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한국에 머물다가 뉴욕으로 오려니 가족과 주위 사람들이 공항 입국시 걱정을 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무작위로 걸린 아시안의 여권을 빼앗고 신원조사를 하러 세컨룸으로 데려간다더라, 한국에서 시위나 집회 사진 찍은 기록은 모두 지워라, 왜 그렇게 장기간 있었냐며 꼬치꼬치 많은 것을 물을거다 등등…
존 에프 케네디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대 앞에 줄을 섰는데 바로 앞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국 남성이 서 있었다. 심사대 옆의 스캐너에 손가락 여덟 개의 지문을 찍은 다음 양쪽 엄지손가락을 찍고 또 얼굴 사진 촬영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고도 심층조사 할 것이 남았는지 다른 곳으로 데려가는 것을 눈앞에서 보았다.
입국 심사가 강화되었네, 시민권자 구간에 잘못 서있었나 하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본인은 여권을 보여주자마자 바로 통과했다.
그렇게 뉴욕에 도착한 지 열흘 후에 만난 친구는 남편이 장거리 대형트럭 드라이버로 일하면서 생긴 고충을 말했다. 그는 주로 중남부 지역 장거리 배송을 하는데 트럭이 통과하는 주마다 법이 다르다 보니 일차선으로 가야 하는 주, 물건의 무게에 통제받는 주가 있다. 최근에는 신분에 따라 들어갈 수 없는 주가 있단다. 바로 텍사스주다. 영주권자 운전기사는 들어갈 수 없고 시민권자만 들어갈 수 있으니 텍사스 갈 일이 많아져 더욱 힘들다고 했다.
또 뉴욕에 오자마자 세금보고를 해야 했다. 미국에서 수입이 발생하면 영주권 없이 불법체류자라도 세금 보고를 해야 한다. 영주권자와 세금보고는 사실 아무 상관이 없다. 영주권은 법무부 산하 이민국 관할이고 세금은 재무부 산하 연방 국세청 소관이다. 이번에 연방 국세청은 연방 국토안보부와 불법체류 납세자 정보를 공유하기로 최종 합의했다고 한다
불법 이민자였지만 국세청으로부터 세금보고용 납세자 고유번호를 받아 오랫동안 꼬박 꼬박 세금보고를 해온 이들도 서류미비자 신분을 불안해한다고 들었다.
현재 미국 거주 약 1,100만 명의 이들에게 어쩌라는 것인지, 그동안 정부에 세금 보고를 착실히 해왔지만 소용없다는 것인가. 시민권 취득과정에서도 거짓말인지 참인지, 감시 색출이 강화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 이민 정책 속에 한인을 비롯 미국내 유학생 수백 명의 비자가 취소되었다. 합법적 비자를 받고 체류 중인 이들의 친 팔레스타인 시위 참여, 경범죄, 사소한 실수 등이 이유라고 한다.
백악관의 관세정책 변화에 따라 주식이 요동치고 물가가 언제 다락같이 오를지 모르다 보니 소비자들은 외국에서 수입되는 물품을 사재기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있다.
주위 사람에게 2026년 신차가 나오기 직전에 10년 이상 된 자동차를 새차로 바꿀 계획을 말하니 “지금은 자동차 살 때가 아니다”라며 “그보다도 집에 공간이 있으면 치약, 비누 등 생활필수품을 사두라”고 권한다. 상호관세로 인해 한국산 물품 가격이 오를 수 있으니 화장지, 선크림, 건조 김, 된장, 고추장을 사두라는 것이다. 미 소비자들이 직면한 실효 관세율이 120여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 작년에 서울에 갈 때만 해도 1달러 1,320원 하던 환율이 지금은 1,500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쓰다남은 한국돈을 미처 달러로 바꾸지 못했는데 가만히 둔 상태에서 나날이 가치가 줄고 있다.
그런가 하면 작년 12월3일 계엄선포로 인해 시작된 진보와 보수 양측 집회를 실컷 보고 왔는데 이제 미국에서도 가까이 보게 생겼다. 뉴욕 맨해튼을 비롯 전국의 시위자들은 연방 공무원 대폭 감축 및 연방조직 축소 폐지, 보건 프로그램 예산삭감 등등 일방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반대하고 있다. 이래저래 미국에 전 세계의 시선이 몰려있다.
외국인 혐오, 백인우월주의, 인종주의 문제는 여전히 미국내 상주하고 있으니 우리집에 왔건만 어째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런 어느날, 집으로 프린트 잉크와 정수기 필터가 하나씩 배송되었다. 아직 더 쓸 수 있는데 여벌로 샀다는 딸의 선물이었다. 이것도 사재기에 들어가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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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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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처 돌아가는 지구촌 미쿡...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