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길 간절히 소망
세상과 소통의 길 열어준 ‘어메이즈’에 감사
▲눈을 맞추지 않는 아이
아무리 맞추려 해도 아이는 눈을 맞추지 않았다. 이제 7개월인데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지만 ‘아이가 이상하다’는 교회 권사님의 말이 그냥 넘겨지지 않았다. 의사는 자폐 성향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엄마는 그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는 엄마의 바람대로 커주질 않았다. 앉는 것도 걷는 것도 속타게 느렸다. 아이는 깔아놓은 카페트 밖으로 나가려 하지 않았고 무언가를 돌리는 것에만 집중했다.
‘내 아들은 괜찮을거야’를 수없이 되뇌었지만 사실 괜찮지가 않았다. 눈맞춤 못하는 것은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맺기에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아이를 이상하게 바라보는 시선들이 갈수록 감당하기 힘들었다.
다니던 교회도 발길을 끊고 세상과 단절된 시간을 보냈다. 그렇게 1년 반이 지나고 다시 하나님을 만났지만 아이도 엄마도 달라진 것이 없었다. 그것은 감당해야 할 삶의 몫이었다.
▲세상 밖으로 나오려면 피아노를 배워야 해
어느날 교회 연주팀 공연을 보는데 눈물이 쏟아져 내렸다. 3살된 아들은 근육발달이 늦어 악기를 손에 쥐어줄 수도 없는데 저렇게 연주할 수 있을까 안타까움과 절망이 내려앉았다. 그래도 엄마는 선생님을 구해 아이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악보를 쳐다보지도 않고 손으로 건반을 눌러주어야만 하는 아이를 데리고 6개월간 진을 뺀 선생님은 아무런 진척이 없다며 오히려 엄마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엄마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봤다. 티끌만한 것이었지만 점차 아이가 배워가는 모습이 분명히 보였다. 그러나 아들을 맡아줄 선생님이 없었다. 아무도 없다면 엄마인 내가 가르쳐야겠다 싶었다. 그렇게 4년...엄마는 포기하지 않았다. 국은희(41세 사라토가 거주)씨는 “아들이 사회로 나올 수 있는 통로가 필요했기에 피아노라도 가르쳐야 했다”고 회고했다.
▲하나님이 이뤄주신 꿈
그러다가 장애우들에게 음악교육을 실시한다는 뷰티플마인드(2006년 설립, 이후 어메이즈가 됨)를 알게 되었다. ‘목적이 이끄는 삶’으로 QT를 하던 선생님들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아 시작된 뷰티플마인드는 국씨가 희망을 이어갈 수 있는 곳이 되었다.
선생님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과 인내로 6년간 지도를 받은 아들 태호(14세, 영어이름 Jedd)는 최근 어메이즈 앙상블팀과 함께 한 교회에 가서 특송 연주를 했다. 그 모습은 바로 엄마 국은희씨가 10여년 전 자신의 교회에서 봤던 연주팀의 모습이었다.
국씨는 "자폐인 내 아이가 악기를 연주하게 해달라고 감히 바라지조차 못하고 그저 눈물만 흘렸는데 하나님은 그 모습을 이루어주셨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더욱이 태호는 어메이즈 앙상블팀 친구들과 세계를 다니면서 연주로 선교를 하고 싶다는 장래의 소망을 품게 되었다. 태호는 그 꿈을 그림으로 표현했고, 지난해 가을전시회에 출품한 바 있다. 이제 태호는 어메이즈 안에서 롤모델을 찾고 친구도 알아가고 있다. 작은 관심과 인내로 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태호는 그 아일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 끼치고 싶어요
그러나 엄마는 맘은 아프지만 수년 전부터 아이한테 대놓고 ‘너는 특별한 손길이 필요한(Special Need) 아이’라고 말하곤 한다. 똑같은 질문을 자꾸 해대는 아들에게 “그렇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너를 스페셜하게 봐. 엄마는 상관없어, 너도 상관없으면 괜찮아.
하지만 그런 말 듣기 싫으면 그런 행동 멈춰. 어떤 행동을 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라고 말하면 이내 아들 태호는 “그게 나쁜 거야?”라고 묻는다. 엄마는 “아니 나쁘진 않아. Everybody is different. 남들과 다를 뿐이야”라고 답한다.
태호는 얼마전 닉 부이치치(Nicholas James Vujicic)의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다. 물론 책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지만 팔다리가 없어도 서핑하고 수영하는 닉 부이치치의 도전정신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태호는 스페셜 사람이란 이미지를 나쁘게 갖고 있지 않다. 닉 부이치치처럼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 하나님을 알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아이를 바라보는 내 시선 변화
어머니 국씨는 ‘태호가 자폐아처럼 보이지 않아요’라는 말을 들으면 예전에는 화가 났었다. ‘당신이 1, 2분 봐서 저 아일 얼마나 아는데…사람을 얼마나 힘들게 하는지 알아’ 하는 심경이었지만 요즘에는 “하나님 저 사람 말대로 이뤄지게 해주세요. 저 사람이 지금 태호에게 축복의 말을 하고 있네요. 아이가 저렇게 변화되게 해주세요. 저 사람의 마음이 하나님의 마음이죠”라고 속으로 기도한다.
국씨는 “예전에는 내가 먼저 아이를 판단해서 너는 이것을 못해 했지만 이제는 아이의 부족함을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며 “장애부모가 힘든 것은 맞지만 기쁨은 몇 배”라고 말했다. 부모가 흘린 땀, 시간, 간절함이 보태져서 ‘봐 하잖아, 안되는 게 아니었잖아’ 하며 감동하는 것은 보통부모보다 크다. 국씨는 “아이의 눈에 예수님의 얼굴이 있고 하나님께서 이 아이를 완전하게 만드셨다고 생각하니 아이 자체만으로도 존중하게 된다”고 간증했다.
▲어메이즈는 장애우들에게 생명을 주는 곳
국씨는 매주 금요일 오전 10시 어메이즈 기도모임에 참석해 아이들과 모든 어메이즈 가족들이 하나님의 사람으로 쓰임받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새해에도 이 기도는 지속될 것이고 이 간절함은 하나님의 마음을 움직일 정도로 클 것이다.
국씨는 “어메이즈는 생명을 주는 곳, 장애우들은 물론 모인 자들 모두 축복을 받는 곳”이라며 “늘 한결 같은 사명감으로 자리를 지켜주시는 선생님들과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태호 역시 “어메이즈는 내 삶의 중요한 일부이며 미래의 나의 집”이라며 “여기가 너무 좋다”고 표현했다.
<신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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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1 = 국은희(왼쪽)씨가 아들 태호군과 손을 들어 사랑의 하트를 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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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2 = 어메이즈 앙상블팀과 세계를 다니며 연주로 선교를 하고 싶다는 태호의 장래 소망이 담긴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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