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밝았다. 우리의 꿈을 지탱해주고 키워주는 사랑의 보금자리 가정이 새해에도 변함없이 지친 인생살이를 위로해주고 상처를 치유해주고 생명을 길러내는 곳으로 자리할 것이다.
또 희망의 울타리 안에서 세상을 향해 날갯짓 할 수 있도록 가장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줄 것이다. 그러기에 가정이 행복하지 않으면 사회적 성공도, 부도 빛이 바랜다.
새해에는 그 어떤 것보다 가정의 행복이 우선돼야 한다. 가정의 든든한 버팀목 주부들을 세대별로 만나 새해소망과 행복한 가정만들기 노하우, 살림철학을 들어보았다.
’조금 덜 편리하게’ 살면 좋아요
■ 장정숙(51)
나는 ‘조금 덜 편리하게’ ‘조금 더 자연스럽게’ ‘좀더 순리적으로’ 살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 우리 삶에서 소비 속도에 한박자만 늦춰도 행복해질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일회용 소비재의 사용을 줄여도, 장보러 갈 때 재활용(reusable) 백을 들고만 다녀도, 멀쩡한 제품을 신품으로 바꾸지만 않아도 세상은 좀더 깨끗해지고 건강해질 것이 분명하다.
나는 이리저리 찌글어져도 10년이 훌쩍 넘은 내 차를 사랑한다. 덜 반짝이고, 덜 위압적이고, 자잘한 접촉사고 정도야 전혀 문제되지 않는 이 여유가 좋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고집스럽고 구식 같아 보일지 모르지만 나는 가능한 한 오래 쓰고, 가능한 조리를 덜한 음식으로 식사하고, 공동구매를 통해 좋은 물건을 싸게 구입하고, 되도록 신선한 재료를 선호해 파머스마켓(farmer’s market)을 자주 애용하는 조금은 ‘별난’ 살림꾼이다.
내 까탈스러움 때문일까, 어려서 오래 아팠던 기억 때문에 늘 건강에 주의를 기울여서일까 가족 모두 건강을 지키고 있다.
또 이렇게 내가 나이드니 나이든 사람의 감정변화들이 속속들이 이해가 되고 중년이 된 내 모습도 보듬게 된다. 새해에는 지금까지의 삶에 감사하며 아들의 무한 가능성을 믿어주려 한다.
* 장정숙씨는 사춘기를 지나는 중인 늦둥이 아들과 오십을 맞는 자신의 몸의 변화들에 휘청거리지만 균형을 잡으려 노력중이다. 자연 그대로, 조리를 덜한 요리를 지향하며 환경보호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철저한 분리수거, 일회용 과소비를 억제하는 친환경적 살림철학을 갖고 있다.
"칭찬으로 가족을 춤추게 한다"
■ 배아람(42)
‘쏜살같이’ 달려간 시간을 뒤로 하고 새해를 맞았다. 미국 경제의 불황이 여과없이 이민사회에 영향을 주고 있으며 태풍 샌디와 코네디컷의 초등학교 총기사건과 같은 슬픈 일들이 우리의 삶을 더욱 힘겹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처럼 예기치 않았던 사고나 자녀들과의 갈등 속에서 온가족이 함께 한 곳을 바라보며 걸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새해 우리 가정은 ‘용서’와 ‘희망’의 과녁을 바라보며 나갈 예정이다. 자녀들의 실수를 용서해주고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격려해줄 것이다. 남편의 하루는 내 칭찬을 듣는 것으로 시작하게 할 것이다.
그 칭찬의 말이 남편의 일 가운데 자신감으로 나타날 것이라 믿는다. 미국의 장래가 자녀들, 특히 우리 한인 자녀들에게 달려있다고 믿고 정치, 경제, 교육, 문화의 모든 분야에서 건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자란 우리의 자녀들이 활약하는 미국을 꿈꾸며 산라몬 학부모 기도모임을 통해 기도하고 있다.
* 배아람씨는 뷰티플마인드앙상블 비올라 연주자로 활동했으며 산라몬 지역에서 개인지도를 하고 있다. 볶은김치를 넣은 주먹밥을 도시락에 넣어주는 하영(14), 주영(11)이 엄마로 하루하루를 힘차게 보내고 있다.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켜"
■ 송민정(36)
유머감각이 있는 한 지인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불안은 게으른 사람도 움직이게 한다.” 집밖에 나가는 것보다 집안에서 뒹구는 것을 더 좋아하고, 아이랑도 누워서 이야기나 하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내가 남들이 보기에 제법 귀찮은 일들을 하는 까닭은 바로 ‘불안’ 때문이다.
우리가 사는 지구환경이 많이 피폐해졌다. 깨끗한 물을 보려면 3-4시간은 운전을 해서 가야 한다. 우리가 버린 쓰레기를 수입한 제3세계의 사람들은 그 쓰레기에서 나오는 유독가스, 화학물질로 고통을 받고 산다.
물이 없어 콜라로 목욕을 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예민한 탓인지, 일본의 핵발전소 재앙을 봐서인지, 그 모든 뉴스가 먼나라 일로 느껴지지 않고 곧 내 뜰 앞에 닥칠일로 느껴지는 건 왜 일까?
그래서 내가 버린 쓰레기가 당장 내 가족의 발목을 잡지 않도록 포장된 식재료를 사지 않으려고 꼭 장바구니 들고 주말마다 종교행사에 참여하는 심정으로 파머스마켓도 가고, 음식물 쓰레기도 꼭 분리해서 가져다주려고 하고, 플라스틱으로 된 장난감 구입을 자제하고, 불필요한 전기는 쓰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이 모든 것을 불안에 떠밀려 시작했지만, 새해에는 ‘안빈낙도’(安貧樂道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즐겨 지킴)를 실천하는 것이라고 보다 적극적이고 멋들어진 명분을 붙여보려고 한다. 조금 더 불편하고, 조금 덜 쓰지만, 더 행복한 2013년을 위하여!
* 송민정씨는 미국이 어떤 곳인지도 잘 모르고, 평생 차를 가지지 않고 살겠다고 다짐한 적도 있으나, 결국 마음에 무거운 짐을 얹고 킨더 아이 라이드 인생을 시작한 36살 주부. 내가 살다가 지나간 자리가 더 나아지지는 못할망정, 최소한 더 망가지지는 않도록 해야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가고 있다.
"가족 중심의 생활 누릴 것"
■ 이지연(28)
한국에서는 남편이 바빠 같이 밥먹을 시간도 많지 않았다. 미국에 오니 가족과 함께, 가족 위주의 생활이 되어 좋다.
처음 결혼해서는 살림 육아 스트레스가 있었고, 내 자유가 박탈된 듯한 상실감도 있었지만 지금은 안정된 가정생활이 만족스럽다. 32개월된 딸 (임)하진이는 요즘 소꿉놀이, 장보기놀이에 빠져 있다. 지금 다니는 킨더가든에 한국친구와 한국말 하는 한국 선생님이 있어 다행히 학교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이 감사하다.
자기 전에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읽기 능력은 학습의 기초이기도 하지만 우리가 함께 한 이 순간 순간들이 아이와 내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다. 책을 함께 읽는다는 것은 교감, 공감, 유대가 강화되는 아름다운 시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아이가 하나님과 사람 앞에서 사랑받는 사람으로 자라길 기도한다.
한국과 달리 렌트비, 보험료, 차량유지비 지출이 높아 생활비는 최소한 것으로 줄여서 산다. 이곳의 환상적인 자연과 날씨를 보면서 내가 한국에 돌아가더라도 또 오고 싶은 곳이 될 것 같다. 그리고 또 하나 한국에는 없는 피츠커피의 깊은 맛은 잊지 못할 것 같다.
* 이지연씨는 결혼한 지 4년차 된 주부. 1년간 남편의UC버클리Visiting Scholar Program 연수차 알바니에 머물고 있다. 새해에 미국생활을 맘껏 누리고 둘째아이를 갖고 싶은 소망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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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장정숙, 배아람, 이지연, 송민정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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