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전 일이다. 72세 된 남성 환자가 극심한 피로, 빈혈, 대변이 검게 나오는 증세로 찾아왔다. 대변이 검다는 것은 위장 출혈이 의심되는 병이다.
이 환자의 위 내시경 소견은 출혈성 위염이었다. 그런데 이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무려 3만이 넘게 나오고(정상 백혈구수 6,000~8,000) 혈소판이 심하게 감소되어 있는 것으로 보아 급성 백혈병으로 의심되어 입원시켰고 골수 검사에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 받았다.
급성 골수성 백혈병(이하 AML)은 성인의 급성 백혈병 중 가장 흔한 형태로 급성 백혈병의 65%를 차지한다. 골수성 백혈구의 전구세포 혹은 줄기세포에 암적인 변이가 발생하여 과도한 분열이 일어나고 이것이 골수 내에 축적되어 말초 혈액에 골수 아세포(myeloblast)가 나타난다.
정상적인 골수 기능이 마비되면서 면역기능이 저하되고 출혈경향이 나타나며 치료받지 않는 경우 수개월 이내에 사망하는 급성 질환이다.
백혈병의 원인은 확실히 밝혀진 바 없지만 유전성 요인, 방사선 조사, 화학약품 등에 의한 직업성 노출과 항암제 등의 치료 약제 들이 발병 원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유전성 소인으로는 다운증후군, 클라인 펠터 증후군에서 10~18배 정도의 AML에 걸릴 확률이 높았다. 쌍생아, 환자의 형제 등 가족에서 발병률이 높았고, 방사선 조사에 의한 것은 치료를 위한 X-선 노출환자나 라듐 노출 노동자 등 일본 히로시마 원폭 후 생존자들에게서 급성 골수성 백혈병 환자의 증가가 그 증거이다.
그 밖에 벤젠, 페트로리움 제품, 페인트, 방부제, 제초제, 살충제 등에 노출될 경우와 알킬 화제(alkylating agent)와 토포아이소머라제 II(topoisomerase II) 억제제 등의 항암제가 원인이 된다.
AML의 증상은 정상 골수가 백혈병 세포로 가득 차면서 혈구(적혈구, 혈소판, 정상 백혈구)의 수가 급감함으로써 나타난다. 주 증상은 적혈구 감소에 의한 피로 및 쇠약감, 체중감소, 호흡곤란 등이며 혈소판 감소로 인해 쉽게 멍이나 출혈(점상 혹은 반상 출혈)이 일어나며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발열 등 감염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 등이다.
그 밖에 백혈병 세포의 증식에 따른 비장 비대, 간 비대, 림프절 종대, 흉골압통 등이 관찰될 수 있다. 중추 신경계를 침범한 경우에는 오심, 구토, 경련 및 뇌신경 마비 등이 나타나기도 한다. 이런 증상들이 관찰되면 진단 검사를 하게 되는데 말초혈액검사를 통해 각종 혈액세포의 수를 측정하고 이상세포의 유무를 점검한 후 백혈병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오면 골수 검사를 하게 된다.
흔히 TV에서 보았듯이 골수 천자(뼈에 바늘을 삽입하여 혈액이나 조직을 채취)검사를 시행하는데 성인은 보통 엉덩이의 장골에서 시행한다.
골수 검사를 통해 골수 아세포가 20% 이상이면 급성 백혈병으로 진단한다. 진단 후 치료로는 항암요법과 방사선 치료, 조혈모세포 이식요법(골수 이식요법)이 있다.
타인으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얻어 이식하는 것을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이라고 하는데 이는 같은 민족간에 조직 적합성이 일치할 확률이 높다. 구강세포 채취용 면봉으로 입안을 닦는 것만으로도 나의 골수가 백혈병 환우에게 적합한지 간단히 검사할 수 있다.
또한 과거에는 골수에 바늘을 삽입하여 직접 조혈모세포를 얻었지만 최근에는 팔의 혈관에 바늘을 삽입하여 헌혈하듯 조혈모세포를 얻는 경우(PBSC방식)가 75% 넘는다고 하니 기증자가 느끼는 부담이 많이 줄었다.
또 기증자로부터 얻은 조혈모세포도 환자의 혈관을 통해 주사 후 저절로 환자의 골수로 이동하여 생착하므로 직접 골수에 주사할 필요가 없다.
기증자의 몸에서 채취한 골수나 조혈모세포는 2주가 지나면 다시 원상태로 재생되므로 막연히 내 몸에 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편견을 버리고 생명을 살리는 일에 관심을 가지고 동참하는 것이 동포를 위한 길이 아닌가 싶다.
문의 (213)480-77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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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민영 내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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