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했다. 이는 여자가 집안에서 목소리를 높이면 집안 꼴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그만큼 여자는 집안에서 남자의 말에 순종하고 남자가 하는 결정에 따르면서 조용히 있어야 했다. 그러나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다. 여자도 남자와 동등하게 목소리를 내고 집안에서나 사회, 직장에 나가서도 남자들과 같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 덕분에 여자가 목소리를 잘 낼 경우, 집안이나 직장, 나라가 더 발전하고 잘 굴러가는 것을 많이 본다.
그만큼 지금은 사회나 국가적 추세가 여성의 역할과 능력을 더욱 많이 필요로 하는 상황이다. 이런 시대에 아직도 남성들 사이에서 여성을 비하하고 무시하려드는 풍조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면 문제이다.
요즘은 남성들에 못지 않게 공존하며 능력을 발휘해 나갈 만한 실력을 갖춘 여성들이 많이 있다. 그들의 활동은 한국이나 해외에서 남성 못지 않게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여성들이 있는 한 남성만의 의견이 맞다고만 주장할 수는 없는 시대이다. 그들의 실력은 물론이고, 여성의 섬세함과 인내력은 남성들이 가지고 있지 못하는 장점 중의 장점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남성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한국은 대한민국 건국 사상 처음으로 국무총리직에 여성을 임명하고 국회 인준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발표가 나기 무섭게 장 상 총리 서리의 자질 문제가 정치권에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아들의 국적문제, 부동산 투기의혹 ,학력기재 시비 등이 앞으로 있을 국회인준의 최대변수로 작용될 것이다. 당연히 나라의 기둥을 세우는 문제인데 자격여부가 심의되어야 할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 총리 서리가 여성이기 때문에 남성들 사이에서 휘둘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국도 이제는 여성들의 자질이 인정돼 남성들과 동등하게 총리자리에도 앉을 수 있는 사회바탕이 돼 기뻐했던 것만은 사실이다. 그러나 한 야당 비서실장의 발언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군에 경험이 없는 여자이므로 국방에 지식이 모자란다.
그런 여성이 만약 연로한 현직 대통령에 유고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국방 지휘권을 행사해낼 수 있겠는가”고. 어떻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정치권에서 일을 하고 있었는지... 정치인들의 자질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 물론 그는 비서실장직을 그만 두었지만 정치계는 물론이고 한국에서 여성을 보는 시각이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은 것 같아 입맛이 씁쓸하다. 지금까지 한국의 관행은 지도력에 있어 때로는 여성들의 능력을 인정하면서도 그 위에 늘 남성들이 지배하고 최종적인 결정은 아무리 여성이 능력이 있어도 항상 남성위주로 해온 것이 사실이다.
같은 위치에서도 여자는 수동적이어야 하고, 듣는 자세여야 하며, 남성들이 하는 일은 여성들이 할 수 없다고 생각해 왔다. 어쩌다 여성이 적극성을 띠면 ‘여자가 너무 거칠다’ ‘여자가 머리 쓰는 잡은 아직 이르
다’고 생각하는 것이 고정관념이다.
한국의 여성장관 자리를 보더라도 여성에게 주어지는 부처는 기껏해야 여성부나, 주로 남성들이 싫어하는 부처가 고작이고, 국방부 같은 센 부처는 으례 남성의 몫으로 여기고 주지도, 줄 생각도 안 한다. 그러면서 무조건 여성은 예뻐야 하고, 여성적이어야 하며, 말도 잘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정말로 잘못된 생각이다.
당장 세계를 주름잡는 미국을 보라. 전국무부장관도 이혼녀요, 대법원에도 여성이 두 명이나 되고, 힐러리 클린턴도 남편을 대통령으로 키워 임무를 잘 수행케 하고 자신도 정계에 뛰어들어 연방상원의원으로 잘 활약하고 있지 않은가. 특히 험악한 전시 속에서도 당당하게 세계 각국을 돌며 외교능력을 발휘한 매들린 울브라이트 전 국무부장관의 활약은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아직도 ‘여자는...’ ‘남자는.. 하면서 여자를 하나의 성적으로 구분하려는 남성들이 있다는 건 참으로 딱한 노릇이다. 이제는 암탉이 울어야 오히려 집안이 잘되는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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