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포진은 수두 바이러스와 똑같은 바이러스에 의한 질환으로 면역력이 떨어졌을 때 나타나기 쉬운 질환이다. CDC(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평생 3명 중 1명꼴로 대상포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나이가 들어갈수록 발병 위험률이 증가하기 때문에 60세 이후는 백신이 권고되기도 한다.
브루스 박 피부과 전문의는“대상포진은 그렇게 위험한 질병은 아니지만 발진이 발병하는 부위가 중요하다. 눈, 코 등에 나타나면 시력, 뇌, 청력 등에 심각한 손상을 불러올 수 있다. 또한 환자에 따라 발진이 사라진 후에도 합병증인 포진 후 신경통(postherpetic neuralgia)이 나타나 심하게 아파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브루스 박 피부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대상포진에 대해 알아보았다.
잠복했던 수두 바이러스
면역력 떨어지면 나타나
발진 시작, 물집 생기며
참기 힘든 쇼크성 통증
장거리 여행·스트레스
심한 다이어트가 유발도
#대상포진이란
영어로 ‘싱글스’(shingles), 또는 ‘헤르페스 조스터’(herpes zoster)라 부른다. 통증이 있는 물집(수포)이 나타나는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을 말한다.
원인은 수두 바이러스로 알려진 배리셀라-조스터 바이러스(varicella zoster virus).
어릴 때 앓은 수두 바이러스가 척추부위 신경절에 잠복해 있다가 발병하는 질환으로 어릴 때 수두(chickenpox)를 앓은 경험이 있다면 나이가 들수록 대상포진에 걸릴 위험이 커진다. 한 번 수두에 걸리면 수두 바이러스는 몸 안에서 사라지지 않고 잠복하고 있다가 시간이 지난 후 어떤 자극이 생기거나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바이러스가 다시 활동하게 돼 발병한다.
사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느 나이에나 발현할 수도 있다. 박 전문의는 “60대 이상이 대상포진 위험이 2~3배 정도 높지만, 5~6세 어린이도 매우 드물게 대상포진이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대상포진이 면역력과 관계가 높은 질환이라 아동의 경우는 소아과로 연결해 혹시 백혈병이나 림프종이 있는지 검사 받도록 한다”고 말했다.
통증이 있고 물집이나 수포, 발진이 2~4주 정도 간다. 통증 증상은 아주 아프고, 타는 듯한 통증, 찌르는 듯하며, 쑤시고, 쇼크 같은 통증으로 출산의 고통이나 신장결석으로 인한 통증에 비유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100만명이 대상포진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수두와 대상포진의 차이점은
두 질환은 사실 바이러스가 같다. 수두는 전염성이 매우 높은 질환. 박 전문의는 “대학생 시절 UCLA 강의실에서 친구가 수두에 걸렸는데 그때 같은 강의실에 있었던 수두를 경험하지 못했던 학생들이 수두에 걸려, 대학 측에서는 같은 강의실에 있었던 학생들에게 조심할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수두는 공기 중에 감염자의 재채기나 기침을 통해 전파될 수 있으며, 수두의 발진에서 나오는 액을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자의 침을 통해서도 전염될 수 있다.
하지만 대상포진은 기침이나 재채기로 인한 감염경로가 아니라 대상포진으로 인한 발진을 직접 만지면 전염될 수 있다. 또 수두에 걸렸던 적이 없는 사람이 대상포진 환자의 발진 부위를 만져서 감염되는 경우는 대상포진이 아니라 수두가 발병된다. 어릴 때 수두에 걸린 경험이 없다면 대상포진에는 걸리지 않는다.
박 전문의는 “어릴 때 수두에 걸리면 감기처럼 지나가며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어른이 수두에 걸리면 위험할 수 있다. 나이가 더 들어 면역력이 약해지면 대상포진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 지적했다. 또한 수두는 신생아나 임신부에게는 매우 위험할 수 있다.
#대상포진을 유발할 수 있는 경우는
면역력이 약한 경우 대상포진이 발현되기 쉽다. 박 전문의는 “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 온 경우 시차나 육체적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대상포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반대로 미국에서 한국으로 여행하는 경우도 마찬가지. 특히 여름에 바닷가로 놀러가 강한 햇볕을 오래 쪼이면 잠자는 바이러스를 자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행이나 스트레스, 하이킹, 육체적으로 체력 소모가 많은 직업을 갖고 있는 경우 등은 바이러스를 자극하는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박 전문의는 “사우나나 찜질방에서 오래 뜨거운 데 있는 경우도 나쁜 스트레스는 아니지만 몸에 스트레스가 될 수 있으며 대상포진이 발현하는 유발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의 경우 심한 다이어트 때문에 대상포진이 발병하는 경우도 있다.
얼굴 발병하면 실명·청각상실 위험도
고령자는 합병증으로 신경통 앓을 수도
#발생 부위가 중요
대상포진이 코나 얼굴에 생기면 뇌와 눈에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눈 주변에 생기면 각막염 등을 일으켜 실명위험이 있으며, 바이러스가 뇌로 가면 뇌염(encephalitis)이 생겨 얼굴마비, 청각문제, 균형문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뇌에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는 매우 드문 합병증에 속한다. 특히 나이 든 사람은 합병증으로 포진 후 신경통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물집이나 수포가 다 나아도 신경이 예민해져 계속 아픈 증세가 나타난다. 드물게는 얼굴근육 마비증세가 나타나기도 하며 잘 웃지 못한다. 신경이 예민해져 바람만 불어도, 혹은 옷깃만 스쳐도 아프다. 한두 달 있다가 사라지기도 하지만 일년 정도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도 있다. 또 포진 후 신경통이 나타나면 치료가 매우 힘들다.
고위험군은 백신 맞으면 도움
항바이러스 제제의 약 처방
#백신
대상포진 백신은 살아 있는 있는 바이러스를 약화시킨 상태의 생균 백신(live vaccine)으로 백신을 맞으면 수두를 아주 약하게 걸리는 것과 같다. 또 대상포진 백신은 전에 수두에 걸렸던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맞아도 된다.
박 전문의는 “60세 이상이라고 해서 꼭 다 맞아야 한다기보다는 재발위험이 있거나 포진 후 신경통 위험이 있는 경우, 위험요소가 있는 경우 등이 백신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또 백신을 맞았다고 해서 대상포진에 안 걸린다기보다는 대상포진에 걸려도 증상이 약하게 지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상포진 백신은 대개 거의 보험이 커버되지 않는다. 또 메디케어에서도 커버하지 않는다.
또한 대상포진 백신은 생균 백신이라 면역력이 약한 사람, 암환자, 화학요법을 받고 있는 암환자 등은 백신을 맞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
처음에는 발진이 나타나도 벌레 물린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몸살이나 근육통 등이 생기기도 한다. 등이나 가슴, 눈, 목, 팔, 다리, 얼굴 등의 몸 한쪽에 띠 모양으로 수포성 물집과 벌레에 물린 듯한 붉은 뾰루지가 생긴다. 피부 신경조직을 따라 나타나기 때문에 심한 통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물집이 생기기 전 발열, 전신 피로감, 통증 등 전조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따끔따끔 거리는 기분, 가렵거나 쑤시는 듯하거나 얼얼한 느낌이 나타나고 24시간 안에 조금씩 빨갛게 되면서 물집이 생긴다. 오른쪽이나 왼쪽에 몸통이나 팔, 다리에 이상감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둔화된 느낌 혹은 아주 민감한 증세가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
대개 젊은 경우 큰 문제가 없으면 별 치료 없이도 면역력으로 대상포진을 이겨낼 수는 있다. 6~8주 지나면 자연적으로 나을 수 있지만 빠른 치료는 회복을 빠르게 하며 포진 후 신경통이나 다른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먹을 수 있는 항바이러스 제제인 ‘조비랙스’(Zovirax), ‘발트렉스’(Valtrex), ‘팜비어’(Famvir) 등 약이 처방되기도 하며 소염제(애드빌)를 복용하기도 한다. 발진이 나타나기 전 첫 24~72시간 내에 바로 치료를 받는 것이 좋으며 신경통을 겪기 시작했다면 통증 완화제를 처방 받는다.
문의 (714)525-0545, (213)380-0221
#참고사항
성병 오인 마세요… 내과·신경과 찾아가도 돼
-‘헤르페스 조스터’라는 이름 때문에 성병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간혹 있다. 증상도 겉으로 볼 때는 비슷하며 먹는 약도 비슷하기 때문. 하지만 대상포진과 헤르페스와는 다르다.
-꼭 피부과 의사를 찾아가지 않아도 된다. 대상포진이 의심되면 내과, 가정의학과, 피부과, 너스 프랙티셔너 등을 찾아가도 된다. 합병증이 생긴 경우는 신경과 전문의에게 가기도 한다.
-대상포진은 면역력과 관계가 높기 때문에 암을 발견하는 경우도 있다. 젊은 사람의 경우 백혈병, 림프종 등 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꼭 암을 발견하는 것은 아니지만 계속 피곤하고 체중이 빠지거나 멍이 생기는 등 대상포진과 관계없는 이상 증세가 생기면 다른 질병은 없는지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 암 때문에 면역이 약해지면서 대상포진이 나타나기도 하기 때문.
<도움말 주신 분>
브루스 박 피부과 전문의.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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