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화요구’백인표 반란, 클린턴 잠재우다
▶ 제 인 김ㆍ케빈 박ㆍ혼다 낙선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대통령 당선자가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자와 승리의 순간을 나누고 있다.[AP]
'아웃사이더'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에 당선됐다.
트럼프는 8일 597일의 대장정 끝에 이날 미 전역에서 열린 대선 투표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을 꺾고 대통령에 오르는 파란을 연출했다.
트럼프는 이날 밤 11시 30분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인 270명을 넘겨 역사적인 대권을 거머쥐었다.
9일 정오 CNN 집계 기준으로 트럼프는 선거인단 290명을 확보해 228명에 그친 클린턴을 압도했다. 미시간(선거인단 16명)과 뉴햄프셔(4명)의 개표 결과는 아직 반영되지 않았다.
트럼프의 득표수는 5천946만여 표(47.5%)로 클린턴(5천967만여 표·47.7%)보다 약 21만 표 적지만, 승자독식제의 간접선거제도 특성상 선거인단 확보수에서는 큰 차이가 났다. 현재 개표율은 92%로, 누가 전체 득표에서 앞설 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의 러닝메이트인 마이크 펜스 인디애나 주지사도 부통령에 함께 당선됐다.
개표 결과, 트럼프는 3대 경합주인 플로리다(29명)와 오하이오(18명), 펜실베이니아(20명)를 석권하는 등 경합주에서 큰 승리를 거두고 텍사스(38명)와 애리조나(11명) 등 전통적인 우세주를 대부분 지키는 기염을 토하며 비교적 쉽게 승부를 결정지었다.
300억달러 자산가인 억만장자 부동산재벌로 공직·군 경력이 없는 '아웃사이더'가 미 대통령이 된 것은 사실상 240년 미국사 최초의 일이다.
그는 내년 1월 20일 취임 시 만 70세로 미 최고령 대통령이 되는 기록도 세운다.
'아웃사이더' 대통령 시대가 열리면서 미국은 아직 가본 적이 없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었다.
특히 지난해 6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걸고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며 대선 출마를 선언한 트럼프가 레이스 내내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을 주창한 것을 고려하면 그 충격파는 미국을 넘어 전 세계에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한·미 동맹의 재조정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전면 재협상을 밝힌 터라 한반도에 미칠 파장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된 뒤 뉴욕 힐튼미드타운 호텔에서 한 승리연설에서 "모든 미국인을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며 "미국을 우선하겠지만 모든 국가를 공정하게 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클린턴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와 패배를 인정하며 축하했다고 전했다.
트럼프가 당 경선에서 16명의 경쟁자를 차례로 꺾은 데 이어 퍼스트레이디와 상원의원, 국무장관을 역임하며 '가장 잘 준비된 후보'로 불린 클린턴까지 침몰시킨 것은 주류 기득권 정치에 대한 미국인의 광범위한 불만이 표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의 지지층인 백인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2008년 금융위기와 세계화 이후의 양극화와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 일자리 감소에 따른 중산층 붕괴, 월가와 결탁한 기득권 정치의 폐해 등을 심판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화당은 8년 만에 대통령을 배출해 정권을 되찾은 데 이어 상·하원 다수당을 모두 지켜냄으로써 10년 만에 백악관과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게 됐다.
반면 '이메일 스캔들'에 시종 발목이 잡혔던 클린턴은 '역대급 비호감'의 이미지를 극복하지 못하고 8년 전에 이은 대권 재수에 실패하면서 미국사 최초의 여성 대통령 꿈을 결국 접고 정치권을 떠나게 됐다.
민주당은 '8년 통치'의 벽을 넘지 못하고 3연속 정권 연장에 실패하며 야당으로 전락했다.
지난해 6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일성으로 멕시코에 장벽설치를 내세우며 불법이민자 추방 등을 공약했으며 시종 여성비하와 반이슬람 등 인종차별 막말과 기행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더이상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할 수 없다는 그의 고립주의와 보호무역 주장 역시 미국 안팎을 뒤흔들었다.
하지만 월스트리트 등과 결탁한 기성 정치권에 대한 공격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미국 우선주의'는 이민자와 주류 정치인 등에게 불만과 좌절을 품은 백인과 서민들의 마음을 파고들며 두터운 지지층을 형성했다.
대선 후반 트럼프는 '음담패설 녹음파일' 파일 파문과 과거 잇단 여성 성추행 의혹으로 벼랑 끝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대선을 11일 앞둔 지난달 28일 연방수사국(FBI) 제임스 코미 국장이 '대선 개입' 논란을 부른 클린턴의 '이메일 재수사'를 발표하면서 두자릿수 로 뒤지던 트럼프는 급반등하며 그의 역전승의 기반을 만들어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장 트럼프는 상·하원을 장악한 공화당과 더불어 이민개혁 행정명령과 오바마케어 등 '오바마 업적'의 백지화에 나설 전망이다.
경선 기간 악감정이 쌓인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대대적인 재수사를 지시할 가능성도 있다.
이번 대선이 상대에 대한 엄청난 인신공격과 진흙탕 싸움으로 '역사상 가장 추잡한 선거', '막장극'으로 불렸던 만큼 트럼프로서는 두 쪽으로 쪼개진 미국 사회를 통합하는 과제를 당장 마주하게 됐다.
하지만 레이스 내내 여성과 이민자, 외국인 등에 대한 혐오·비하 발언을 일삼아온 '트럼프 대통령' 시대의 미국은 더한 분열상을 겪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날 트럼프의 승리는 ‘트럼피즘’(Trumpism)으로 집약된 유권자들의 변화와 개혁 열망이 표로 대거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날 CNN의 출구조사 결과 대통령 선택의 기준과 관련해 응답 유권자의 38%가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인물인가를 보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당선되든 미래를 낙관적으로 본다는 견해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10명 중 4명에 불과해 트럼프 당선자의 향후 대통령직 수행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트럼프는 다음 달 19일 각 주 선거인단의 투표, 내년 1월6일 상원의 당선 발표 등 요식절차를 거쳐 1월20일 세계 최강국 미국의 제45대 대통령으로 취임해 4년 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한편 북가주에서는 주상원에 도전한 제인 김 샌프란시스코 수퍼바이저가 48%를 득표해 52%의 지지를 얻은 스캇 위너 후보에게 1만 4천여표차로 패했다. 또 산타클라라 시의회 7지구에 출마한 케빈 박 후보도 9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30%밖에 득표하지 못해 60%를 얻은 테레사 오닐 후보에게 패했다.
이외 대표적 친한파인 마이크 혼다 의원도 젊은피 로 칸나 후보의 벽을 넘지 못하고 9선에 실패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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