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문가 대담 - 이채진 박사
“바이든 대북정책, 점진적·실용적·외교적 접근” 5월 한미정상회담 새로운 돌파구… 남북해빙 단초
▶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목표… 비확산에 중점 둘 듯, 다만 북한 문제가 미 외교 후순위로 밀린 게 현실

국제정세 및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이채진 박사는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의 성과가 남북관계 및 미북관계 개선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 바이든 외교정책과 한반도 정세 앞날은
“지난 5월21일 한미정상회담이 지난 2019년 이후 올스톱 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에 돌파구가 되고 미북관계 진전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클레어몬트 매키나 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 겸 석좌교수인 국제정세 전문가 이채진 박사의 진단이다. 이 박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 간 첫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았다. 이 박사는 “이번 한미정상회담 직후 발표된 한미 공동성명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나온 양국 공동성명 중 가장 상세하고 포괄적인 내용으로 한미 동맹의 상호적 중요성을 확인한 사실상의 첫 공동성명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번 공동성명은 매우 구체적이면서도 한미동맹 관계가 대북 정책을 뛰어넘어 포괄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는데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국제정치 전문가로 지난 수십년간 한반도 문제에 천착해 온 이채진 박사와의 대담을 통해 새로 출범한 바이든 행정부의 한반도 정책 진단과 향후 펼쳐지게 될 남북 및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정세에 대한 전망을 들어왔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외교정책이 크게 선회하고 있는 모습이 뚜렷하다. 바이든 정부의 외교정책을 진단하면
▲최근 100년간의 미국 역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처럼 국제적 외교 경험이 많은 대통령은 없다. 상원 외교위원장 4년을 포함한 상원의원 36년과 부통령 8년 경력을 쌓은 바이든 대통령은 외교·안보 전문성과 소신을 가진 대통령으로 국제적 감각이 탁월한 외교전문가라 할 수 있다. 44년간 쌓아온 국제적 감각과 경험을 토대로 국제주의와 실용주의를 장착한 대통령이다.
‘미국우선주의’의 민족주의로 무장했던 전임 트럼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외교를 구사할 것이다. 바이든의 외교정책은 트럼프와 달리 동맹을 중시하고 동맹 위주의 국제주의 외교정책을 보인다는 점이다. 동맹의 팔을 비틀어서라도 당장 미국의 이익을 추구하는 강압적이고 독단적이었던 트럼프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일 것이다. 취임 직후부터 나토와의 관계 개선에 나선 바이든은 앞으로 현안들을 동맹과의 협조를 통해 외교적인 방법으로 실현하려 할 것이다.
바이든의 이같은 외교는 타협을 모색하고 무리한 전쟁과 무력행사를 지양하는 실용적 국제주의 외교로 나타나게 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 수차례 이같은 외교정책을 강조해왔다.
-바이든의 실용적 국제주의는 대북 정책에서 어떤 방식으로 나타나게 될 것으로 보는가
▲바이든은 취임 전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북접근법을 강도 높게 비판해왔다. ‘독재자에게 구애 편지를 보내지 않을 것’이라거나 ‘성과 없이 독재자의 국제위상만을 높이는 정상회담은 하지 않을 것’는 바이든의 발언이 그것이다.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접근법과는 크게 다를 뿐 아니라 자신이 부통령을 지낸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 정책과도 차이가 크다. 바이든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라는 기존 목표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외교를 모색하는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하고 있다.
특히, 트럼프와 김정은의 싱가포르 합의 등 기존 미북합의를 존중하겠다는 입장이어서 미북 관계는 단계적으로 개선시킬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단계에 맞는 대북제재 완화 조치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은 어떤 대북정책을 보여줬나
▲미국의 대북정책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시사점들이 한미공동성명에 포함되어 있다. 북한의 비핵화 용어 대신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를 사용해 비핵화가 궁극적인 목표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있고 이를 모색하는 정교하고 실용적인 접근법을 취한다’는 내용이 성명에 포함되어 있다. 이는 북한의 비핵화가 장기적인 목표인 것은 분명하지만 비핵화에 대한 접근은 외교적인 방식으로 점진적이고 단계적인 방식을 취하게 될 것임을 보여 준 것이다.
또 ‘남북대화와 관여, 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고 한미가 대북 접근법이 완전히 일치되도록 조율한다’는 내용은 미국이 남북 관계에서 한국 정부의 독자적 활동 반경을 넓혀주면서 완전한 비핵화 이전이라고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대북 제재완화도 가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트럼프-김정은의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에 대한 존중 의지를 공표한 것도 중요한 지점이다. 이는 종전선언에 이은 평화협정 체결 의지까지 포함된 전임 트럼프의 두 공동성명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어서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성명이 향후 미북관계 개선에 있어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될 것임을 천명한 것이기도 하다.
-이번 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무엇을 얻었나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의 회복이다. 한반도 운전자론으로 북한과 미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던 문재인 정부는 하노이 회담 결렬 후 북한과 미국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이 사실이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은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를 통해 상화 신뢰를 회복할 수 있었다. 트럼프 시절의 불신관계를 해소하면서 남북 관계에서 어느 정도 독자적인 반경을 확보할 수 있는 여지를 갖게 된 것이다.
-중단된 남북간 관계가 조만간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보는가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과 이번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얼어붙은 남북 관계가 해빙국면으로 이행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바이든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에 남북관계에서 어느 정도의 독자적 공간을 허용한 것으로 보여 향후 남북간 대화와 교류가 활기를 띠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한미공동성명의 행간을 읽어보면 한국이 미북관계의 출구를 열어주면서 한국 정부에 보다 가시적이고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허용 또는 묵인한 것으로 보여 연내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 미국이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에 동의함에 따라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 사업, 더 나아가 남북간 철도 연결사업이 재개될 수 있으며, 단계적인 대북제재 완화 조치도 기대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단, 그 속도는 북한의 실질적인 조치에 맞춰 단계적이고 점진적인 조치가 될 것이다.
-남북관계 개선이 속도를 내게 된다는 말인가
연내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다면 미국의 허용 또는 묵인하에 개성공단, 금강산 관광, 철도 문제, 인도적 지원, 관광산업 등에서 진전이 이뤄질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하기 전까지 향후 약 10개월간 많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
-궁극적으로 완전한 비핵화 목표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완전한 비핵화는 말처럼 쉽지 않다. 북한과 미국은 비핵화 개념에서부터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지고 있다. 바이든 정부가 완전한 비핵화는 장기적인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미국은 앞으로 1년 이내에 대북 정책의 초첨을 ‘비핵화’가 아닌 ‘비확산’정책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있다. 장기적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는 대신 비핵화보다는 비확산에 중점을 두게 될 것으로 보인다. 웬디 셔먼 국무부 부장관과 성김 대사 등 지한파가 협상 전면에 포진해 있다. 이들은 ‘완전한 비핵화’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미북 정상회담을 다시 기대할 수 있나
▲정상이 만나 현안을 타결하려는 빅딜 방식의 정상 회담은 가능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이 김정은과의 정상회담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실무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등의 조건이 성숙된다는 전제조건이 충족되면 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상당한 비확산 성과가 나올 경우 바이든-김정은 정상회담도 기대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에게 북한 문제가 최우선적인 과제가 아닌 것만은 사실이다. 코로나, 기후, 국내 경제 회복, 중국, 이민 등 다른 현안 문제들에 비해 북한 문제는 다소 후순위로 밀려 있는 것이 현실이다.
-중국과의 문제는 어떻게 풀어야 하나
▲한국은 미국과 중국이라는 초거대 국가들에 끼여 있는 형국이다. 하지만 한국은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분명히 할 때 중국과의 관계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중국과의 관계에서 한국은 임기응변식 대응보다는 원칙을 지켜야 한다.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한국은 미국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입장과 원칙을 보다 명확히 해야 양국 관계에서 당당할 수 있고 독자적인 외교정책을 견지할 수 있다. 현재의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미중간 대립관계도 결국은 타협하게 될 것으로 예상한다. 적어도 바이든 재임기 내에 미국과 중국은 타협하고, 관계 개선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 이채진 교수 약력
-서울대 정치학과 졸
-UCLA 정치학박사
-CSU 롱비치 사회과학대학장
-클레어몬트 맥키나대 국제문제연구소장
-중국 길림대학교 객좌교수,
-중국 남개대 주은래 연구소 선임연구원
-현 클레어몬트 맥키나 정치학과 명예교수 겸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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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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