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명 중 1명 꼴 “실제 피해경험 있다” 응답
▶ ‘욕설·비하발언’ 38.9%, 신체적 피해 5.5%, 58.5%는 “나도 증오범죄 당할 수도” 불안감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의 심각성에 대처하기 위해 전국적으로 아시아계 커뮤니티의‘증오 중단’ 촉구 시위가 불길처럼 일었다. 지난 메모리얼데이 연휴 기간 수도 워싱턴 DC에서‘아시안 증오에 대응하기 위한 전국 연대의 날’ 행사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
아시아 증오범죄 대처 한인 여론 조사올해 3월 중순 조지아주 애틀란타에서 발생한 한인 스파 대상 연쇄총격 참사는 코로나19 기간 꾸준히 증가하는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 문제의 심각성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했다. 8명의 피해자 가운데 한인 4명이 숨진 이 사건은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의 참혹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실제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가 터진 지난해 3월 이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 전역에서 한인들을 포함해 수천명의 아시아계 주민이 인종차별과 증오범죄 피해를 입은 신고 사례가 쏟아졌다. 아시아계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를 연구하는 비영리단체 AAPI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2020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1년간 미국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을 겨냥한 증오범죄 사건은 4,000건으로 집계됐는데, 신고되지 않은 피해 사례를 고려하면 이보다 훨씬 더 많은 범죄 피해가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올해 3월 말 LA 한인타운에서는 아시안 증오범죄 근절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려 2,000여명의 주민들이 한인타운 대로를 행진했다. 집회 참석자들은‘아시안 증오를 멈춰라.‘더는 안 된다’는 구호를 외치며 증오범죄 근절을 위해 앞장섰다.
본보는 2021년 제52주년 창간특집 기획으로 2021년 미국 사회의 최대 빅이슈 중 하나로 떠오른 아시안 대상 인종차별 및 증오범죄 문제와 관련, 미주 한인사회의 이에 대한 인식과 피해 현황, 한인들의 대응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다음은 남가주를 비롯한 미 전역에서 설문조사에 참여한 901명의 답변 결과를 종합 정리 분석한 것이다.
■한인 증오범죄 피해
코로나19 사태 속에 아시안 증오범죄가 미 전역에서 급증하는 가운데 이번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한인들 중 실제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차별을 경험했거나 증오범죄의 피해를 입었다는 응답은 전체 10명 중 1명 꼴이었다.
설문조사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아시안 인종차별 또는 증오범죄 피해를 당한 적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88.6%의 응답자가 ‘없다’고 대답했고, 11.4%만이 인종차별 또는 증오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변했다. 많은 한인들이 미국내 아시안 증오범죄 증가에 대해 불안을 느끼고 있는 가운데 10명 중 1명 이상 꼴로 피해 경험 응답을 한 것은 실제적인 피해가 상당수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피해 유형
실제 차별이나 증오범죄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들에게 피해 유형에 대한 질문을 했다. ‘차별 또는 증오범죄를 당하셨다면 어떤 유형의 피해를 입으셨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피해 유형 항목 가운데 ‘욕설 또는 비하발언’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이 가장 많아 한인들이 당하고 있는 차별 또는 증오범죄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언어폭력이라는 것을 드러냈다.
이어 ‘기물 파손’의 피해가 뒤를 이었고, 실제로 직접적 폭행이나 기침, 침 뱉기 등 물리적 피해를 당한 경우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항목별 비율을 보면 피해 유형 가운데 ‘욕설 또는 비하발언’이 38.9%로 나타났고, ‘기물 파손’이 5.6%였다. 그리고 물리적 피해를 당했다는 응답이 5.5%였는데, 이중에는 ‘직접적 폭행’ 사례가 1.8%가 있었다고 응답했고 ‘직접 폭력이 아닌 기침, 침 뱉기 등 물리적 피해’를 당했다고 선택한 응답자는 3.7%로 조사됐다.
반념 증오범죄 피해를 입은 경험이 있다고 답변 응답자들 중에 절반인 50%는 피해 유형 답변에 ‘기타’ 항목을 선택해 보기 이번 설문 항목에 없는 다양한 피해 경험이 있을 것으로 추측됐다.
■증오범죄에 대한 불안
미국 내 아시아계에 대한 차별 및 증오범죄 급증의 가장 큰 문제는 일상생활에서 아시아계 주민들이 겪고 있는 불안과 두려움이 커지는 것이다.
이번 설문조사에 응답한 전국의 한인들 중 상당수가 자신도 증오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고 답해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에 대한 공포가 실질적으로 한인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코로나 사태 이후 현재 거주지에서 아시안 차별 또는 증오범죄에 대해 불안을 느끼십니까’라는 질문에 50.9%가 ‘약간 불안함을 느낀다’고 답했고, 7.6%가 ‘매우 불안함을 느낀다’는 항목을 선택했다.
즉, 이번 설문조사 응답자의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증오범죄 피해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26.5%는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답해 4명 중 1명 꼴이었고, 15%는 ‘모르겠다’는 답변으로 설문조사에 응했다.
3명 중 2명은 ‘증오범죄 대처 미흡’ 지적
한인사회도 아시안 증오 척결의 목소리를 높이는데 빠질 수 없었다. 지난 3월 말 LA 한인타운 올림픽 블러버드에서 LA 한인회 등 한인사회 주도로 열린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 시위행진에서 시대·인종·계층을 넘어 하나의 목소리로“더 이상은 안 된다(Enogh is enough)”를 외쳤다. [박상혁 기자]
57.5% 피해시 “적극 신고” 40.1%는 “상황따라”
5명 중 1명 꼴로 “보복 두렵고 경찰 못 믿어”
“용의자 강력처벌… 인종간 이해·교류확대 필요”■증오범죄 피해 신고
아시아계 대상 증오범죄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 중 하나로 피해를 당했을 경우 이를 경찰 등 사법기관에 신고를 하는 것의 중요성이 특히 강조되고 있다. 증오범죄 피해 사례를 신고를 해야만이 실제 피해가 얼마나 되는지, 어떤 유형의 피해를 입었는지 제대로 파악해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어떤 지역이나 어떤 커뮤니티에 치안과 대처를 강화해야 할 지를 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이번 설문조사 응답 한인들 가운데 절반 이상이 증오범죄 피해를 당할 경우 반드시 신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상황을 봐서 신고하겠다는 응답까지 합치면 한인들은 대다수가 증오범죄 피해에 대해 신고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구체적으로 ‘증오범죄를 당하셨다면 경찰이나 관계 기관에 신고를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대해 ‘적극 신고하겠다’는 응답이 57.5%, 그리고 ‘상황을 봐서 신고하겠다’는 응답은 40.1%로 집계됐다. 반면 ‘신고를 하지 않겠다’는 응답은 2.4%에 불과했다. 10명 중 6명 가까이가 적극적으로 꼭 신고하겠다는 응답이고 나머지는 상황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고 답한 것이다.
■신고를 꺼리는 이유
이처럼 증오범죄 피해에 대해 상황에 따라서 신고를 안 할 수도 있다고 응답한 한인들, 그리고 신고를 하지 않겠다고 답한 한인들에게 왜 신고를 꺼리는 지에 대해 질문했다.
‘증오범죄 피해에 대한 신고가 꺼려지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라는 항목에 대해 ‘신고해도 달라지는 게 없을 것 같다’는 응답이 3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신고를 한다 해도 용의자를 잡을 수 없을 확률이 높아 달라질 것이 없기 때문에 신고가 꺼려진다고 답한 한인이 많은 것이다. 뒤이어 ‘귀찮거나 번거롭다’는 답변이 30%로 집계됐다.
상당수의 한인들이 증오범죄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으면서도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기 힘들다고 생각하거나 신고 자체를 번거로운 것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반면 ‘보복이 두렵다’는 응답은 10.7%로 나타났고, ‘경찰을 믿을 수 없다’는 응답도 9.6%에 달해 증오범죄와 관련해서 사법기관에 신고를 한 뒤 보복을 당하거나 제대로 사건이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한인들도 5명 중 1명 꼴아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은 아시아계 주민들이 증오범죄 피해를 입어도 신고를 꺼리는 이유는 보복의 두려움과 정의구현이 가능할지에 대한 의구심 때문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AAPI 데이터’ 설립자 카르틱 라마크리슈나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자신 또는 가족들에 원치 않는 관심이 쏟아지는 일이 싫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증오범죄를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증오범죄 대처 실망감
코로나 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 급증이 시급한 이슈로 떠오르자 정치권도 이에 대처하기 위한 움직임에 나섰다. 연방의회에서는 아시아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연방 정부 차원에서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에 대처하기 위한 입법에 나서서 아시안 증오범죄 대처 법안이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초당적 지지로 통과돼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5월20일 즉각 서명함으로써 발효됐다.
이 법은 증오범죄를 당하거나 목격한 사람이 손쉽게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도록 여러 가지 언어로 온라인 신고를 제공하고, 연방 법무부에 증오범죄를 전담하는 요원을 지정해 사법당국이 신속하게 증오범죄를 처리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 증오범죄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공개하는 방안도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법안 서명을 마친 뒤 “상처받은 모든 이들에게 내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우리와 의회가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오랫동안 우리를 괴롭혀온 증오와 편견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에서는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한 증오범죄 피해 사례가 나날이 증가하는 상황 속에서 한인들은 법 집행기관과 정계의 대처 방식에 실망감을 보이며 대처가 미흡하다고 지적하는 응답이 많았다.
‘아시안 대상 증오범죄에 대한 미국사회 전반 및 정치인과 경찰의 대처는 어떻다고 보십니까’라는 질문에 ‘대처가 미흡하다’는 답변이 57.2%로 높게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특히 9.7%의 응답자는 ‘대처가 전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해 공권력에 대한 높은 불신을 드러내기도 했다.
29.3%의 응답자가 경찰의 대처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다고 판단했으며, 일부인 3.8%는 적극적으로 경찰이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지난 5월20일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아시안 증오 대처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한인들은 그러나 정치권과 사법당국이 더욱 적극적으로 아시안 대상 증오와 폭력을 종식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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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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