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년기 불청객 치매
▶ 가족력·치매유전자 있으면 발병위험 ↑
나이가 들면 가장 걱정되는 병이 치매다. 단순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질병이 아니다. 치매는 여러 원인에 의해 정상적인 일상생활 방해하는 심각한 지적·사회적 능력에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65세 이상 치매환자의 주요 원인질환이 되는 병은 바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매의 원인 질환은 매우 다양하며 알츠하이머성 치매 외에도 혈관성 치매, 파킨슨병, 루이소체 치매, 전측두엽성 치매 등이 있는데, 이 중에서 치매 환자의 50~80%를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성 치매다.
기억력 등 인지기능 저하
몸 가누지 못해 병상생활
폐렴 등 감염으로 숨져노년기
주류사회에서 인정받는 임상실험 연구센터인 캘리포니아 제약연구소의 지성진(미국명 스탠포드 지) 연구소장은 “치매는 앞으로 사회적인 큰 문제”라며 “지금까지 나타난 치매문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김도화 USC 의과대학 임상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65세 이상 노년층에서 알츠하이머성 치매 인구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2030년에는 85세 이상 치매환자는 30만명에 달할 것으로 학계에서는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노인의학학회에 따르면 치매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이 상당하다. 김 교수는 “노인병으로 잘 알려진 당뇨병이나 관절염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쓰이는 연간 직·간접비용이 더 높다. 미 노인의학학회 2003년 자료에 따르면 심장질환에 쓰이는 비용은 연간 1,830억달러, 암은 1,090억달러,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1,000억달러, 당뇨병은 980억달러, 관절염은 650억달러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치매는 단순한 병이 아니다
김 교수는 “치매는 단지 기억력 상실뿐 아니라 전체적으로 새로운 것을 배우는 과정이나 문제풀이, 인지력, 언어능력 등이 떨어지고 나아가서는 행동변화, 성격 등 여러 면에 결핍이 온다”고 설명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에게서는 우울증, 불안증도 많이 나타나며 시간이 지나면 정신분열증 양상도 많이 띠게 된다. 단순한 병이 아니라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운 병에 속한다.
인지력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증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진단을 받고, 생활을 하는데 독립적인 기능이 떨어지고, 행동문제가 나타난다.
김 교수는 “대개 증상이 심해지면 양로원, 요양원에서 지내다가 사망에 이르는데, 알츠하이머성 치매환자가 사망에 이르는 것은 결국 감염 때문”이라며 “폐렴 같은 병에 걸리는 이유는 치매 환자가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섭식기능에도 문제가 생기며 자신의 몸을 잘 가눌 수 없어 타인이나 병상에만 누워 있게 되고 점점 기력이 떨어지면서 어느 시점에서는 결국 아무 것도 못하고, 감염들로 인해 사망에 이르는 케이스가 많다”고 설명했다.
기억력 때문에 사망하는 것이 아니라 거의 몸을 못 쓰게 되면서 영양결핍, 욕창, 감염 등 여러 합병증이 오면서 사망에 이른다는 것이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위험요소
크게 4가지가 있다. 먼저 나이, 가족력, 치매 유전자(ApoE epsilon 4), 교육 등을 들 수 있다.
치매는 어느 나이에도 생길 수 있지만 65세 이상 발병률이 높다. 젊다고 알츠하이머병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또 부모가 치매환자로 가족력이 있는 경우는 10~30% 발병위험이 증가한다.
치매 유전자의 경우, ApoE epsilon 4 유전자를 갖고 있는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매 발병 위험성이 높지만 이 유전자를 갖고 있어도 안 걸리는 경우도 물론 있다.
교육 수준과 치매 발병률과의 연관성은 확실한 위험요소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김 교수는 “욕조에 물이 꽉 차 있다고 생각하면 쉽다. 물이 빠지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처럼 교육을 많이 받은 사람의 경우 뇌에 담고 있는 지식이 많아 알츠하이머병에 걸려도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물론 교육을 많이 받았어도 치매에 걸리지 않는 것도 아니다.
#치매, 초기 진단이 중요하다
65세 이상은 규칙적으로 지력검사 같은 선별검사를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울증, 무관심, 성격변화,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보일 때 초기 치매증상을 의심할 수 있다. 간단한 치매 진단검사에는 치매 선별검사(MMSE), 시계 그리기 검사(clock-drawing test), Mini-Cog 등이 있다.
지 소장은 “확실한 치매 진단은 현재로서는 사망 후 부검을 통해 뇌를 잘라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검사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 부검 결과 치매환자에게서는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가 많이 축적돼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는데, 플라크가 뇌 세포 사이사이에 껴서 뇌신경 세포들 간에 신호전달을 방해하며, 신경전달 물질의 활동도 방해한다. 최근 차세대 치매약들은 이 플라크 생성을 막거나 방출하는 목적으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울증·행동 변화땐 조기 검진을
건강보조제로 예방은 근거 부족
치료제로 아리셉트·엑셀론 애용
#각종 보조식품은 치매에 어떤가
비타민 E, 비타민 E와 C, 콜린, 은행, 코앤자임 Q10, 조개 칼슘, 오메가-3 지방산 등 비타민 보조식품은 치매에 어떤 영향을 끼칠까?
지 소장은 “여러 차례 세미나를 개최했지만 많은 한인들의 관심은 무엇을 먹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냐는 질문이 많았다”며 “하지만 각종 비타민이나 보조제에 대한 연구는 임상실험이 아닌 역학조사 데이터를 근거로 한 것으로 나쁠 것은 없지만 치매예방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비교적 과학적 근거에 근접한 연구들은 바로 항산화제 분야다. 지 소장은 “치매는 최종적으로 어떤 염증이 생겨 사망에 이르는데, 비타민 E, C가 항산화제 역할을 해주며, 또 오메가 3 지방산은 항소염작용, 신경세포 보호가 있다는 연구들이 나왔다. 하지만 임상실험이 많지 않아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관해서는 아직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예방 생활습관
전문가들은 적극적으로 활동적인 정신생활, 사회생활, 신체생활과 건강한 식단 등을 예방 생활습관으로 꼽는다. 김 교수는 “이런 예방 생활습관들은 뇌뿐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심장질환에도 권장되는 생활법”이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치료제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위한 인지기능 개선제로는 아세틸콜린 분해효소 억제제와 NMDA 수용체 길항체가 있다.
태크린(상품명 코그넥스), 도나페질(상품명 아리셉트), 리바스티그민(상품명 엑셀론), 갈란타민(상품명 레미닐) 등이 있다. 이 중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이 아리셉트, 엑셀론, 레미닐이다. 이들 치료제는 신경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분해하는 효소를 막아 체내에서 아세틸콜린 농도를 높여준다. 치매환자는 아세틸콜린 농도가 떨어지기 때문.
메만틴(상품명 나멘다)은 NMDA 수용체 길항체로 기억에 관여하는 신경전달 물질 글루타메이트에 작용하는 약물로 신경전달 물질 수용체를 막아 글루타메이트를 높여준다.
진단기술도 똑같이 중요하다. 치매 진단은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가 없다.
치매증상은 우울증이나 중풍, 갑상선 등과도 비슷한 증상을 나타낼 수 있어 다른 질환들을 배제하고 의사의 소견과 진단으로 이뤄진다.
뇌에 베타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박혀 있는지 영상을 촬영하는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술(Position Emission Tomography)은 쉽게 말해 MRI처럼 아밀로이드 이미징을 하는 검사방법이다. 일라이릴리사의 방사성 염색약물인 ‘애미비드’(Amyvid)가 지난해 FDA 승인을 받았는데, 캘리포니아 제약 연구소에서도 릴리사와 함께 연구했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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