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래스카 주지사 방한…실질적 계약 못 맺고 ‘빈손 귀국’
▶ 대미 통상협상 레버리지로 활용 관측…대규모 투자 리스크도 고려

(서울=연합뉴스)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5일(한국시간)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마이크 던리비 미국 알래스카주 주지사와 면담하고 있다. 2025.3.25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이 가스(액화천연가스·LNG)를 구매하지 않거나 구매 의사를 명확히 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무역적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위해) 선박, 파이프, 철강 모듈 등을 공급하려는 한국 기업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한국이 알래스카산 가스를 구매하는 것이 핵심 열쇠입니다."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가 지난 26일(한국시간) 국내외 언론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그는 한국이 동맹 관계와 에너지 안보, 경제성, 통상 협상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적극 뛰어들 필요가 있으며, 그 출발점은 알래스카산 LNG 구매라고 강조했다.
던리비 주지사의 이번 방한을 계기로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를 요구하는 미국 측의 메시지는 한층 분명해졌다.
그는 방한 기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내세우면서 LNG 프로젝트와 한미 간 관세 협상을 연계하는 발언도 내놨다. 단순한 주(州) 정부 차원의 '세일즈 투어'를 넘어, 트럼프 대통령의 사실상 경제·에너지 외교 특사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다만 이번 방한에서는 구체적인 성과를 확보하진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던리비 주지사는 서울을 떠나기 전까지 LOI(투자의향서) 체결 등 실질적 협력 약속을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한국 정부나 에너지·철강 관련 기업 가운데 이번 방한을 계기로 진전된 계약이나 약속을 내놓은 곳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를 둘러싼 한국의 딜레마적 입장과 맞물려 있다.
한국으로선 대미 관세 협상의 레버리지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미국 측의 투자·구매 요구를 무시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동시에 현재 추정치만 440억달러(약 64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프로젝트에 선뜻 발을 담그기에는 부담이 적지 않다.
실제로 알래스카산 LNG 구입은 정부가 대미 무역수지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유력하게 검토 중인 옵션 중 하나로 꼽힌다.
글로벌 LNG 수입국 3위인 한국은 최근 카타르·오만 등과의 장기계약이 종료되면서 도입선을 재조정 중이다. 전체 물량의 약 80%를 책임지는 한국가스공사 역시 신규 공급처 확보에 나선 상태다.
가격 등 사업성만 확보된다면 알래스카산 가스 구매도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니다. 던리비 주지사도 방한 기간 가스공사 최고경영진과 면담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아직 알래스카산 LNG 도입 여부나 도입 가능 물량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다음 달 2일 이후 미국의 대한국 상호관세 조치의 윤곽이 드러나고 대미 협상이 본격화하면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정부 관계자는 31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알래스카 LNG 사업은 아직 본격 착공 단계에도 이르지 못했기 때문에 실제 물량이 도입되더라도 시점은 수년 후가 될 것"이라며 "수입 물량이나 단가 등에 대해 조금 더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정부로서는 지분 투자나 LNG 장기구매 계약 등을 포함한 투자금 조달 방법, LNG 생산 및 판매 가격 등 주요 정보들이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
알래스카 LNG 사업비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10분의 1에 달한다. 혹한의 환경에서 공사 기간이 늘어날 수 있고, 환경보호 이슈까지 얽혀 있는 점을 고려하면 사업비는 더욱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2010년대 초반부터 엑손모빌, BP 등 글로벌 에너지 기업들이 참여했지만 수익성과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철수한 전례도 있다.
여기에 글로벌 탄소중립 목표와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2030년 이후의 LNG 수급 상황을 예측하기 어려운 점도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한다.
설령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진행돼 예정대로 2029∼2030년께 LNG 생산에 돌입하더라도, 결국 중요한 것은 '합리적인 가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논쟁적인 프로젝트에 뛰어드는 만큼 중동 등 기존 공급처 대비 알래스카산 LNG가 가격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이 같은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식 대형 거래를 최종 결단할 국가적 리더십이 부재한 상황이라는 점이 문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이후 국정 리더십 공백이 장기화하면서 수십조 원 규모의 전략적 해외 투자를 추진할 결정권과 실행력이 현 정부 내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업계 안팎에서는 이러한 리스크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우리와 비슷한 조건에 놓인 일본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알래스카 LNG 사업에 안 들어가자니 미국으로부터 관세 협상 등에서 피해를 볼까 걱정이 되고, 들어가자니 비유하자면 물이 허리까지 잠길 수 있는 상황"이라며 "정부와 에너지 업계의 굉장히 전략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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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총 2건의 의견이 있습니다.
한국의 석유정제기술이 세계1.2위로 수년후, 제7광구가 일본측으로 몽땅넘어간대도 그리 큰 걱정하지않는다. 그러나 가능하면 7광구 석유발굴작업도 일.한같이하면 좋을것같고 만약을대비하여, '알래스카 LNG' 사업잡아놓으면 부가가치도 기대할수있어 더욱 안전할것 같다.
미국측이 천연가스, 석유관련 사업등을 한국과 연계하려면 일단 손바닥에 '킹'자를 쓴다음 '황제상어' 또는 '마녀고래'와같은 무속적 프로젝트 명칭을 사용하면 아마도 협상에 도움되지않을까한다.