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킹 오브 킹스’ 美 박스오피스 2위 돌풍…연출·제작 장성호 모팩 대표
▶ 완성까지 10년…”슈퍼스타 예수 이야기…반기독교인도 재밌게 보도록 만들어”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연출·제작한 장성호 모팩스튜디오 대표 [모팩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애니메이션의 '불모지'로 평가받는 한국 제작사에서 만든 '킹 오브 킹스'(King Of Kings)가 할리우드를 휩쓸고 있다.
국내 VFX(시각특수효과) 업체인 모팩스튜디오의 장성호 대표가 연출하고 공동제작한 애니메이션 영화인 이 작품은 지난 11일 북미 개봉 직후 잭 블랙·제이슨 모모아 주연의 '마인크래프트 무비'에 이어 박스오피스 2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다.
개봉 일주일이 채 안 돼 제작비(360억원)에 버금가는 337억원(약 2천300만달러)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번 주말에는 50개국에서 확대 개봉하며 세계 시장을 겨냥한다.
극장의 출구조사 격인 시네마스코어에서 최고 등급인 A+를 받으며 관객들에게서 뜨거운 반응도 얻고 있다. 시네마스코어 A+를 받은 영화는 지금까지 총 128편에 불과하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미국에서 성공하겠느냐, 그것도 종교물이 되겠느냐는 말을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기도로 응원하겠습니다' 같은 말도 들었죠. 제가 아무리 북미를 타깃으로 한 영화라고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더라고요."
지난 16일 전화로 만난 장 감독은 한국에서 '킹 오브 킹스'의 투자처를 찾던 시절을 두고 "거절의 역사였다"면서도 "(만들어지기만 하면) 절대 실패하지 않을 거라 확신했다"고 말했다.
장 감독이 2015년부터 준비한 이 작품은 기획부터 완성까지 꼬박 10년이 걸렸다. 찰스 디킨스의 '우리 주님의 생애'(he Life of Our Lord)에서 영감을 받아 3년 동안 시나리오를 쓴 작품으로, 예수의 탄생부터 부활까지의 여정을 그린다.
장 감독은 "예수는 (유명 뮤지컬 제목처럼)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아니냐"며 "슈퍼스타 이야기는 어마어마한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에서 기독교 콘텐츠가 실패한 사례는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 속 한 장면 [모팩스튜디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그는 처음부터 북미를 노리고 '킹 오브 킹스'를 기획했다. 모팩스튜디오의 뛰어난 기술력을 구현하기 위해선 막대한 제작비를 투입해야 했고, 이를 회수하려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큰 시장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장 감독은 "한국에선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100만 관객만 돌파해도 대박이 났다고 말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시장에선 제작비로 50억원 이상을 쓰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투자처를 미국 대신 우리나라에서 찾았다. 할리우드 대형 스튜디오에서 투자받을 경우 크리에이티브 권한과 판권이 본인의 손을 떠날 것을 우려해서다.
"미국 영화계 지인들이 제 기획을 듣고서 '이건 무조건 된다'는 반응을 보였어요. 아마 미국에서는 금방 쉽게 투자받았을 겁니다. 하지만 크리에이티브와 판권 모두 놓칠 수 없었어요. 국내 자본, 기술, 인력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결심한 이유입니다."
이후 그는 우여곡절 끝에 투자받는 데 성공해 '킹 오브 킹스' 제작에 들어갔다.
장 감독이 영화에 방점을 찍은 부분은 "(종교를) 강요하거나 설교하는 듯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예수가 인류 역사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는 건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겁니다. 하지만 반(反)기독교 정서도 굉장히 세잖아요. 그래서 교회를 한 번도 안 가본 사람, 성경을 한 줄도 안 읽어본 사람, 심지어 반기독교 정서를 가진 사람도 영화를 봤을 때 거부감이 안 들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편안하고 재미있게 볼 수 있도록 만들려 했습니다."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벤 킹즐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리스트 휘터커 등 스타 배우들이 목소리에 참여한 것도 시나리오의 힘 덕분이다.
특히 브래나는 "이 소재로 내가 시나리오를 썼어도 이렇게 잘 쓰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극찬도 건넸다고 한다. 영화감독이기도 한 브래나는 '벨파스트'(2022)로 미국 아카데미와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각본상을 받은 실력자다.
브래나가 '킹 오브 킹스' 합류를 결정하자 다른 배우들도 "브래나의 안목을 믿는다"며 하나둘 캐스팅 제안을 수락했다.
디즈니에서 16년간 캐스팅 디렉터로 일한 제이미 토머슨의 역할도 컸다. 기독교인인 토머슨은 장 감독에게 "내 인생에 한 번 쓸 카드를 이 영화에 모두 쓰겠다"며 쟁쟁한 배우들을 섭외했다.
장 감독은 "제가 캐스팅 운이 아주 좋은 것 같다"며 "오는 7월 국내 개봉 때도 '이게 가능한가' 싶은 엄청난 배우들이 더빙에 참여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이번 작품의 성공을 발판 삼아 구상 중인 다른 작품도 잇따라 선보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 (실사)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인 수준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잖아요. 한국인은 훌륭한 크리에이터와 스토리텔러 재능을 가진 민족이라 생각해요. 애니메이션 분야라고 해서 그런 인재가 없지 않아요. 다만 시장이 작다 보니 이들이 놀 수 있는 놀이터가 펼쳐지지 않았을 뿐이죠. '킹 오브 킹스'의 성과로 그런 기회를 조금이라도 열 수 있게 된다면 기쁠 것 같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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