나와 10년 전 테러 주모자의 죽음을 축하했다.
시민들은 속속 집결해 기쁨의 의미로 자동차 경적을 울리기도 했으나 현장 한켠에서는 촛불을 켜놓고 테러 당시 숨진 사람들을 다시금 추모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CNN방송을 비롯한 모든 방송은 정규방송을 중단한 채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을 긴급 타전했다.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도 관련 소식을 알리는 메시지와 축하글이 넘쳐났다.
이날 공식발표 직전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빈 라덴의 사망 사실을 들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도 성명을 내고 "미국의 승리"라면서 오바마 대통령과 미군, 정보당국에 "무한한 감사의 뜻을 보낸다"고 밝혔다.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도 성명을 내고 미국인들은 빈 라덴을 사살할 것이라는 약속을 지켰다면서 "그의 죽음은 당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모든 이들에게 평안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 보복테러 우려도..美, 경계 강화 =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심야성명에서 "알-카에다가 계속 우리를 향해 공격을 추구할 것이라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 지속적인 경각심을 강조했다.
알-카에다가 당분간 지도자 사살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각지에서 테러공격을 강화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빈 라덴의 사망 소식이 2일 아랍권으로도 전해지면서 아랍권 언론은 빈 라덴의 죽음이 향후 테러리즘에 미칠 영향을 집중 보도했다.
아랍권 위성 보도채널 알-자지라는 미 군사 전문가 마크 키미트의 말을 인용, "빈 라덴의 죽음은 테러리즘의 한 장(章)이 끝났다는 것을 의미할지언정 테러리즘의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키미트는 "빈 라덴은 알-카에다의 상징이었지만 분명 알-카에다 조직은 빈 라덴 개인 이상의 조직"이라며 "알-카에다의 위협은 상존하고 있으며 앞으로 몇년 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성 보도채널 알-아라비야도 빈 라덴 사망이 새로운 테러를 촉발할 우려가 있다고 경계했다.
알-아라비야는 빈 라덴의 사후에 누가 알-카에다를 이끌 것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알-카에다의 추종 자생조직들이 이미 전 세계에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해 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우려에 따라 미 국무부는 이날 전세계 미국인들에게 반미 폭력사태가 증가할 수 있다는 여행경보를 발령했고, 해외공관에도 경계를 강화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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