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곳을 옮기는 것은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이사가 어디 보통 일이던가? 이사 한번하고 나면 앓아 눕기 일쑤다. 좋은 집을 사서 옮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사란 진짜 골치 아픈 일이다. 하지만 우리는 살면서 이런저런 이유로 이사를 하게된다.
20일 이사를 하게 됐다. 올해 초등학교를 졸업한 큰 아이와 막내의 교육을 위한 아내의 치맛바람 때문. 물론, 좀더 나은 환경과 학군에서 공부를 시키고 싶다는 아내의 욕심에 나도 동조했다. 결국 지금 살고 있는 엘머스트를 떠나 리틀넥에 새 둥지를 틀게됐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방이 둘인 아파트. 오래 전에 지은 아파트라 거실과 방이 큼직큼직하다. 하지만 새로 이사가는 2층 짜리 단독주택은 마찬가지로 방은 둘이지만 공간은 좁은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뜻 결정을 했다. 아이들이 다닐 학교가 좋다는 이유만으로.
아내는 집 바로 옆에 LIRR 기차역이 있어서 맨하탄 출근도 편리하다고 내세우지만 오히려 기적 소리로 밤잠을 설치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자식이 뭔지 ‘남들은 집을 넓혀간다는데 왜 이리 좁은 집으로 이사를 하느냐’는 어머니의 성화마저도 뒷전으로 밀렸다.
여하튼 이사 날을 정하고 나니 할 일이 많아졌다.
우선, 아파트 수퍼에게 이사를 통보했다. 전기, 전화, 은행 등에 주소지 변경 신고를 하고, 이사 날에 맞추어 가스는 끊고 케이블은 다시 연결하도록 연락했다. 자동차 면허증과 보험 주소변경도 하고 나서 이삿짐 센터도 정하고 전화로 계약을 마쳤다.
이사하기 일주일 전부터는 이삿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여름방학을 즐기고 있는 아이들은 짐 싸는데 방해가 될 것 같아 뉴저지 고모네 집에 보냈다. 퇴근 후에 아내와 함께 짐 정리에 들어갔지만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난감하고 없는 살림에 웬 짐은 또 그리 많은지….
우선 옷, 책, 그릇 등 포장할 물건을 정리하는 대청소를 하고 포장에 들어갔다. 포장을 위해 박스, 테이프와 매직 펜 등도 미리 준비했다. 운반하기 쉽도록 가벼운 짐은 큰 상자에 무거운 짐은 작은 상자에 넣었다. 상자는 배가 나오지 않도록 했으며, 내용물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고정이 필요할 때는 방석이나 인형 등 무겁지 않고 크지 않은 것들을 이용했다.
이삿짐 상자는 열리지 않도록 테이프로 둘렀다. 상자 위에는 눈에 띄게 내용물과 취급방식을 표기했다. 화장품을 포장할 때는 비닐봉지에 화장품을 담고 상자에 수건을 넣은 후 화장품이 들은 비닐봉지를 넣고 나머지 빈 공간은 옷이나 수건 등 쿠션이 있는 물건으로 채웠다.
책과 그릇 등도 파손되거나 깨지지 않도록 세심한 신경을 써서 포장을 했다. 그리고 이불과 옷 등은 큰 쓰레기 봉투에 담고 내용물이 적힌 스티커를 잘 보이도록 붙였다.
아내와 함께 짐 꾸리기를 하다보니 무엇부터 싸야하나, 어떻게 해야 힘 안들이고 효율적으로 짐을 쌀 수 있을까? 하던 처음의 걱정과 막막함은 쉬 달아났다. 이는 내 스스로 알아서 하기보다는 아내의 지시(?)가 더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4년 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올 때는 직장 일이 워낙 바빠 전혀 아내를 도와주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도 집에 못 하나 못박는다는 어머님의 핀잔을 듣고 있지만, 여전히 내 몫의 집안 일을 잘하지 못하고 있다.
바쁘지는 않지만 이미 습관이 돼서 선뜻 나서지 못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이번 이사를 위해 짐 꾸리기를 하면서 ‘집에서도 할 일들이 참 많구나’하는 생각을 하게됐다.
그동안 어머니와 아내가 내 몫까지 다 했다는 생각을 하니 고마움보다는 미안함이 더 앞선다. 앞으로는 미안함을 줄여야 할텐데…
한인 남성들 가운데 집안 일을 ‘잘 도와주는’ 남성과 전혀 ‘나 몰라라’ 하는 남성 중 어느 쪽이 많을까? 아직도 본인 스스로가 집안 일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한인 남성들이 있다면 오늘부터라도 아내와 함께 자신이 할 수 있는 집안 일을 찾아보기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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