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두 차례의 실패를 밑거름 삼아 3번째 도전 끝에 이룬 쾌거라는 점에서 한층 빛을 발하고 있다.
또 강원도와 체육계 및 재계를 주축으로 하는 대회 유치위와 중앙정부가 찰떡 공조를 이뤄 빚어낸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동계올림픽은 지구촌 최대의 겨울 스포츠 축제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여름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된 겨울 스포츠가 비약적으로 발전하는 계기로도 작용할 전망이다.
◇동계스포츠의 허브로 진화 중 = 1999년 용평리조트에서 열린 동계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김진선 당시 강원지사가 동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제대로 눈여겨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실현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 때문이다.
당시 강원도에는 스키점프와 봅슬레이 경기를 치를 시설이 전무했고, 올림픽 코스의 스키 슬로프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서 과감하게 도전해 두 번의 좌절을 극복하고 마침내 축배를 들었다.
평창의 유치는 1924년 동계올림픽이 시작된 이후 아시아에선 일본의 삿포로(1972)와 나가노(1998년)에 이어 3번째다.
동계스포츠의 고향이라는 유럽 도시들을 모두 제치고 이룬 이번 쾌거는 아시아 동계 스포츠사에서 일대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것이다.
애초 불모지였던 평창이 올림픽 유치사에서 한 획을 그을 수 있었던 주된 배경으로 실패를 성공으로 돌리고자 하는 노력과 준비를 꼽을 수 있다.
평창은 최초 동계올림픽 유치 도전에 나섰던 12년 전과 비교하면 ‘상전벽해(桑田碧海)’를 연출했다.
초현대식 숙소가 들어선 알펜시아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스키 리조트로 자리 잡았고, 최첨단 시설을 자랑하는 스키점프대와 깔끔하게 정돈된 노르딕 스키장은 겨울스포츠 팬들을 부르고 있다.
지난 2월 평창을 방문했던 국제올림픽위원회(IOC) 현지실사단은 몇 년 전 황무지에 불과했던 평창이 이미 올림픽을 치러도 좋을 만큼 완벽한 스키 타운으로 변모한 모습에 감탄을 자아냈다.
두 번의 실패 속에도 반드시 올림픽을 유치하겠다는 강원도민의 뜨거운 열정을 한눈에 확인한 것이다.
동계스포츠 분야에 더 많은 투자가 이뤄질 7년의 시간이 또 흘러 2018년이 되면 평창은 동계올림픽 팡파르를 울린다.
그때가 되면 전 세계인들은 진정한 아시아 동계스포츠 허브로 변모한 평창의 모습에 다시 한번 놀랄 것으로 보인다.
◇체육계·재계, 중앙정부의 합작품 =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체육계는 물론 정부와 재계가 온 국민의 염원을 담아 합심해 이룬 성과물로 볼 수 있다.
평창이 처음 도전에 나설 당시에도 정부와 재계의 협조가 분명히 있었지만, 이번처럼 전폭적인 수준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강원도와 체육계의 현안이라는 시각이 뚜렷했다.
두 번째 도전에선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직접 IOC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지만 국민적인 지지를 이끌어내기에는 ‘2%’가 부족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평창유치위원회가 강원도 산하 법인에서 중앙정부 산하 법인으로 이전하면서 동계올림픽이 국가적인 과업으로 격상됐다.
글로벌 항공사를 경영하는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이 유치위원장을 맡았고 두산그룹 오너인 박용성 대한체육회(KOC) 회장이 ‘쌍두마차’로 나섰다.
국내 최대 재벌그룹 총수인 이건희 IOC 위원은 지구를 다섯 바퀴(21만㎞)나 돌며 평창 지지를 호소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IOC 총회가 열리는 남아공 더반에 국가원수로는 역대 최장 기간인 5박6일이나 체류하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전력을 쏟았다.
체육계와 강원도를 넘어 정부와 재계까지 일치단결해 국민적 역량을 집결함으로써 꿈을 현실로 만든 것이다.
◇’선수중심’ 개최 계획·’맨투맨’ 유치 전략 적중 = 평창유치위가 내걸었던 모토는 ‘선수 중심·경기 중심의 올림픽’이다.
설상 경기가 열리는 ‘알펜시아 클러스터’와 빙상 경기가 펼쳐지는 강릉의 ‘코스탈 클러스터’가 양대 축으로 올림픽 사상 가장 콤팩트하게 경기장을 배치했다.
평창은 2개의 올림픽 타운을 철도와 고속도로 및 국도 등 다중 교통망으로 편리하게 연결해 참가 선수의 90%는 10분 이내에 경기장에 도착할 수 있는 점을 강조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개최 계획서에서 경쟁 도시에 한 발짝 앞선 평창은 맞춤형 ‘맨투맨’ 유치전략을 펴 경쟁도시들보다 더 많은 표를 끌어오는 데도 성공했다.
정부와 유치위원회, KOC 및 IOC 위원이 참여하는 ‘고위 전략회의’를 정기적으로 개최하며 모든 정보를 공유하고 투표권을 지닌 IOC 위원들의 성향까지 완벽하게 분석했다.
그 결과를 토대로 중복과 사각지대 없이 각자의 역할을 분담해 IOC 위원들에게 접근했다.
일관되게 ‘낮은 자세’로 진정성을 전달한 평창의 유치 활동 방식도 IOC 위원들의 표심을 자극한 것으로 분석된다.
박용성 체육회장이 지난 3월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방사능 피폭 우려가 고조하는 상황에서 IOC 위원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며 도쿄를 방문해 감동을 선사한 것은 그런 사례의 하나로 꼽힌다.
◇동계스포츠 저변 확대도 한몫 =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우리나라가 꾸준히 동계스포츠 강국으로서의 면모를 갖춰온 데 따른 산물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작년의 밴쿠버 동계올림픽 전에는 쇼트트랙에서만 메달을 따는 등 국제 동계 스포츠 무대에서 ‘절름발이’ 신세를 면치 못했다.
1948년 생모리츠 동계올림픽에 처음 참가한 이후 2006년 토리노 대회까지 금메달 17개, 은메달 7개, 동메달 7개 등 총 31개의 메달을 땄다.
하지만 쇼트트랙을 제외하면 1992년 알베르빌에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000m에서 김윤만이 은메달, 2006년 토리노 대회 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에서 이강석이 딴 동메달이 전부였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평창의 1차 도전 당시 라이벌이었던 밴쿠버에서 열린 작년 대회에서 엄청난 저력을 발휘했다.
금메달 6개와 은메달 6개, 동메달 2개를 획득해 국가별 종합 순위에서 사상 최고 성적인 5위에 올라 동계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세계에 전파한 것이다.
밴쿠버 대회에서는 김연아가 세계의 ‘피겨여왕’으로 등극했고 ‘빙속 삼총사’인 이승훈·모태범·이상화가 최초로 스피드스케이팅에서 금메달을 휩쓸었다.
쇼트트랙 강국으로만 통했던 한국이 피겨와 스피드 등 다른 겨울 스포츠 분야로 저변을 넓힌 것은 이번 유치 성공에 보약이 됐다.
◇사회·경제적 효과 엄청날 듯 = 한국은 동계올림픽 유치에 성공하면서 프랑스와 독일, 이탈리아, 일본, 러시아에 이어 세계 4대 스포츠 행사인 동·하계올림픽과 축구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모두 유치한 6번째 나라가 됐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통해 전 세계에 ‘코리아’를 널리 알렸던 한국은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면서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경기력이 국력과 비례한다는 스포츠의 매력은 해당 국민에게 긍지와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는 점이 꼽힌다.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는 모처럼 국민의 사기를 높인 기분 좋은 일이었다는 점에서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 없다.
국제스포츠 행사에서 파생되는 경제적 효과도 간과할 수 없다.
산업연구원은 평창동계올림픽 개최에 따른 총생산 유발 효과가 20조4천973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울러 부가가치 유발액은 8조7천546억원, 고용 유발 효과는 23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투자 및 소비지출에 따른 직접 효과 21조1천억원을 포함해 직·간접적으로 64조9천억원의 경제적 효과를 얻을 것으로 예측하는 등 평창 올림픽이 우리나라 국가 경제에 엄청나게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스포츠산업 시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은 재정상태가 열악한 강원도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부풀어 오르고 있다.
(더반<남아공>=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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