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화치료가 삶의 질 높이고 연장된 삶 살도록 해
’사전의료 의향서’ 작성준비 해두는 것 고려해 봐야
환자 대부분 의료비용으로 가족에 부담주기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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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고나 재해에 대비해 사람들이 자동차 보험, 주택보험, 생명보험 등에 가입한다. 그러나 인생의 마지막 노정에 꼭 필요한 사항들은 두려워하고 회피하며 대비하기를 꺼려한다. 바로 ‘엔드 오브 라이프 캐어(End of Life Care)’다. 이 기사를 통해 한인들의 완화의료 및 호스피스 케어에 대한 현주소와 임종문화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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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산호세 머큐리뉴스는 리사 크리거 기자의 체험담을 ‘죽음의 비용’이라는 특집 기사로 보도했다. 기자의 88세 중증 치매를 앓던 아버지가 임종 전 10일간 스탠포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ICU) 이용비용이 총 323만달러로 책정됐다. 이 중 메디케어가 지불한 금액은 총 6만7,800달러라고 한다. 또한 기사에 따르면, 연방정부 헬스 리포트에 의하면 2010년 미국인이 지불한 헬스케어 비용은 무려 2조6,000억 달러에 달하며, 개인별로는 평균 8,400달러의 헬스케어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조사됐다. 크리거 기자는 환자나 가족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불필요한 연명치료 등으로 인한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이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생금지(CPR, 피딩 튜브, 호흡기 이용 거부)’ 또는 ‘자연사’에 관한 유언을 미리 기록해 두는 사전의료의향서(POLST 및 Acvance Health Care Directive) 작성 및 완화치료의 중요성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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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의료 의향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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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에 관계없이 사고나 뜻밖의 질병으로 본인의 의사를 대변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하여 미리 준비해 두는 문서이다. 지난 3년 간 환자와 의료진의 원활한 대화를 돕고 있는 유니스 김 의료 통역사는 패밀리 컨퍼런스를 통해 의사와 가족들이 환자의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예를 들며, "물론 언어장벽의 문제도 있지만 환자들이 가족에게 본인의 의료 결정권을 위임하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김 통역사는 심각한 수술을 앞둔 한인 고령 환자에게 병원에서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하도록 권유했으나 환자의 가족이 이 내용을 환자에게 직접 언급하는 것이 마치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것처럼 여겨질 것이 두려워 통역사에게 설명을 부탁했다고 밝혔다. "유언장이나 묘소 준비에 관한 정보는 상업적인 목적으로라도 홍보되고 있지만 환자가 맑은 정신을 갖고 본인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는 ‘사전의료 의향서’의 중요성에 대한 홍보는 부족한 현실이다"며 정보 부족을 지적했다. 또한 캘리포니아 헬스케어재단(CHCF)의 2011년 성인 가주민 대상으로 죽음에 대한 경험과 태도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임종 말기 환자들이 최후까지 의료시설에 의존하여 병원이나 너싱홈에서 생을 마감하는 것 보다 집에서 자연사를 기대한다고 조사됐다. 또한 응답자의 67%가 가족들에게 의료비로 인한 경제적인 부담을 주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으며, 이 중 2/3가 질병으로 인한 사망 시 자연사를 원했다. 7%만 끝까지 모든 의료서비스를 받기를 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응답자의 82%가 사전의료의향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오직 23%가 사전의료의향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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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Palliative Care)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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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스탠포드 의과대학의 완화의학과와 뉴어메리카미디어(NAM)의 소수계 언론인 완화의료 펠로우쉽 트레이닝이 스탠포드 대학에서 열렸다.
스탠포드 대학의 페리야코일(Vj Periyakoil) 완화의료 전문의이자 교수는, "호스피스 케어는 완화의료의 일부로서 말기 환자의 통증완화 및 정신적인 충족에 주력하는 반면, 완화의료는 암이나 심장질환 등 환자의 질병 단계와 상관없이 통증 조절 및 완화치료를 통해 삶의 질을 높이고 보다 연장된 삶을 살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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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의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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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미 암완화위원회(U.S. Cancer Pain Relief Committee)의 연구 조사에 따르면, 현 캘리포니아 종합병원의 완화의료 서비스 제공률은 2000년(17%)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도 캘리포니아 종합병원의 절반 이상이 완화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타클라라밸리 메디컬센터의 완화의료부를 총괄하는 개리 리(Gary Lee) 전문의는, "많은 환자들이 고통과 증상완화 및 감정적, 사회적, 정신적 지원의 필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완화치료의 필요성에 대해 조기에 의료진과 상담한다면 궁극적으로 환자와 가족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대부분의 환자들이 조기에 완화치료를 시작하지 않는 이유로 환자나 심지어 일부 의사들조차 완화치료는 호스피스처럼 말기 환자들에게만 해당한다는 잘못된 인식을 꼽았다. 그는 현 완화 치료의 문제점으로 △완화의료 전문의 부족으로 충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점 △대부분의 완화치료가 전문 병동이 아닌 일반 병원 또는 외래병동 및 재택 프로그램 등에 의존하는 점 △완화치료 비용은 메디케어, 메디케이드 또는 보험사 등을 통해 일부 커버되긴 하지만 호스피스 케어처럼 모든 비용이 커버되진 않는 점 등을 꼽았다. 현재 산타클라라 메디컬센터의 완화치료를 받은 한인 환자 수는 매 년 4-5명 정도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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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치료 및 호스피스 케어 수혜 집계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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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호스피스 및 완화치료협회 (National Hospice and Palliative Care Organization)에 따르면, 2011년 호스피스케어를 받은 환자는 대략 165만 명이다. 인종별 호스피스 케어 수혜 현황을 살펴보면, 환자의 82.8%가 백인이며, 오직 2.4%의 아시아 태평양계 환자가 호스피스 케어를 받았다고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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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화의료에 대한 한인 커뮤니티의 인식 및 고찰
위스콘신 밀와키대학의 노인학 및 사회복지과 정곽 교수는 ‘임종문화’에 대해, "한인 사회의 임종문화는 사회경제적지위(SES), 종교적인 믿음, 현지문화 동화수준 및 개인의 질병에 따라 다양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곽교수의 연구 조사 결과, 사회 경제적 지위 수준이 낮을수록 미리 임종에 관한 논의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을 뿐 아니라 완화의료나 호스피스에 대해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곽교수는 임종에 대한 이슈 등을 한인 커뮤니티가 학계와 언론계, 의료계 및 종교계의 공동 협력을 통해 열린 대화를 이끌어 가야 삶의 가치와 인생의 우선순위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으로 옮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러한 이슈가 언론에 더 많이 노출될수록 한인들의 임종에 대한 인식도 바뀔 것이라며 언론의 중요한 역할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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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스피스 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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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가주 오렌지카운티 가주호스피스 케어는 의사, 간호사, 소셜워커를 포함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4명의 헬스케어 팀이 한인들을 위한 호스피스 케어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으로 3년 전 설립됐다. 현재 이 시설에는 5명의 한인 환자들이 서비스를 받고 있다. 이 호스피스케어의 엘렌 김 소셜워커는, "많은 한인들이 암에 걸린 사실이나 호스피스 케어에 환자가 거주하는 것을 주변에 알리기 싫어할 뿐만 아니라 환자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족에 의해 결정이 이뤄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환자의 편리와 고통 완화를 먼저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호스피스를 시작했지만 이해 부족으로 환자에게 불필요한 연장 치료를 요구하여, 불필요한 고통을 겪는 경우도 꽤 많다"고 했다. 엘렌 김 소셜워커는 “호스피스나 완화치료는 증상 완화를 돕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를 포기하는 거다’ 또는 ‘의사들이 나를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사례를 많이 봐왔다”고 전했다.
기사제공: 뉴 아메리카 미디어(New America Media) 아루나 리(Aruna Lee)Aruna Lee wrote this report for the Korea Times through a California Healthcare Foundation Journalism Fellowship, a project of New America Media in collaboration with the Stanford In-reach for Successful Aging through Education Pro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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