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출신 한인 1.5세로 ‘퓰리처상’ 2차례 수상, 한국서 전국 돌며 사진 찍어 한국알리기 앞장
▶ 본보에 매주 ‘한민족의 찬란한 문화유산’ 연재…“우리나라 역사 의미 전할 수 있어 큰 보람”

강형원 포토저널리스트가 부여국립박물관에서 백제 금동대향로를 촬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 - 강형원]
■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씨
LA 출신으로 주류 언론에서 맹활약하며 언론계 최고 권위의‘퓰리처상’을 두 차례나 수상했던 한인 1.5세 포토저널리스트 강형원(58)씨의 최근 한국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UCLA를 나와 LA 타임스 사진기자로 근무하며 1992년 LA 폭동 당시 한인타운을 찍은 사진들로도 한인들에게 잘 알려져 있는 강씨는 현재 모국인 한국에서 서구에 잘 알려지지 않은 우수한 한국 문화와 역사를 사진에 담아‘비주얼 스토리텔링’으로 한인 2, 3세들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이‘비주얼 히스트로 오브 코리아(Visual History of Korea)’ 프로젝트를 현재 소셜미디어와 함께 본보에 매주 연재하고 있다. 다음은 강씨가 본보 자매지 서울경제와 가진 인터뷰를 축약한 것이다. <편집자 주>
“한국에 대해 잘 모르겠다. 한국을 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민 1.5세대로 외교관을 꿈꾸던 UCLA 정치학과 3학년 강형원이 지난 1984년 리처드 바움 교수로부터 들었던 말이다. 로널드 레이건과 조지 H.W. 부시 대통령 당시 외교고문을 했던 바움 교수는 중국어를 구사할 정도로 중국에 관해 해박했지만 한국에 대해서는 무의미하게 치부한 것이다.
중학교 1학년 때인 1977년 미국 이민을 왔지만 평생 한국 이름을 고수한 그로서는 미국인들의 이런 태도에 좌절감을 느낀다.
그는 “교수와 학생들이 소련과 중국에 관해서는 공부를 많이 했지만 한국 역사와 문화에는 전혀 비중을 두지 않았다”며 “오늘날 세계적인 BTS 열풍 등 한류 바람을 보면 격세지감이기는 하나 아직도 서양에서 일본과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이 적잖게 통하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전했다.
미국 유수 언론사 세 곳에서 사진기자와 데스크를 하며 퓰리처상을 두 번 받고 2019년 프리랜스 포토저널리스트로 인생 2막을 연 강형원이 요즘 한국의 역사·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데 전력을 기울이는 배경이다. 그는 대학생과 대학원생이 된 세 아들을 미국에 둔 채 매일 한국 곳곳을 누빈다.
“서구에서는 한국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신생국 중 하나로 남한과 북한으로 갈라진 나라로 보는 사람이 많죠. 우리가 5,000여 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문화 민족이라는 것을 바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렇다면 44년을 미국에서 살았던 포토저널리스트가 서구에 소개하고 싶은 한국의 역사·문화는 뭘까.
우선 그는 의미 있는 인류의 역사가 한반도에 다 존재한다고 얘기한다. 예를 들어 울산 울주 암각화를 탐방해 약 7,000년 전 세계에서 가장 오래전에 배를 타고 작살로 고래 사냥을 한 증거가 한반도에 있음을 소개한다. 암각화에는 수렵이나 어로 모습은 물론 고래·사슴·호랑이·표범, 거북·물개·물고기, 조류 등 300점 이상이 새겨져 있다.
7,000여 년 전 마치 개처럼 사람 표정을 잘 읽는 제주마와 사람의 발자국 화석을 선보이며 몽골마와 섞여 우수한 잡종이 됐다는 점도 전한다. 서양의 고대성을 보여주는 거석기념물로 영국의 스톤헨지가 있다면 우리에게는 청동기 문화의 상징인 고인돌이 세계에서 가장 많다며 2,000여 기의 고인돌이 남아 있는 전북 고창 등의 고인돌을 보여준다.
강씨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문화 왜곡도 그냥 넘기지 않는다. 중국이 지난해부터 김치가 자기네 것이라고 우기는 현실에서 김장 현장을 찾아 제조법은 물론 유래까지 파고든다. 역사적·실효적으로 우리 영토인 독도를 탐사해 일본의 허위 주장을 생생하게 꼬집기도 한다. “제가 국적이 미국이고 현지 주류 언론사에서 30년 넘게 활동했는데 한국의 역사·문화를 객관적으로 서구 사회에 소개하자는 것입니다.
강씨는 “해외 이주 한인이나 입양인, 심지어 한국인들도 상당수가 우리 역사·문화를 잘 모른다”며 “생동감 있는 사진에 영어와 한글로 된 역사·문화 콘텐츠를 많이 올려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실제 외국인 중에는 ‘놀라운 역사·문화를 알려줘 흥미롭다’는 글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중1 때 LA 한인타운으로 이민을 온 강씨는 UCLA에 들어가 주 5일 매일 36면을 발행하던 대학신문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며 1·2학년은 물리학과를 다니다가 외교관의 꿈을 품고 3학년 때 정외과로 옮긴다. 하지만 4학년 때 LA타임스에서 한 학기 인턴을 하며 본격적으로 사진기자의 길을 걷게 된다.
그는 1992년 흑인들의 LA 폭동을 취재하며 한국어 통역도 하고 한인들이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총을 들고 나선 사진을 찍어 미국 사회에 반향을 일으킨다. LA타임스 폭동취재팀이 퓰리처상을 받게 하는 데 적잖은 공을 세운 것이다.
1997년에는 미국 정책 결정 과정과 동부 문화를 접하고 싶어 워싱턴DC의 AP통신으로 옮긴다. 다음해 ‘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과 하원의 탄핵 청문회를 1년여 심야 취재까지 지휘하며 사진부가 1999년 퓰리처상을 받게 하는 데 큰 공을 세운다.
그는 “당시 무엇이 어떻게 비쳐지는가가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빌 클린턴 대통령도 야당과 특검이 그렇게 물고 늘어지는데도 화 안내고 여유 있게 대처한 것이 인상적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2000년 가을부터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취임 초까지 6개월간 백악관 사진부에서 근무하며 정권 교체 과정을 기록해 국가기록보관소로 넘겨준 뒤 2001년 로이터통신으로 옮겨 2019년까지 근무한다. 로이터에 있을 때도 그는 워싱턴을 방문한 한국 정치인이나 문화·예술인 등을 모두 찍어 로이터의 데이터베이스에 입력했다. 이 중 200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햇빛정책(대북 포용 정책)을 목이 쉴 정도로 역설하던 모습이 생생하다고 했다.
그는 “언론사에 몸담으며 한국에 관해 잘못된 정보가 있으면 늘상 구성원들에게 일깨워주고는 했다”면서 “이제는 아예 우리 역사·문화를 의미부여해 전할 수 있어 보람이 더 크다”며 활짝 웃었다.
“사진은 ‘만국의 언어’ 수천장 역어 책 출간, 한국 유산 기록할 것”“만국 언어인 사진을 통해 조선왕조실록보다 더 생생하게 우리 역사·문화 유산을 사실적으로 기록하려고 합니다. 그래야 영원히 인류의 소중한 자산으로 남을 수 있죠.”
강형원씨는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인터넷 시대에도 사진은 첫인상을 결정할 정도로 빛을 발한다. 사진은 안 가본 곳이나 몰랐던 것을 느끼고 가치 있게 해주는 국제 언어”라며 이같이 말했다.
한국의 역사·문화를 영어 문화권에 제대로 소개하기 위해서는 사진에다가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베트남의 아홉 살 소녀가 미군의 네이팜탄 폭격으로 울부짖는 사진이 미국인들의 베트남전 반전 여론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며 “사진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소통이 되는 게 매력”이라고 했다. 사진으로 이야기하면 대화와 소통이 더 수월해진다는 것이 40여 년간 사진을 찍으며 그가 느낀 점이다.
그는 미국에서 중고교·대학을 다니며 조상의 나라에 수천 년간 영향을 미친 중국말과 한문을 공부했고,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취재할 때 국립중앙박물관의 역사 강좌를 들으며 균형 잡힌 역사의식을 가질 수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그 힘든 환경에서도 꿋꿋이 중국 문화의 일부가 아니라 독자 문명을 수천 년간 진화시켜온 조상들께 존경과 고마움을 느낀다”며 “우리는 이집트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에 버금가는 문명국이었다”고 평가했다.
이런 문제의식으로 구석구석 한국 전역을 발로 뛰며 찍은 수천 장의 역사·문화 사진을 연내 영어와 한글로 설명을 달아 책으로 펴내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He is...
▲1963년 고창 ▲1977년 미국 이민 ▲1987년 UCLA 정치학과 ▲1987~1997년 LA타임스 사진기자·1면 에디터 ▲1993년 퓰리처상(LA폭동 취재팀) ▲1995년 방북 취재 ▲1997~2000년 AP통신 워싱턴 사진 총괄에디터 ▲1999년 퓰리처상(클린턴-르윈스키 스캔들 사진취재팀) ▲2000~2001년 백악관 사진부 ▲2001~2019년 로이터통신 수석사진기자·북미데스크에디터 ▲2019년~ 프리랜스 포토저널리스트
<고광본 선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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